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은 많이 받고 싶지만, 일은 못하겠어.
웹디자이너를 뽑기 위해 면접을 진행했다. 꽤 많은 사람이 지원했고, 그중 포트폴리오와 경력을 보고 한 사람에게 연락해서 면접 일정을 조율했다.
당장 면접을 보겠다는 A 씨는 회사와 멀지 않은 곳에서 일하고 있어서 퇴근 후 바로 면접을 보러 왔다.
짧은 인사 후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현재 회사에서 어떤 업무를 하고 있는지,
현재 회사에서 받는 연봉은 얼마인지,
희망 연봉은 얼마인지,
현재 회사에서 받고 있는 연봉보다 1,000만 원 더 받고 싶다는 A 씨는 나와 나이가 두 살 정도의 차이였다. 운동하다가 개인적인 이유로 웹디자이너로 일한 지 3년 차가 된다고 했다.
편의점 직원보다 월급이 적죠?
회사에서 2년 동안 연봉 동결이었어요.
정확히 어떤 업무를 하고 있는지 물어봤을 때 홈페이지 기획 및 제작, 이미지 제작 등을 한다고 했다.
주된 업무는 홈페이지 제작이라 좋다고 생각했는데 대화를 나누면서 내가 생각한 것과 달랐다. 템플릿을 이용한 제작이었고, 페이지 길이도 2000px 정도였다.
우리는 병원 홈페이지를 주로 제작하는데,
가능할까요?
이러한 질문에도 오케이 했던 A 씨. 60분 동안 회사에서 어떤 업무를 하는지 차근차근 알려줬고, 당장 출근하고 싶다고 나에게 말했다.
하지만 2년 넘게 다닌 회사를 하루 만에 무단 퇴사하는 것을 나는 원하지 않았다. 아무리 작은 업무라도 인수인계는 남은 사람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이다.
인수인계는 회사와 조율해서 끝나고 출근하는 게 좋을 거 같아요.
이후 우리의 면접은 끝났어야 했다. 하지만 A 씨는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았다.
사실은 …
제가 누끼를 잘 못 따서 …
포토샵, 일러스트 툴이 손에 익지 않아서 …
해본 적 없는 업무인데, 잘할 수 있을까요?
도와줄 사람 없이 혼자라면 당연히 어렵다. 시행착오도 많고, 제대로 하고 있는 게 맞는지 의논할 사람이 없다면 일하면서도 계속 의심할 수 있다. 이미 잘하는 직원이 있었고, 업무가 많아 추가로 한 명을 더 뽑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상관없었다.
지금 있는 디자이너가 누끼를 잘 따요.
포토샵, 일러스트 마스터라서 괜찮아요.
잘 알려줄 거예요.
그래도 확신과 자신이 없었는지, A 씨는 똑같은 말을 여러 번 하면서 나를 지치게 했다. 2년 차, 3년 차면 배우면서 해도 된다고 했지만, 1인분은 하고 싶다는 그에 말에 내가 할 수 있는 말은 더 이상 없었다.
사실 이 정도면 그냥 보내는 게 맞았다. 남한테 관심이 없는 편이라 괜한 오지랖을 부리는 것보다 알겠다고, 연락하겠다고 하고 보내면 그만이다.
그날은 아까웠다. 60분 동안 회사에 대해 알려주고 어떤 업무를 할 것인지를 상세히 설명했는데 돌아오는 답변은 무척 실망스러웠다. 어쩌면 당일 퇴사 후 당장 출근하고 싶다는 말을 했을 때부터다.
실망감과 할애한 시간에 대한 아까움, 나와 비슷한 또래에 대한 안타까움이었을까. 평소와 다르게 오지랖을 부렸다.
말만 1인분 역할은 해야 한다고 하는 건 아닌지,
배우면서 하면 된다고 했는데 자꾸 못할까 봐, 안 해봐서..라고 말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누끼든 뭐든, 정말 의지가 있다면 출근 전에 유튜브를 보든, 책을 보든 연습하면 되는 건 아닌지,
이미 A 씨는 못한다, 할 줄 모른다고 말했다. 나는 배우면 된다고 말했기 때문에 이후 상황은 내가 받아들여야 하는 부분이다.
불쾌할 수 있지만 답답했다. 한 번만 해도 될 말을 10번, 20번씩 하면 어느 누구도 좋아하지 않는다. 다른 곳에서 면접 보면 해야 할 말과 하지 말아야 할 말을 생각해야 할 것 같았다.
A 씨는 나에게 말했다.
면접 보는 자신의 입장만 생각했을 뿐,
면접관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았다고
다 할 줄 안다고 하고 뽑았다가 못하면 실망할 거라고 생각했다고,
틀린 말은 아니다. 이력서에 허위로 작성하고 막상 일을 시켰을 때 못하는 사람도 많이 봤다.
하지만 분명 여러 번 괜찮다고, 배우면서 하면 된다고 말했지만 A 씨는 나를 너무 질리게 했다.
요즘 같이 자신을 어필해야 하는 세상에 솔직함이 마냥 좋은 건 아닐 텐데 …,
.
.
.
A 씨와 면접이 끝난 뒤 생각했다.
지금 A 씨가 다니고 있는 회사에서 연봉 동결이 된 이유를 알 것도 같았다. 회사는 학교가 아니다. 계속 못한다, 할 줄 모른다고 말하는 발전 없는 직원에게 연봉을 올려줄 대표는 없을 것이다.
.
.
.
일을 잘하고 못하고의 문제를 떠나서 마인드가 중요하다. 배우려는 의지가 있는 사람과 배우려는 의욕조차 보여주지 않고 못한다, 못할 거 같다 등 말만 하고 때우는 사람의 차이는 매우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