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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별을찾는아이 Sep 19. 2021

하고 싶을 때가 아닌, 할 수 있을 때

기회가 그리 쉽게 찾아오지 않는다.

 '하고 싶은데로 하세요, 멋있게'를 이야기한지가 며칠 전인 것 같은데. 이 와중에 갑자기 내가 생각난 키워드는 '할 수 있을 때'였다. 하고 싶은데로 하는 것 역시 삶의 주체로서 행동을 결정한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그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는 최적의 타이밍 아닐까.


 대학교 때만 해도, 사실 나의 모토는 하고 싶은 데로 하며 살자였다. 수업도 내가 하기 싫은 것 굳이 듣지 않았기에, 숫자에 약한 내가 경제학 복수전공을 해낼 수 있었던 것도 이 이유에 속하겠다.(미안하다, 문송하다. ^^) 내가 억지로 다른 사람들과 친해질 이유가 없었기에, '선택적으로' 사람들과 친해질 수 있었다. 다시 말해, 굳이 내가 하고 싶지 않은 것들을 억지로 하지 않아도 큰 문제가 없었기에 그랬을 것이다.


 이 모토가 갑자기 바뀌게 된 것은. 통제를 받는 군대 생활이 많은 통찰력을 던져주었기 때문이다. 당장 훈련이라는 통제된 생활에 들어가는 순간. 하고 싶은 것들을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권리는 제한되었다. 특히나 긴장된 생활 속에서 내가 제일 힘들었던 것은 화장실 가는 것 역시 쉬는 시간에 가야한다는 사실이었다. 화장실 자체가 멀리 있다보니 어쩔 수 없는 일이기도 했다. 처음에는 이 통제받는 생활이 너무 어려웠다.


 그럼에도 사람은 적응의 동물이라던가. 차츰차츰 적응이 되어가며 내가 하고 싶을 때가 아닌 주어진 기회가 찾아왔을 때 행동하는 패턴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조금이라도 열이 좀 난다 싶으면 진료 받을 수 있는 타이밍에 의무대에 가서 진료를 받는다던지. 간식을 먹으며 쉴 수 있는 타이밍이 오면 짬을 내서라도 쉰다던지. 기회가 주어질 때 그 기회를 제대로 이용하자는 생각이 자리를 잡았다. 기회가 그리 쉽게 찾아오지 않는다는 걸 너무 잘 알게 되었기에.


 그런데 이런 생각의 변화는 행동의 변화로 이끌게 해주었다. 단지 훈련받을 때의 생각 뿐만 아니라, 삶의 변화도 이끌게 해준 원천이 되었다. 대학원을 가게 된 배경 역시 하고 싶을 때가 아닌, 할 수 있을 때 가보자는 생각으로 임했다. 


 지원을 하려다보니 망설여졌던 건, 평일 일과 끝나고 학교에 등교할 정도로 내가 여유가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었다. 부대에서 학교까지의 거리는 1시간 정도지만,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시간이 1.5배로 꽤 걸린다. 자동차도 없는 현실에서, 내가 굳이 괴로워하며 해야 할지에 대한 고민이 밀려왔다. 그러나. 또 이렇게 할 기회가 사회에 진출했을때 찾아올까 싶었다. 하위 계급이고 상대적으로 다른 계급보다 여유가 있을 때, 그러니까 할 수 있을 때 해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된다. '다음' 기회가 아닌, '지금' 기회에 말이다. 학업계획서를 쓰고 덜컥 지원했고, 면접을 보고 덜컥 합격했다.


하고 싶을 때 하라고 이야기 못하겠다. 할 수 있을 때 하렴.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행정병이나 후배 소위들한테도 한결같이 이야기하고 다녔었다. 하고 싶을 때 하라고 이야기하는 것은 정직하지 못한 것 같았다. 어느 누구한테도 기회가 오지 않았는데, 그 기회를 이용할 수 있다고 이야기하는 것은 마치 거짓 선지자가 이야기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행정병들한테도 휴가를 가고 싶을 때가 아닌, 갈 수 있을 때 다녀오라며 적극적으로 다녀오라고 이야기하였다.


 지금도 이 생각에는 변함이 없는 것 같다. 이직도, 대학원 졸업도. 할 수 있을 때 그 기회를 놓치지 않고 결국 해내었기 때문이다. 삶을 변화시키는 일 못지 않게, 그 일을 일으키는 타이밍 역시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20대를 거쳐서 깨닫는다. 하고 싶을 때에 모든 일을 해내었다면, 아마 지금의 나는 없었을 것이다.


 하고 싶을 때가 아닌, 할 수 있을 때. 할 수 있을 때 나는 계속해서 도전할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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