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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별을찾는아이 Sep 09. 2021

하고 싶은데로 하세요, 멋있게

하기로 했으면 하면 돼의 연장선 상에서

 대학생 때였다. 내겐 무슨 생각이 있었던건지는 잘 기억이 나질 않지만, 난 그저 학점에 따기에 바쁜 대학생에 지나지 않았다. 그냥 저냥 학교와 집을 왔다갔다 하는 소위 '아웃사이더'의 느낌이었다. 솔직히 내가 핵인싸 느낌이 아니라는 것을 잘 알았기에, 굳이 인사이드로 들어가려는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다. 지금 와서는 벽을 치고 사는 것은 아니었나 돌아보게 되지만 하여튼 그땐 그랬다.

 그런데 이 아웃사이더로 사는 것도 생각보다 일이다. 학교에서 어딜 가야할지 몰라 헤메이는 영혼이라고 해야 하나. 도서관에서 죽치는 것도 한계가 있다. 쥐죽은듯이 학교를 다니고 있던 나였고, 남들에겐 몹시 차갑던 나의 모습을 기억한다. 그 때의 나에겐 어떤 자격지심? 혹은 다른 불편함이 자리잡고 있었던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분명한건 조용하게 다니던 나에게 행동하고 싶다는 욕구는 분명히 있었다.

 하지만 무엇을 해야할지는 솔직히 몰랐다. 내게 어울리는 무언가를 어디선가 찾을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만 갖고 있었지, 대학생활하는 것이 다 거기서 거기라는 생각이 내 머릿속을 가득채웠다. 그래서 나는 대학교 3,4학년을 채울 활동으로 무엇을 할지를 고민하다가 2가지 원칙을 정하기로 했다.


 첫번째. 남들이 생각치 않는 활동을 좀 해보자. 그 당시에 대학생들 대외활동을 보면 천편일률적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사실 지금도 그런 것 같다.) 가볍게 해서, 가볍게 인증을 받고, 자소서에 한줄 적는 정도. 솔직히 내 마음엔 저걸 한다고 해서 나의 가치가 크게 달라질 것 같지 않았다. 그게 싫다 좋다의 호불호가 아니라, 내게 많은 변화를 주지 못한다는 생각을 했다. 가볍지 않고 치열하게 부딪힐 수 있는 무언가를 찾고 싶었다.

 두번째. 쟤 왜 사서 고생하냐는 이야기를 들으면서도 해내는 모습을 보여주자. 사실 나는 무엇을 하든 끊임없는 인내심과 집념을 갖고 임해야 나의 역량 범위도 넒어진다는 것을 알았기에, 그에 걸맞는 활동을 찾고 싶었다. 육체적인 것도 좋았고, 역량을 넓히는 것도 다양하게 생각해보기로 했다. 설령, 부딪히고 깨져도 후회없이 했노라고 이야기 할 수 있는 정도로 해내보고 싶었다. 


 그렇게 2학년을 보내던 찰나. 우연찮게 내가 보게 된 곳은 SIFE(현재 Enactus(인액터스))를 소개하는 글. 대학생들이 각 학교에서 팀을 구성하고 비즈니스 프로젝트를 지역 사회에서 실행하며 변화를 이끈다고 소개하였다. 대학생들이 이런걸 할 수 있을까 싶었던 활동을 누군가는 실행하고 있다는 사실에 좀 놀랬다. 학교에서 배우는 걸 넘어서 사회에서 행동한다는 것이 내겐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분명 이건 내가 생각했을 때에도 대학생 또래에서 쉽게 하기 어려운 활동이었거니와, 사서 고생(?) 할 수 있는 충분한 활동이라는 점이 느껴졌다.

 하지만 그때는 학기 중. 무언가를 시작하기엔 타이밍이 좋지 않다고 생각했다. 마음 속에만 저장해놓았고, 당장은 급하게 하지 말자 하고 접어두었다. 그리고 학기가 끝났을 때 즈음, 나는 중대한 고민에 빠졌다. '내가 잘 해볼 수 있을까?'. 내가 안 해본 일을 도전한다는 것 자체부터가 큰 용기가 필요한 일이었고, 특히 그 가운데에서 사람들간의 갈등을 어떻게 조율할지도 생각해보게 되었다.

 너무 먼 미래를 생각했던 것일까. 일어나지도 않은 일들에 섣불리 걱정하는 건 아닌가 싶다가도, 결국 내가 직면해야 할 일들이라는 것을 알았기에. 내가 그걸 충분히 감당할 수 있을까 싶었다.  


 SIFE Korea에 가서 학교 내 팀 설립 관련해서 상담을 받고선 여러 생각들에 잠겼다. 사실 대학교 내에서 내가 아는 사람들 중에선 함께 하자 할만한 사람이 안 보였다.(아니, 그냥 사람들을 알지 못했다고 이야기하겠다.) 당장 시작하기 위해선, 사람들을 모아야 했고 이런 활동을 하겠다는데 누가 이걸 호응해 줄 수 있을까 걱정만 앞섰다. 당연한 일이겠다. '아웃사이더'를 자칭하던 내가 갑자기 나서게 되면 무슨 변화가 일어날까 싶기도 했고.

 집에서 여러 생각에 잠기던 중. 어느 라디오를 키고 음악을 듣다보니, 갑자기 흘러나오던 노래에 꽂혔다.


"하고 싶은데로 하세요~ 멋있게. 행복하게 사는거죠."

 

 롤러코스터의 '힘을 내요, 미스터김' 노래 가사를 듣다가.... 그러게! 하고 싶은데로 멋있게 하면 되는 거였네! 굉장히 중대한 깨달음을 얻은 것처럼 즐거운 생각들이 샘솟기 시작했다. 하고 싶다는 마음이 이미 내 안에는 정해져 있었는데, 단지 미래의 걱정과 두려움으로 휩싸여 계속 망설이고 있었던 것이다. 

 내가 학교 내에서 모집을 위해 일을 저지르고 나면 작은 시작이 이루어진다는 것은 분명했다. 그 과정이 어떨지는 누구도 알 수 없는 일이지만, 분명한건 내 스스로 행동해야 이 모든 것이 이루어질 수 있다는 사실이었다. 

 저질르고 나면 어떻게든 수습이 되더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던 나였기에. 그 즉시 사람을 모집하기 위한 행동 절차에 돌입했다. 순식간에 모집 포스터와 지원서를 뚝딱 만들어내었고, 결국. 학교 홈페이지에 모집한다는 게시글을 올리면서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다. 정말, "하고 싶은데로 하세요. 멋있게."


 그 결과가 어땠냐고? 사람들이 모였다. 7명 남짓이 모여서, 새로운 도전을 시작하게 되었다. 사실 난 감사했다. 아무도 모르는 사람한테 같이 하자고 이렇게 올거라고는 생각치 못했기에. 행동한 결과는 내게 새로운 전환점을 만들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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