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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Unabutomby Apr 26. 2020

새로운 공간에서 새로운 공법으로.

보드 연구자의 핸드메이드 파우더 스노우보드 제작기 

Episode 4: 새로운 공간, 새로운 공법


  지난 6번 보드를 스플릿으로 쪼개고나서 많은 아쉬움이 생겼었다. 단면에 엣지가 가공이 안되어있는 부분이라던가, 너무 부드러운 플렉스, 길이 등 반성요소가 많이 생겼다. 처음부터 스플릿보드 처럼 만들어보면 좋을텐데라는 생각이 머리를 떠나지 않았다.


  게다가 우연한 기회에 집 근처에 열쇠공방 (열쇠를 공유하는 코워킹스페이스)을 알게되었는데, 가격적인 조건과 내가 필요한 공구를 모두 갖추고 있다는 점에 매혹되어, 공방을 결제하고, 나무와 재료를 다시 주문했다.


이번에 만들게되는 보드에서 감안했던 부분은 이 정도 항목으로 정리할 수 있겠다.


1. 보드의 형태를 잡아주는 몰드의 재설계

2. 코어로 사용되는 나무종류에 대한 이해와 탐색

3. 코어 가공 방식 변경

4. 스플릿을 감안에 둔 설계와 공법

5. 시간이 걸리더라도 최대한 집중하고 완성도 높은 보드를 만들어보자.

6. 숙제검사.




1. 보드의 형태를 잡아주는 몰드의 재설계


지금까지 사용하던 몰드는, 2T 철판을 프로파일 위에 붙여서 양쪽에 받침대를 괴어 커브를 확보하는 방식이었다. 그리고 보드 재료들을 겹쳐놓은 다음, 철판의 윗면에 진공 필름을 붙여서 보드를 완성하는 방식이다. 이 방식은 노즈와 테일의 자연스러운 곡면을 얻을 수 있다는 장점을 갖고 있다. 또한 위아래 방향으로 강하게 휘어져있기 때문에, 좌우 방향으로 평탄한 면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는 예측을 했었다. 나의 예측은 아래 단면과 같다.

이상

그러나 실재로 진공을 시공했을때, 상판에만 가해지는 진공에 의해 철판이 힘을 강하게 받았고, (이론상으로는 몇백 kg 이상으로누르게 되는 것이므로), 이로 인해 보드의 평탄에 이상이 생겼다.

현실

이처럼 양쪽 엣지의 하단부분이 딸려 올라오게 되었다. 어째서 가운데가 같이 올라오지 않는지에 대해서도 고민을 해보았는데, 이는 아마 노즈/테일의 커브를 만들기 위해서 철판이 휘어져 있기 때문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한다. 그렇다면 평탄을 맞추기위해서 해당 몰드 전체를 진공백으로 만드는 방법이 있을수 있겠다는 생각을 먼저 했다. 그러나 그렇게 되면 철판밑에 빈공간들이 생기고, 이번에는 스푼의 형태로 반대방향으로 휘지 않을까라는 고민을 했다.


 공방도 있겠다, 기존에 진행했던 많은 유튜브 사례에서 쓰는 나무 몰드 방식을 참고하기로 했다. 그중 내가 가장 가능하겠다고 생각한 부분은, 바로 이 영상에서 참조를 했다.

https://www.youtube.com/watch?v=hxUMrpdvN5I

(사실 이번 보드를 만들면서 50번은 돌려 본 것 같다.)


완성된 몰드는 다음과 같았다.

완성된 이 몰드에 재료를 잘 쌓아놓고, 진공백에 통채로 집어넣을 계획이었다.



2. 코어로 사용되는 나무종류에 대한 이해와 탐색


스노우보드에 사용되는 나무의 종류는 다양한데, 가장 보편적인 종류가 포플러 우드 이다. 지난번 보드를 만들때는 포플라니아 우드를 샀었고, 나무가 너무 약한 바람에 조금 아쉬운 부분들이 있었다. 이번에는 포플러 우드와, 단단한 하드 메이플 우드를 섞어서 쓰기로 결정했다. 스플릿보드의 경우 조금 더 하드해도 괜찮겠다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지난번 스플릿보드의 경우 자르기 전과 후의 플렉스가 심하게 차이났기 때문이었다.


스노우보드에 쓰이는 우드 코어의 종류에 대해서는 이 블로그에서 참고하였다.

https://m.blog.naver.com/PostView.nhn?blogId=shane285&logNo=221139084613&proxyReferer=https:%2F%2Fwww.google.com%2F

또한 나무의 물성과 속성을 한눈에 볼 수 있던 사이트도 발견하였다.

http://www.samwonlumber.co.kr/goods/timber1_a.php

위쪽이 애쉬우드, 하단이 포플러 우드이다.




3. 코어 가공 방식 변경

지금까지는 전동 대패를 이용하여 눈대중으로 밀어주거나, 트리머와 지그를 이용하여 단면을 만들어주는 작업을 진행했다. 이 작업들의 단점은 - 부정확하고, 위험하고, 어렵다는 것이다. 1편에서 자동대패가 갖고 싶다고 적었었는데, 나에게는 천하무적의 목공방이 생겼고, 이곳을 계약하게된 가장 큰 이유는 12인치 짜리 자동대패가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12인치까지의 너비의 나무판을 0.1t단위로 잘라내줄 수 있는 훌륭한 디바이스였다. 인터넷을 참고하여, 나무의 두께가 변화할 수 있도록 베드를 만들어주었다.

이랬던 친구가 (8T 균일)
이러한 과정을 거치고 나니
이렇게 아름답고 균일하게!! (7T - 2T)




4. 스플릿을 감안에 둔 설계와 공법

스플릿보드는 결국은 한번 보드를 반으로 잘라내야한다는 말이고,그렇기 때문에 공정과정에도 그것이 반영되어야한다. 여러 요소를 고민해야겠지만, 공정 측면에서 고민한 요소는, 보드를 자를때 내측의 금속 엣지와 적어도 3mm 이상의 간격은 있어주어야할 것, 사이드월 두개가 보드의 가운데에 들어가는 것, 보드를 합쳤을 때 바인딩 홀 사이의 간격이 40mm가 될 것 등이었다. 이에 맞춰 우드코어와 베이스를 다음과 같이 설계하였다.또한 베이스의 가운데 엣지가 들어가는 부분 사이의 부분들에도 9mm의 베이스 조각을 길게 잘라넣어, 보드의 형태가 변형되거나, 에폭시가 과하게 흘러들어가는 것을 막았다.(그래도 들어감)


베이스와 코어의 도안



4-1. 아니... 사봤어야 알지...

생각보다 성공적으로 잘 디자인되었는데, 문제는 스플릿보드 바인딩의 규격이 40mm*40mm가 아니라... 2inch*40mm 였다는 점이다. (제정신? 누가 규격 맞춘건가) 스플릿보드 기성품을 한번도 본적이 없는 나는... 당연히 바인딩 홀 사이의 간격이 20mm 를 주면 될것이라 생각했는데, 완성해놓고 보니 볼트가 들어가지 않았다... voile과 spark R&D 등의 퍽을 사용하는 바인딩 시스템은 이게 큰 상관이 없는데, union이나 karakoram등은 이 간격이 맞아야 네군데에 볼트를 체결할 수 있다. (orz)


인치와  mm를 같은 인터페이스 안에 집어넣는 생각은 대체 누가 한건가. 혼나자..

다행히, 사진의 부품만 수정이 되면 쓸수 있겠다 싶어서 지금 알류미늄으로 해당 부품을 깎아볼 예정이다. (쌩돈 고아웃...)

수정한 파츠. 데크에 체결하는 부분의 구멍을 40mm로 늘려주었다. 바보 개구리 같이 생겼다. (개당 2만원...)

04.29 추가

CNC로 가격 견적을 받아봤는데 생각보다 비싸지 않았고, 한두번 더 수치를 체크하고 업체로 물건을 보냈다. 오늘 퇴근하고 집에 왔는데 택배가 와있길래 빠른 처리에 감사를 드리며 오픈을 했는데... 가운데 파란 나사산 가공 부분을 어떤생각에서였는지 M5로 주문을 넣었다. 좌절할 시간도 없이 근처 철물점에 전화를 넣어 M6 탭가공 드릴탭이 있는지 물어보고, 바로 달려가서 탭을 사왔다. 저녁을 먹을 틈도 없이 공방으로 뛰어가 M5를 M6으로 확장하는 작업을 진행하였다. M6으로 탭 가공을 마치고, 제대로 체결이 되는지 확인을 한 후에야, 마음이 놓였다.

이렇게 이쁜 바보 개구리 다섯마리가 도착했다. (콧구멍을 늘려주는 공사를 진행하였음)
원래의 디스크와는 이렇게 다르게 생겼다. 재질은 둘다 알루미늄6061인듯 보인다.
디스크를 체결하면 이런 느낌.



5. 시간이 걸리더라도 최대한 집중하고 완성도 높은 보드를 만들어보자.


이전 제작기들과 가장 다른 점은 사실 여기에 있었다고 생각된다. 지금까지는 메뚜기 철만나 뛰어다니듯이, 내 방 부엌 앞 바닥, 베란다, 책상, 옥상, 친구네 집 옥상, 부모님 집 등을 돌아다니면서 작업을 진행했다. 심리적으로 힘들고 마음이 급해지는 경향이 굉장히 컸는데, 공방에서 작업이 가능한 사람이 되니 작업의 완성도와 집중도가 확실히 올라가는 느낌이었다. (역시 여유는 부에서 나온다) 내가 항상 접근할 수 있고, 시끄럽게 하고, 먼지 피워도 되는 그러한 공간이 있다는것이 얼마나 심리적으로 안정감을 주는지 확인할 수 있는 순간이었다.


마키타 광고 아님


프레스 후에도, 보드를 잘라내고, 다듬고, 스플릿의 형태로 쪼개는 등의 작업등이 있었다. 매순간 이슈가 생기고, 해결하고, 심지어는 디자인도 프레스 후에 수정하여 (끝부분에 안붙는 부분이 생겨서 잘라내버렸다.) 완성할 수 있었다. 사실 나는 퇴근 후 저녁이 있는 삶을 기대했는데, 이건 약간... 회사 두개 다니는 기분이었다. (그치만 행복했다)




6. 숙제 검사.

스스로 이번에 만든 보드에 대한 평가, 혹은 통과는 수리샵에서 세팅을 받을 수 있을지 였다. 어느정도 보드 같아야 이걸 받아주시지 않을까 싶어서 노심초사를 하고 있었다. 다행히 내가 하고 있는 작업을 이쁘게 봐주시고 계신 수리샵 사장님이 계셔서 조심스럽게 부탁을 드리고 찾아뵈었다. (상호를 직접 노출하고 싶은데, 사장님이 원하시는지 모르겠어서 일단은 비공개로 작성한다.) 혹시 국내.. (국외 포함해서도 라고생각하지만)최고의 실력을 가지신 장인을 소개받고 싶다면 쪽지주세요.


아무래도 개인이 만든 것이다보니 너무나도 얼기설기 된 제품이었는데, 마술과 같이 보드로 만들어 주셨다. 나는 사이드월이 단지 보드의 옆면을 보호하기위한 재질로만 이해를 하고 있엇는데, 사이드월의 역할에 대해서도 알려주시고, 심지어 사이드월을 직접 쳐주셨다. (엄청 거친 밸트 샌더로 내가 대충 쳐서 각도만 잡아놓은 부분이었는데, 거의 기성품 레벨까지 끌어올려주셨다.) 또한 베이스 그라인딩과 스트럭쳐, 엣지까지 완벽하게 세팅을 잡아주셨다.


자그럼 before and after time.

에폭시 흘러들어간것들 쳐낸다고 샌딩을 해댄대다가 엣지와 사이드월도 엉망.
내가 꿈꿔왔던 장면. (업체에서 그라인딩 받기)
보드가 되었다.


7. 완성

완성된 보드는  (아직 바인딩 체결이 잘 안되어있지만 테스트로 채워볼 수는 있었다.) 다음과 같다. 아직도 아쉬운 부분들이 많지만, 그래도 지금까지 만든 보드 중 가장 마음에 드는 완성도를 갖고 있다. 스펙은 다음과 같다.


SPEC.

보드 길이: 152cm (154~5를 기획했는데, 마지막에 테일을 잘라내는바람에...)

유효엣지: 1150mm

사이드컷: 7.5M

노즈넓이: 300mm

허리넓이: 250mm

테일넓이: 280mm

셋 백: 28mm

테이퍼: 0.3도(아마)

기준스탠스: 540mm

보드무게: 3.1kg

코어종류: 포플러+하드메이플

보강재: 아라미드섬유(케블러)

캠버: 서프캠버


사진을 봅시다.

노즈나 테일쪽에 살짝 묻은 부분은 에폭시가 흘러들어가서 평탄이 도저히 맞을 수 없던 부분



기록해놓고 싶은 요소들.(개인용노트)

- 사이드월의 중간이 굳이 보드 엣지을 지나갈 필요는 없겠다. (잘 찍을 자신 있으면 오히려 딱맞게 하는 것도)

- 팁필 머티리얼을 없애자. (그것때문에 오히려 더 안찍힘)

- 몰드 프레스 방식에서, 1T PC판재를 놓고, 그위에 보드를 놓은다음, 마지막에 몰드에 넣고 진공백을 쓰면 (베이스 단차가 줄어들지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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