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상용 인간 vs 기능성 인간

매력 어필법

by Magenta Case
당신은 공작인가요, 닭인가요?


공작은 '가지고 싶은 새'이고 닭은 '먹고 싶은 새'다.

인간은 늘 필요한 것보다 소유하고 싶은 것에 더 큰 가치를 느끼고 기꺼이 돈을 지불한다.




중학교 시절, 질풍노도의 시기에 나는 친구를 부모님보다 더 중요하게 여겼다. 친구들 무리에서 따돌림을 당하지 않으려고 노력했고, 나를 빼고 아이들끼리 매점에라도 간다면 그렇게 불안하고 서러울 수가 없었다.

그렇게 아등바등 친구들과의 관계에 허덕이고 있던 내 눈에 항상 띄던 여자애가 있었다.


교실이라는 작은 왕국의 권력을 거머쥔 '공작새'. 하이틴 드라마의 클리셰처럼 어김없이 존재했던 퀸카였다. 아이들은 그녀의 눈에 들기 위해 선물을 바치고 재롱을 떨며 자발적 신하가 되기를 자처했다. 뭔지 모를 아우라를 풍기는 그녀는 존재 자체로 계급이 되는, 완벽한 '관상용 인간'이었다.



타고난 공주들, 즉 언니와 동생 사이에서 어중간한 둘째 딸이었던 나는 생존 전략을 터득해야만 했다. 가족 나들이 때 그녀들이 차 안에서 우아하게 기다리는 동안, 나는 아빠와 함께 끙끙대며 아이스박스와 텐트를 날랐다. 그때 본능적으로 깨달았다. 예쁜 인형들 사이에서 살아남으려면 '쓸모 있는 아들'이 되어야 한다는 것을. 나의 '기능성'은 그렇게 단련되었다.


캠퍼스라는 정글에 들어서자 이 분류는 더욱 극명해졌다. MT와 미팅에서 '관상용' 그녀들은 잘난 남자들의 트로피가 되었고 남자친구 자동차로 등하교를 했다. 그들의 변덕은 매력이었고, 남자들은 기꺼이 그녀들을 추앙했다. 반면 '기능성' 그녀들은 요리 실력이나 현모양처의 가능성으로 자신을 어필했다. 학기 중에도 궂은일을 도맡아 하였고 늘 주변을 챙기는 모습으로 존재감을 키워나갔다.


90년대, X세대의 아이콘 전지현이 '엽기적인 그녀'로 스크린을 장악했을 때, 우린 남자를 쥐락펴락하는 새로운 유형의 '공작'을 목격했다. 항상 청순함과 순종적인 캐릭터로 여성이 인기 있던 시대에 그녀의 예측불허함과 되바라짐 마저 매력이 되는, 그야말로 압도적인 '관상용 인간' 가치의 시대였다.


이 게임의 룰이 어디 여자에게만 해당될까?

남자들의 세계도 마찬가지다. "결혼식 하루 창피하면 평생이 편하다"는 농담 반 진담 반의 속설.

바로 '기능성 남편'을 선택한 그녀들의 은밀한 고백 아니던가.




사람들에게 어떤 인간이 되고 싶냐고 물어본다면 과연 누구에게 투표할까?

당연히 존재만으로 가치를 입증하고 사랑받을 '관상용 인간'일 것이다.


그러나 시간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흐르는 법. '관상용 인간'만으로 얻은 가치는 세월 앞에서 힘없이 바래기 마련이다. 반면, 스스로를 단련시켜 온 '기능성 인간'은 타인을 읽는 관찰력과 자신을 성장시키는 능력으로 시간을 자신의 편으로 만든다. 물론 여기에도 함정은 있다. 타인의 인정이라는 달콤한 보상에만 매달리다 보면, 어느새 '나'는 사라지고 타인을 위한 부품으로 전락할 수 있으니.



관상용 인간으로 편리하지만 수동적인 삶에 파묻혀 60대의 나이에도 미모의 여성으로 대접받고 싶어 하는 삐뚤어진 공주가 된 이도 보았고,

기능성 인간으로 끊임없이 남편에게 인정을 갈망하고 관상용 인간을 매우 혐오하는 자아 없는 아내도 보았다.


관상용이든 기능성이든, 나이와 상황에 따라 적절히 두 인간을 혼합하여 스스로의 매력을 만들어내는 지혜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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