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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자까야 Aug 06. 2024

인정받고 싶어요

재미있는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었다.


유명한 프로그램을 만들고 내 이름도 알리고 싶었다. 관심받고, 주목받고, 인정받고 싶었다. 유명한 선배 작가들처럼 인기 있는 대표 예능을 만들고 싶었다. 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내가 가지고 있는 아이디어는 남다르다고 믿었다. 아직 연차가 적어 그 능력이 발휘되지 못하고 있다 생각했다. 메인 작가가 되고, 목소리가 커진다면 내가 가지고 있는 아이디어로 신선한 예능을 만들 수 있을 것 같았다. 맛집에 가서 맛있는 음식을 먹야하는 예능, 과한 듯한 연예인의 일상을 보여주는 예능 말고 신선한 무언가를 보여줄 있을 같았다. 하지만 아이디어를 펼칠 수 있는 기회는 결국 오지 않았다. 티브이 프로그램은 줄어들고, 시청자는 나이 들어갔다. 7년 차가 되던 올해, 더 이상 나를 찾는 프로그램이 없다.





그래서 모임을 기획하고 운영했다. 내 아이디어를 발산할 수 있는 것이 '모임'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고 싶은 것을 다 했다. 아이디어를 실현하는 게 재밌었다. 잘 되는 모임을 여러 개 만들어, 꾸준히 수입을 받을 수 있으면 좋을 것 같지만 아직 갈길이 멀다.


잘 안 되는 모임이 왜 잘 안 되는지 이해가지 않았다. 신선하고 짜임새 있는 콘텐츠에 모집이 안 될 때는 능력이 부정당하는 것 같았다. 모임을 알리기 위해, 브랜딩과 마케팅에 관한 많은 책을 읽었다. 그중에  하나가 <무기가 되는 스토리>라는 브랜딩 책이다. 해당 책이 말하는 핵심 내용은 '소비자를 주인공으로 만드는 스토리를 만들어라'는 것이다. 모임에 신청하는 참가자들이 위험에 빠진 주인공이 되고, 내 모임은 그들을 위험에서 구해주는 역할이어야 하는 것이다


머리를 맞은 듯했다. 내가 만든 콘텐츠들을 돌아보니 자기중심적이었다. '최초 시도', '이런 모임 본 적 없었죠?'라는 말로 모임을 꾸미고, 기획 능력에 대해 자화자찬했다. 모임을 만들 때 참가자가 주인공이 아니라, 내가 주인공이 되는 모임을 만들었던 것이다. 참가자들이 원하는 것과 참가자들이 불편해하는 것을 먼저 파악해야 한다. 그래야 콘텐츠가 빛날 수 있다.


다시 생각해 보면, 예능을 만들 때도 내가 중심이었다. 프로그램을 잘 만드는 것, 시청자가 원하는 것을 보여주는 것보다 내가 돋보이고 싶어 했다. '나 이렇게 잘났어'라고 말하는 프로그램을 시청자들이 좋아할 리가 없다. 이 점을 깨닫지 못한 채 메인 작가가 돼도 성공할 리가 없다. 맛집에 가고, 연예인들의 일상을 보는 예능이 많은 건 다 시청자들이 원하기 때문이다. 시청자들의 니즈를 아무런 근거 없이 부정한 나 자신이 부끄럽다. 아이디어가 아무리 잘나도 아무도 원하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


모임을 시작한 지 8개월이 지났다. 인정 욕구와 욕심을 내려놓고 다시 처음부터 시작해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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