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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Unabutomby Jul 19. 2020

CNC없이 만들어보는 카본 파우더 보드

보드 연구자의 핸드메이드 파우더 스노우보드 제작기

Episode 6: CNC 없이 만들어보는 카본 파우더 보드


그렇다. 카본. 카아본. 탄소 섬유. 사실 위의 제목에서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오는 단어는 아무래도 카본일 것이다. 현재 지구상에서 가장 인기가 좋으며, 고평가된 재질 중 하나는 카본일 것이다. 탄소섬유. 검은색 체크무늬로 이루어진 매끈한 면과 라인, 그리고 카본 으로 구성된 구조물을 손가락으로 팅겼을 때 나는 그 공명음은, 한국 사람이라면 누구나 갖고 있는 작은 저주, 장비병을 치유하고 악화시키는데 큰 도움을 준다. 카본은 사실 탄소이고, 여기서 이야기하는 것은 탄소 섬유, 즉 카본 파이버 이다. 물론 여기서 카본의 역할과 구조, 역사와 제작 방식에 대해 이야기할 생각도 필요도 없지만, 아무튼 카본은 가볍고 튼튼하며 탄력 있는 소재이다. 대표적으로 자전거, 자동차, 카메라, 등산 등의 대부분의 최상급 구조재로써 카본은 그 역할을 하고 있는 레져산업 역군이라 말 할 수 있다.


일단 카본을 바르고 나서 생각해보자, 이런 느낌이랄까.



Design Requirments

목공방을 계약하고 나서 하나의 스플릿 보드와 두개의 파우더 서프를 만들었다. 1편에서 보면 알겠지만, 재료는 배송비의 문제로 2대 분량씩 구입을 했었기 때문에, 한 대의 보드를 더 만들기로 계획했다. 이번 제작의 리콰이어먼트는 다음과 같다.


- 높은 평탄도와 정확도를 가진 보드 (완성도)

- 로켓 스타일의 노즈와 스왈로우 테일을 갖는 보드

- 만드는 과정을 열심히 기록하기

- CNC의 도움이 없이 베이스와 코어를 재단하기



보드의 설계는 대충 이런식으로 진행한다. 맥주 한캔하고 노란색 조명, 그리고 관엽식물을 이용한다.(?)

보드의 디자인은 다음과 같다.  150cm정도 되는 짧지만 통통한 파우더 보드를 만들고 싶었고, 8.5M의 사이드컷과 30mm의 셋백을 갖게 해주었다. 노즈쪽으로 1도 정도 오픈해주어서 노즈쪽이 눈 위에서  더 잘 뜨도록 했다.


그려놓고 보니, 코루아 펜슬과 많이 닮은듯 하다. 완성품을 놓고 본 피드백으로는, 노즈가 너무 급격하게 얇아지는것이 아닌가 하는 느낌이 들었다.


CNC-less Process

이번 제작의 가공 방식에 있어 가장 큰 도전은 CNC-less 제작이었다. 보통 나는 CNC 업체 (내가 자주가는 곳은 사당에 있다)에 베이스와 우드 코어를 보내서 재단을 받아왔다. 공임비는 한대 분량으로 3만원 정도 했는데, 회사 점심시간에 다녀와야하기 때문에 품이 조금 많이 드는 작업이었다. 그래서 되도록이면 CNC를 이용하지 않도 만드는 방법은 없을까 고민을 해봤다.


다행히도 공방에 레이저 커팅기가 있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공방 레이저 커팅기는 50w에 400*600 사이즈로, 직접 코어를 자르기는 단점이 많았다. (일단 원판이 들어가지 않으므로...) 내가 선택한 방법은 mdf 3T짜리 판재를 400*600으로 잘라와서, 보드의 템플릿을 3등분하여 조립할 수 있도록 레이져로 잘라내는 방식이었다. (mdf 3T를 자르는데도 레이저 커팅기가 매우 힘들어했다)

3T mdf를 레이져로 잘라낸뒤에 붙였고, 트리머를 이용하여 패턴 복사 기능으로 베이스를 잘라내었다.

이 mdf 판재는 베이스의 크기를 정확하게 1:1로 카피한 제품이다. 이 mdf에 베이스를 올려놓고, 트리머를 이용해서 잘라낼 수 있었다. 트리머는 다양한 기능을 많이 갖고 있는데, 베어링이 달린 칼날을 이용하여, 하판과 똑같은 단면을 갖는 상판을 만들어낼 수 있다. 베이스 재료가 모자란 관계로 지난번에 쓰고 남은 연두색 베이스를 상단에 붙여주었는데, 요새 유행하는 해머데크들 같아보이는 느낌이 들었지만, 뭐...


코오롱 데크가 아마 이런식이던가.

Wood Core

다음으로 가장 중요한 작업 중 하나는 우드 코어 작업이었다. CNC를 맡기면 쉬웠겠으나, 일단 CNC없이 제작하려고 하니 또 고민이 되었다. 일단 나무의 선택은 포플러 우드, 그리고 애쉬 스트립을 이용하기로 했다. 보드의 좌우는 포플러우드가 넓게 들어가고, 중간에 서핑보드 처럼 하드우드 스트립이 길게 들어가도록 설계했다. 이것은 가공의 용이성 + 재료의 가격이 더 저렴하기도 해서이다. 또한 내가 갖고 있는 우드 프로파일링 몰드 (자동 대패에 넣어서 나무의 두께를 깎아내기 위한 몰드)가 스플릿보드를 기반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폭이 20cm가 넘어가는 판을 작업할 수 없었다. 따라서, 일단 180mm 폭의 포플러 우드 판재를 두 개 주문하여 원하는 사이즈로 사각형으로 재단하고, 한쪽에 애쉬 쫄대를 붙여주었다. 


그리고 다시한번 레이저커팅기를 이용하여,  이번엔 하드보드지를 잘랐다. 이번의 도안은 지난번 베이스 도안보다 8mm정도 안쪽으로 들어오도록 (오프셋) 세팅하였다. 나무가 직접적으로 물에 닿게 하지 않기 위해서 ABS로 사이드월을 넣어줄 것이기 때문이다. 하드보드지 템플릿을 판재에 고정하고 연필로 그려준 다음, 골절기(육절기)를 이용하여 선을 따라 잘라냈다. 그후 측면을 샌딩으로 마무리하였다.

하드보드지로 만든 템플릿을 대고 잘라낸 우드 코어(7.5T), 두 판을 붙이고 사이월을 붙이면된다.

 그 후에는 ABS 사이드월을 붙여서 내구성을 확보하고자했고, 그렇게 만들어진 판재를 지난번 스플릿보드를 만들던 당시에 사용하던 몰드에 올려 자동대패로 깎아내었다. 끝부분은 2mm, 중간 부분은 7mm 정도의 두께를 갖는 우드 코어 프로파일이 반쪽씩 완성되었다. 이제는 두 판재를 목공 본드를 이용하여 접합하여 우드코어 + 사이드월을 완성하였다. 몇번 해보다보니, 그래도 조금은 익숙해지는 작업이지만, 혹시나 나무가 습기에 휘어질까, 어디선가 날이 튀어 부러지진 않을까 항상 노심초사 하게되는 작업이다.

작업이 완성된 우드 코어. 여기에 인서트홀 구멍만 잘 뚫어주면 끝이다.


Prep for Press

그렇게 우드 코어에 해당하는 작업을 마치고, 최종 프레스를 위한 부자재들을 점검하였다. 


- 엣지가 접착된 베이스

- 사이드월과 인서트홀이 시공되었고, 두께 프로파일링을 마친 우드 코어

- 유리섬유 2장

- 탑시트를 위한 카본 1장

- 에폭시 600g

- 그외 진공성형을 위한 부자재들.


지금까지 계속 해온 작업이었지만, 무언가 어디서 문제가 생길줄은 알고 있었는데, 결국 작은 문제가 하나 생겼다. 하단의 베이스의 경우에는 몰드에 테이프를 이용하여 정위치에 접착을 해놓았는데, 우드 코어를 정확한 위치에 올리기 위해서는 앞뒤 좌우로 가이드를 세워주어야, 프레스 과정에서 뒤틀리지 않는다. 어째서 똑같은 실수를 반복했는지 모르겠는데, 앞뒤 부분에 대한 가이드를 제대로 만들어주지 않은 바람에, 이번 보드의 경우, 약 15mm 정도 코어가 테일쪽으로 빠졌다. 다행히도 노즈쪽에 사이드월을 길게 만들어주었고, 지난번 설계보다 사이드월의 너비를 크게 주었기 때문에, 뒷부분에 우드코어가 살짝 노출된 것 말고는 큰 지장은 없었다. 그래도 아쉬운 마음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그리고 ㄱ자 철물을 이용하여 가이드를 세워주었는데, 이 높이가 너무 높아서 진공모터를 돌려놓고, 중간에 지퍼백을 열고 보강재를 넣어준 뒤에 다시 프레스를 하는 바람에, 베이스의 평탄도가 미세하게 울퉁불퉁해지는 안타까운 효과 역시 찾아왔다.


Result

결과적으로 완성된 보드는, 역시나 스노텍 명일점에 가서 사장님의 도움을 받아서 완성할 수 있었다. 중간의 얼라인 과정만 완벽했으면, 그래도 최상품의 퀄리티를 잡아낼 수 있었을 것 같은데... 


완성된 No.9 Carbonic의 모습. 실크스크린을 통해 로고도 몇개 넣어주었고, 외곽선을 따라 마스킹하여 검은색으로 진하게 칠해주었다. (사실 끝단 마감이 엉성하여...)
평탄 작업을 받은 베이스. 약간 울은 부분 때문에 노즈쪽에 손을 못 댄 부분이 조금 있다. (왁싱하고나니 깔끔)


이 글을 쓰고 있는 7월 19일 기준으로, 전대미문의 코로나 시국 덕분에 이 보드를 테스트하려면 역시나 4개월은 기다려야할 듯하다. 예상하건데 보드가 하드 하지는 않은듯 하고, 다만 카본을 앞단에 발라준 덕에 조금은 탄력이 좋아보인다. 물론 타봐야겠지만... 신터드의 높은 등급의 베이스를 사용했기때문에 확실히 빠를 것이고, 원래 예상(30mm)보다 10~15mm 정도 코어가 뒤로 밀려나는 바람에 40mm이상의 셋백을 가진 완전 파우더 용 보드가 아닐까 기대해본다.



Conclusion

 반성회를 해보자면, 생각보다 CNC 없이 제작하는 것이 어렵지는 않았다. 정교하게 만들 수 있었고, CNC를 이용하는 것에 비해서 큰 오차도 없었다고 생각이된다. 다만 제작 과정에서 오는 스트레스나 고려사항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부분이 많아서, 한번에 20~30만원 정도 소요되는 재료비와 제잡비/인건비 등을 고려해보자면 CNC를 맡겨서 작업하는 것이 훨씬 깔끔하다는 생각이 든다. (보통 1대 기준으로 5만원정도 소요되었던 기억이 있다. 베이스, 우드코어 작업하는데)

 이외에 이번 보드 제작에서 가장 반성해야할 점은 alignment가 아닐까 한다. 우드코어 파츠를 올리는 과정에서 노즈와 테일쪽에 블럭을 한개씩만 붙여주었어도 거의 완벽한 보드를 만들어 낼 수 있었을텐데, 에폭시를 개어놓은 그 상황에서는 생각이 잘 안나게 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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