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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자까야 Aug 13. 2024

예능이 하고 싶은 줄 알았다

너는 하고 싶은 걸 하잖아


예능작가가 하고 싶은 줄 알았다. 재미있는 예능을 만들기 위해 열심히 일했다. 친구들은 '너는 하고 싶은 걸 하잖아'라며 나를 부러워했다. 하고 싶은 일을 위해 열심히 도전한다며 자랑스러워했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 보니, 방송일이 정말 내가 하고 싶은 일이었나 의문이 든다. 하고 싶은 일이라면, 하기 전 기대되고, 하고 난 뒤 뿌듯해야 한다. 하지만 작가 일은 시작하기 전 부담감이 엄습하여 한숨부터 나오고, 끝내고 나면 후련했다.


어쩜 나 자신을 속인 걸 수도 있겠다. 사실 예능작가가 하고 싶은 일이 아니라고 인정하기 싫었다. 지금까지의 선택과 노력이 부정당하는 것과 같다 생각했다. 





하지만 이제 나를 속일 수 없다. 예능작가일을 잠시 멈추고, 혼자 모임을 만들며 깨달았다. 내가 하고 싶은 것과 하기 싫은 것, 해야 하는 것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아야 한다. 


예를 들어, 사람들이 가장 관심을 갖는 모임 키워드는 단연 '연애'이다. 나랑 맞는 짝을 찾고자 하는 욕구는 자손을 만들기 위한 인간의 본능이기 때문에, 연애 관련 모임에 사람들은 소비를 주저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내가 모임으로 돈을 벌기 위한 방법은 명백하다. 소개팅 모임만 만들면 된다. 하지만 나는 하지 않는다. 


소개팅 모임은 내가 하고 싶은 모임이 아니다. 나는 재미있는 콘텐츠를 만들고 싶어서 모임일을 시작한 것이다. 하지만 소개팅에서 신선한 콘텐츠를 적용하기 어렵다. 이성을 만나려는 목적이 뚜렷하기 때문이다. 아무리 재미있는 콘텐츠를 만들어도 사람들은 결국 가장 가성비가 좋은 소개팅 모임을 찾아갈 확률이 높다. 결국 소개팅 모임을 만들면 내가 시도 할 수 있는 콘텐츠가 적어진다. 


'소개팅'은 모임에서 돈을 벌기 위해서 해야 되는 일이다. 하지만 내가 하고 싶은 일은 아니다. 만약 내가 하고 싶은 일이 명확하지 않으면 '소개팅'을 계속 고민하고 휘둘리며 더 재밌는 모임을 만드는 시간과 돈을 허비했을 것이다. 


예능작가 일 때는 하고 싶은 일을 속여도 일을 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밖으로 나오니 돈을 벌 수 있는 뚜렷한 방법이 존재한다. '해야 되는 일'과 '하고 싶은 일'이 끊임없이 대립한다. 명백히 돈이 되는 방향으로 가지 않는 사람들도 많다. 이유는 '하기 싫기 때문에'이다. 이때 하기 싫은 이유가 중요하다. 왜 하기 싫은지 명확히 알아야 주저하지 않고, 일이 잘못되고 돈을 벌지 못해도 후회하지 않는 힘을 얻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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