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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남 Oct 05. 2021

18. 세상에 나쁜 개는 없다

개를 묻으며_ 이시원

개를 가족처럼 사랑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래서 애견카페와 애견장례식장뿐 아니라 개를 데리고 갈 수 있는 콘도에 애견 전용수영장도 생겼다. 20세기만 하더라도 시장의 매대 위에서 개의 신체 일부를 팔았고, '개 패듯 팬다'는 말이 있듯이 개를 나무에 매단 채 두들겨 패서 잡는 모습을 쉽게 목격할 수 있었다. 그렇다면 조선시대 사람들은 개를 대하는 태도가 어떠했을까?      


공자께서 기르던 개를 묻을 자리를 주면서 자공에게 그 머리를 흙에 닿지 않게 하라고 당부했다. 이는 성인이 어진 마음을 사물까지 베푼 것이지만 주인을 사랑하는 충성심에 보답하지 않아서는 안 되기 때문이었다..... 

막내 아우 자한에게 개가 한 마리 있었는데 자기 주인에게만 충성을 다해야 할 터인데 형제가 한 몸인 줄 어떻게 알았을까? 자주 보았으니 길들여진 것이야 당연해도 한 몸을 나눌 수 없음은 또 어떻게 알았을까? 두 집안에 몸을 나누려 하다가 마침내 두 집안 사이에서 죽었으니 두 집이 보이는 곳에 묻히려고 스스로 택하였구나!     


<개를 묻으며>라는 글은 판서를 지낸 이시원(1790-1866)이 개를 땅에 정성껏 묻어주며 그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 또한 팔 년 동안 아우의 개가 두 집을 오가며 형제 사이를 우애롭게 만들고자 애썼는데 자신은 형제를 잘 대하지 못했다며 반성한다. 이 글을 보면 짐승과 사람의 교감이 오늘날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세상에 나쁜 개는 없다> <개는 훌륭하다>라는 TV 프로그램이 있다. 반려견이 심하게 짖거나 무는 행동, 특이한 현상 등이 있을 때 행동교육전문가가 다양한 방법으로 원인을 알아내고 문제행동을 치유하는 내용이다. 나는 이 프로그램을 통해서 문제를 가진 반려견보다 그 보호자의 일상적인 행동에 많은 잘못이 있다는 걸 알았다. 보호자로서 어떻게 리더십을 발휘해야 하는지, 어떻게 교육을 시켜야 질서를 잘 지키고 지혜롭게 행동하는지 등은 사람들도 익히고 배워야 할 내용이었다.     


주인을 따르는 정성이 사랑스럽고 문을 지키는 책임이 변함없다. 나는 이 때문에 그 용맹을 가상히 여기고 그 뜻을 기특하게 여겨 집에 두고 사랑하며 기른다. 너는 비록 천한 짐승이나 북두성의 정기를 받았으니 영특함과 지혜로움이 어느 동물이 너와 같겠는가? 

절도 없이 짖으면 사람들이 두려워하지 않고, 사람을 가리지 않고 물면 화를 입게 된다. 그러니 짖지 않아야 할 사람과 짖고 물어도 좋을 사람에 대해 알려주겠다....      


고려 중기의 대문호 이규보는 <개야, 내 너에게 이르나니>에서 짖어도 좋을 사람과 짖지 않아야 할 사람을 나누어 놓고 있다. 특히 재물을 훔치려는 자, 남의 약점을 염탐하는 자, 사람을 유혹하고 현혹시키는 늙은 박수나 음탕한 무당, 간교한 귀신이나 요사스러운 도깨비, 큰 살꽹이나 쥐 등은 짖어도 되는 경우라고 구체적으로 언급하고 있는 점이 꽤 흥미롭다.     


개 이야기가 나온 김에 개를 그린 그림을 잠깐 살펴보도록 하자. 예전에는 새해에 액을 쫓고 복을 빌면서 대문이나 벽장에 개 부적을 붙이기도 했다. 또 개를 그린 그림들이 많이 있는데 조선 중기의 화가 김두량이 그린 ‘모견도’는 새끼들에 대한 개의 모정이 잘 드러나고 있다(첫 번째 그림). 그에 반해 사도세자가 그렸다는 ‘개’ 그림은 느낌이 전혀 다르다. 작은 개 두 마리가 큰 개를 향해 반가운 듯 달려오는데 큰 개는 무심한 표정이다(두 번째 그림). 사도세자는 아버지에게 다가가고 싶은데, 아버지 영조는 부자가 아닌 군신관계로만 대하며 늘 엄격했던 걸 표현한 것 같다. 사도세자의 그림에서 두 사람의 관계를 미루어 짐작할 수 있어서 안타까운 마음이 더 크게 느껴진다.      

                  김두량 ‘모견도’                                   

                      傳 사도세자 '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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