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낙명(1722-1784)은 대제학을 지내고 판서 벼슬을 하였으며 학문뿐 아니라 문학에도 뛰어나 주목할 만한 글을 많이 남겼다. 그런데 홍낙명은 누구나 쉽게 하고 앉는 양반다리를 할 수 없었다. 이름처럼 양반의 상징이라 할 양반다리를 할 수 없었기에 고민이 많았다.
저 광대들의 놀이는 지극히 미천한 자들의 기예이지만 일반 사람들에게는 지극히 어려운 것이다. 그 사지와 온몸의 움직임과 변화가 내가 하고자 해도 따르지 못하는 것은 천부적인 것이 아니라 연습을 하여 그 방도를 터득한 결과다.
홍낙명은 온갖 방법을 동원해서 여러 날을 연습해보고 결국 자기가 양반다리로 앉아 일을 할 수 없는 것이 신체의 병이라는 걸 알게 된다. 하지만 맹자가 ‘하지 않은 것이지 할 수 없는 것이 아니다’라고 한 말을 새기고는 다시 생각을 바꿔서 자신의 노력이 부족한 것으로 결론을 내린다.
사람들이 갓을 쓰는데 젖히면 오만해지고 구부리면 거칠어지며 기울이면 삐딱해지고 똑바로 하면 단정해진다. 갓은 하나의 사물일 뿐이지만 구부리고 젖히고 기울이고 똑바로 하고에 따라 마음이 변하게 된다. 하물며 앉고 눕고 일어나고 멈추고 하는 큰 일은 말해 무엇하랴. 내가 이에 양반다리를 하지 못하는 것을 다행스럽게 생각할 수 없었다.
홍낙명의 글을 보는 동안 1970, 80년대에 유명했던 공옥진이라는 민속 무용가가 생각났다. 그녀는 대한민국 1인 창무극의 선구자였다. 어느 날 그녀가 해외초청을 받아 유럽의 대형 극장에서 공연을 하는 중 국내에서 이름을 날린 ‘병신춤’을 추게 되었다. 그것을 본 현지인들이 즉각 불쾌감을 드러내며 객석을 뜨는 소동이 벌어졌고 해외 매스컴에서도 일제히 비난을 퍼부었다. 그때 비로소 국내에서도 장애를 희화화했다는 각성과 반성이 나오기 시작했다.
구별distinguishment은 단순한 차이를 의미하고, 차별discrimination은 편견과 같은 가치 인식이 뒤따르는 단어다. 사람마다 신체 구조가 서로 다를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해야 하는데 남들과 다르다는 것 때문에 차별받고 어려움을 겪는 일은 21세기에도 여전히 진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