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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자까야 Jul 23. 2024

나는 외톨이였다


언젠가 반드시 너를 지켜줄 동료가 나타날 거야


만화 <원피스>에 나온 대사이다. 어릴 때부터 외롭게 자라온 '로빈'에게 유일한 친구인 '사우로'가 죽음을 앞두고 했던 말이다.


막내 작가일 때 외로웠다. 가장 큰 이유는 '성별'이었다. 나는 남자이고, 나를 제외한 선배 작가들은 여자였다. 그들의 관심사를 이해하지 못했다. 예를 들어, 나는 연예인 얘기를 하는 걸 즐기지 않았다. 연예인들이 SNS에 무엇을 올리고, 누구와 사귀고 헤어졌는지는 나한테 중요하지 않았다. 하지만 다른 작가들은 마치 알던 친구의 일인 양 열심히 몰입해 이야기했고, 그런 이야기를 할 때면 나는 입을 꾹 닫았다.


적응을 하지 못했던 다음 이유는 나의 '성격'이다. 다른 작가들의 관심사에 적응하려면 이해하기 위해 노력을 해야 하지만, 나는 그러지 못했다. 환경에 맞게 나의 기질을 바꾸는데 능숙하지 않았다. 그래서 관심 없는 이야기에는 반응하지 않고, 호감이 가지 않는 사람에게는 거리를 유지했다. 이야기할 때 친근감 있게 반응하지 않자, 화난 것 같다고 말하던 사람들이 종종 있었다. 나의 무표정이 그들에게는 적개심으로 느껴졌을 거라 생각된다. 


그래서 아무런 힘이 없던 막내작가일 때는 외로웠다. 맘 놓고 다가갈 수 있는 선배가 없었다. 혼자 일하고, 실수를 하면 혼자 해결하고, 그러지 못할 때는 혼났다. 


자연스럽게 예능 작가로 이루고 싶은 목표가 생겼다. 시간이 흘러 경력이 많은 메인 작가가 된다면 마음에 맞는 동료들을 만들고 싶었다. 이런 나의 단점도 포용해 줄 수 있는 편한 동료를 만들고 싶었다. 그리고 그 동료들과 이 세상 티브이 프로그램들이 다 없어질 때까지 일하고 싶었다. 혼자라고 느껴질 때면 언젠가 동료가 나타날 거라던 '사우로'의 말을 항상 떠올렸다. 




모임 사업을 시작한 지 반년이 넘었다. 새로운 시도를 더 많이 하고 싶었다. 그러던 중 모임 플랫폼 여름 콘테스트에 당첨이 되었고, 플랫폼의 지원 아래 여행 모임을 기획할 수 있었다. 토끼가 거북이를 추격하는 새로운 콘셉트의 여행 모임이었지만, 혼자서는 역부족이었다. 여행 모임을 한 번도 해본 적 없고, 그 많은 팀을 다룰 수 있는 역량이 아직 안 됐다.


그래서 내 모임에 자주 참석하던 참가자 A에게 함께 해보지 않겠냐고 물어봤다. 그러니 A도 흔쾌히 수락했고, 모임에 대해 함께 이야기했다. A는 여행 모임을 참석하고 기획해 본 경력이 있어, 회의 중 많은 조언을 받을 수 있게 되었다. 회의도 즐거웠다. 회의를 통해 나도 여행 모임에 대해 많이 배웠고, 무엇보다 불안을 줄일 수 있었다. 아무것도 모르던 여행 모임을 혼자 기획할 때는 수많은 변수들을 생각하며 마음 졸였다. 하지만 경력이 많은 A와 함께하자 걱정은 줄어들고, 지금은 무조건 재밌을 거라는 확신만 가득하다. 


또 모임장들의 모임에서 만난 B와도 함께 모임을 계획했다. B는 파워블로거이다. 글쓰기로 통하는 지점이 있었다. 그래서 함께 글을 쓰는 대규모 모임을 기획했다. B와 하는 회의도 굉장히 만족스러웠다. B는 내가 가지지 못한 '대규모 모임'에 대한 경험이 있었다. 수많은 대규모 모임을 참석하고, 분위기, 시스템 등에서 많은 경험이 있던 B는 인원을 어떻게 다룰 지에 대해 노하우를 아낌없이 말해줬다. 특히 B는 긍정적이고 쾌활하다. 내가 아이디어 마음에 들지 않으면 고개를 갸우뚱하지만, 만약 마음에 든다면 "대박이인 거 같아요!", "이거 무조건 사람들이 좋아해요"라며 칭찬 리액션을 단전까지 끌어올린다. 그래서 아이디어를 낼 때마다 즐거움이 배가 되고 괜히 어깨가 으쓱해진다. 


이렇게 가다 보면 분명 오래 함께 일하며 마음을 맞출 수 있는 동료들이 생기지 않을까 싶다. 부족한 점을 채워 주고 의지 할 수 있는 사람들. 메인작가가 된 먼 훗날의 이야기가 아닐 수도 있다. 시야만 조금 넓히면 좋은 사람들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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