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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별을찾는아이 Sep 06. 2021

하기로 했으면, 그냥 하면 돼.

망설이지 말고, 주저하지 말고.

 여긴 육군 장교 후보생들을 훈련하는 곳. 아침 6시. 기상 빵빠레가 울린다. 아침 점호를 위해서 기상해야 하는 시간이다. 왜 이렇게 아침에는 일어나기가 싫던지, 나만 그랬던 건 아닌 것은 분명하다. 6시 30분 점호를 위해 모이는 모습들을 보면, 안 일어나는 몸들을 이끌고 오는게 눈 앞에 보였다. 

 그렇게 아침을 먹고 일과를 위해 준비하다가 보면, 긴장되고 경직되어 있는 나의 모습이 눈에 보였다. 새로운 환경 속에서 적응 하는 것은 정말이지 고통이 수반된다는 말이 실감되었다. 여러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는 걸 내 몸으로도 인지하고 있었다 


다, 그런거지 않습니까?


 나와 몇번 이야기했던 조교는 군이라는 곳 자체가 쉬운 환경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다는 듯, 그런 과정들을 의레 겪는다는 듯이 이야기했다. 하지만 당장 적응하기 바쁜 사람인데 그런 말이 눈에 들어왔을까? 열심히 배우고 이것 저것 알려주는데, 이게 귀에 들어가는건지 입에 들어가는건지도 모르겠었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보여지는 나의 모습이 두려워서 그랬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몸동작이 좀 느리고 어설픈 나에게 육체적으로 뛰어다녀야 하는 훈련 자체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렇다보니 망신살 뻗치는 일들도 부지기수였을 것이고, 남들한테 보여지는 모습이 쪽팔리지 않았을까? 놀림감이 되는 내 모습이 보여지는게 별로 보기 싫었을 수도 있다. 

 또, 잘 해야 한다는 압박감도 있었을 것이다. 학교 혹은 사회하고도 비슷하게, 잘 하는 사람부터 못하는 사람까지의 서열을 나누고 그 점수를 매기게 된다. 솔직히 꼴등했다는 이야기는 어느 누구도 듣기 싫은 말 아니던가? 나도 뭐라도 해야 한다는 생각에 뛰어 다니기에 바빴다.


하기로 했으면, 그냥 하면 돼.


 그렇게 군대에서 적응 아닌 적응을 하던 도중. 조회 시간에 다른 이야기 도중에 어느 교관으로부터 듣게 된 말. 자꾸 망설이지 말고, 주저하지 말고, 하기로 결정했으면 그냥 그걸 이행하면 된다는 말. 자꾸 재고 따지고 하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이야기를 했다. 사실 그 때 나는 경직되어 있는 나에게 해주는 말인 것 같아서 뜨끔했다. 

 그 때의 나에겐 하면 된다는 생각보다 '못하게 되면 어떻게 되지? 나만 바보 같은 인간 되는 건 아닐까?' 등등의 생각에 사로잡혀 있었다. 뭐든 것이 서툴러서 어쩔 줄 몰라하는 또 다른 나가 나를 괴롭힌다고 해야 할까나. 못한다고 이야기를 차마 못하지만, 그렇다고 잘한다고는 더욱 이야기할 수 없는. 마음 속에선 끊임 없는 경직되어 있는 나와 싸우고 있었다. 

 그나마 다행이었던 건, 시간은 점점 지나 훈련이 끝나고 난 뒤 부대에 배치받고서는 이런 마음의 긴장에서 점점 자유로워졌다는 사실이다. 하기로 했으면 그냥 하면 된다는 말을 지금도 생각하고 있는 이유 중 하나는, 그냥 마음 먹었으면 과감히 행동하게 해주는 말이기 때문일 것이다. 물론 누군가에겐 쉬운 일이, 나에겐 어려운 일이라는 점엔 변함이 없었지만.


마음 독하게 먹어야 할거야.


  대학원을 가야 하나 말아야 하나 망설일 때도 그랬다. 마음 속에서는 가고 싶다는 생각부터 확정이 되었지만, 막상 학교에 가서 부딪혔을 때 내가 잘 감당해 낼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양립하였다. 주변에서는 너 그거 할 수 있겠냐는 소리부터, 군과 대학원을 병행하는 것부터가 쉬운 일이 아니라는 이야기도 수없이 들어야만했다. 솔직히 이런 저런 겁주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에 괜한 짓하는 것 아닐까 싶기도 했다.

 하지만 해보고 싶다는 마음과 잘 할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이 공존하는 가운데에서 나는 다시 저 말을 떠올리게 되었다. '하기로 했으면, 그냥 하면 돼.' 그 말을 다시 떠올렸을 때, 나는 과감히 입학원서를 지원했다.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마음 속에선 이미 하기로 했으니까.

 몇 년 지나서도 이 말을 내 마음 속에 새기는 것을 보면, 나도 은근 답정너(답은 정해져 있어, 너는 말하면 되)에 속하는 부류 아닐까 싶다. 이미 마음 속에선 하기로, 혹은 하지 않기로 결정한 상황인데. 주변 혹은 심리 상태에 좌지우지되는 것 같다.


그래서, 하기로 했으니까. 하면 되는거야.


 행동하면 모든것이 이루어지는 요술램프 같은 세상이 있다고 이야기 할 순 없다. 하지만 행동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는 단순한 진리를 깨닫는데에는 오래 걸린것 같다. 뭐라도 부딪혀보지 않으면 내 존재의 가치를 깨달을 수 없고, 내 자신이 갖고 있는 숨겨진 것들을 찾아낼 수 없기에. 한번 하기로 했으면, 한번 부딪혀서 해보면 되는거다. 그래야, 내 안의 새로운 힘을 발견해내고 더욱 새로운 나로 발전할 수 있을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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