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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자까야 Jul 09. 2024

내가 하고 싶은 건 이게 아냐

나는 나답지 못했다


예능 작가로 일하며 내가 하고 싶었던 일이 아니라, 해야 되는 일을 했다. 신입 방송작가가들이 가장 많이 하는 업무는 자료조사이다. 회의 때 모든 제작진이 보고 참고하는 용도이다. 하지만 정작 자료를 찾아가도  안 보는 사람들이 많다. 수십 페이지를 자료로 꽉꽉 채웠지만 슥슥 넘겨보고 구석으로 치워두는 자료들이 많다. '보여주기'식 자료를 위해서 밥도 제대로 먹지 못하고, 잠도 제대로 자지 못한 채 일을 했다. '어차피 안보는 자료를 왜 찾아야 되지'라는 생각이 머리를 채웠다. 자료 조사를 시작할 때면 한숨부터 푹 나오고 스트레스 지수가 올라갔다. 내가 하고 싶었던 일을 하고 싶었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 모임을 시작했다. 처음엔 재밌었다. 하고 싶은 아이디어를 바로 실행해 볼 수 있었다. 그렇게 6개월 동안 10개가량의 모임 콘텐츠를 제작했다. 하지만 곧 문제를 발견했다. 나 같이 모임을  많이 만들면 사람들이 오지 않는다. 진짜 잘하는 모임장들은 대규모 모임을 하나 만들고, 그 하나로 꾸준히 모임을 이어가거나, 천천히 다른 콘텐츠를 시도하며 확장했다. 모임을 한 가지 만들어, 내 이름을 먼저 알리는 것이 중요했다. 그래야 사람들이 인정 해주고 수익을 얻을 수 있다. 


유명 모임장들을 연구했다. 어떻게 해야 그들처럼 될 수 있을까 고민했다. 연애 모임을 만들어 사람들의 이목을 끌까, 대규모 파티 모임을 만들어 꾸준히 수익을 내볼까 생각했다. 하지만 실행하지는 못했다. 이미 해당 분야에서 너무 잘하는 모임장이 자리를 지키고 있어 시도할 용기가 나지 않았다. 그리고 대규모 모임을 하면 사람들과 이야기할 수 없이 진행만 해야 될 것 같아 내키지 않았다. 나도 모임장으로서 모임을 즐기고 싶었다. 또한, 한 가지 모임으로 꾸준히 밀고 나가면 다양한 모임 아이디어를 실현시킬 수 없을까 두려웠다. 


그래서 결정했다. 나를 대표하는 모임 한 가지가 없어도 된다. 다양하고 신선한 모임 콘텐츠 만드는 걸 좋아해서 도전한 분야이다. 내가 행복하게 느끼는 대로 하면 된다. 재미있을 것 같은 모임은 되던 안 되던 일단 만들어보고 결과를 지켜볼 예정이다.


하마터면 나는 나를 또 잃어버릴 뻔했다.  잘 되는 유명 모임을 쫓으며 행복하지 않은 길로 갈 뻔했다. 아직 재밌는 모임 아이디어를 생각하면 가슴이 뛴다. 사람들과 직접 만든 아이디어로 재밌게 놀 생각, 인정받을 생각을 하면 설렌다. 그러니까 그냥 나는 내가 하고 싶은 방식으로 하려고 한다. 그게 중구난방으로 보이면 어쩔 수 없다. 그게 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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