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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별을찾는아이 Sep 12. 2021

결국, 버티셔야죠.

잘 하는 것보다 잘 버티어낸게 대부분이었다.

 결국, 버티셔야죠.


 대학교 때 교양으로 듣게 된 심리학 수업. 4학년 졸업을 앞두고 들었던 이 과목 수업이 아직도 기억에 남는 이유는 교수님의 이 말 때문이었다. 사람 심리를 더 잘 알고자 갔던 수업에서 버티어내는 것이 삶의 핵심이라는 이야기가 내 마음 속에 오래 머물렀다. 스키너의 심리상자, 파블로프의 개 등등의 심리학적 용어보다 졸업을 앞둔 나에게 해줬던 이 말 한마디가 제일 기억에 남았다.

 버티어낸다. 버틴다는 것은 사실 상당한 고된 시간을 요구하는 작업이기도 하다. 어려운 일이나 외부의 압력들을 참고 견딘다는 뜻인데, 버티는 대상이 누구냐에 따라 사람마다 쉽지 않은 순간들을 버티어내곤 한다. 어쩔때는 넘어지기도 하고, 버티다 못해 내려놓는 순간들도 부지기수다. 물론 버티는 것을 포기한다는 걸 순전히 그 사람의 온전한 잘못으로만 볼 수는 없다.

 그럼에도 지금까지 내가 걸어온 걸 생각해보면, 내가 무언가를 잘 해서 이 자리에 있었다기보다는 잘 버티어낸 순간들이 대부분을 채웠다. 점수를 잘 받거나 혹은 무언가를 특출나게 잘해서 지금 이 순간의 내가 되진 않았다는 거다. 대학교 때도 그랬고, 군대 때도 그랬고, 직장 생활도 그러했다.


 지난 글(하고싶은데로 하세요, 멋있게.)에서도 언급했었던, 대학교 내에서의 대외활동 런칭하는 과정부터 떠오른다. 산 넘어 산이었다. 솔직히 괜히 이런거 만든다고 나선 거 아닐까 생각도 했다. 인간관계로 얽혀 있게 되면 보이게 되는 수많은 갈등들과 마주쳐야 했었으며, 20대 초반이었던 내게는 큰 짐으로 다가왔다. 쉽지 않을거라 생각했지만 막상 그 갈등을 버티어내는 것은 내겐 상당한 시련이었던 것 같다.

 그럼에도 버티어내었기에 이제서야 얻었던 것들이 많았었음을 생각해보게 된다. 대학생들이 무엇을 알기에 감히 이런 일을 하느냐는 대답에 답하기 위해, 근거 있는 프로젝트 제안서를 만들어내야 했다. 깊이 있는 대외활동이기에, 지속적으로 팀원들의 동기부여를 위해 수많은 노력들을 해야 했다. 설립자이고 회장이라는 이유만으로, 수많은 사람들간의 갈등과 조율을 하며 그리고 정면돌파 하는 법도 배웠다. 

 솔직히 그냥 때려치고 싶었던 순간들이 없었다면 거짓말이다. 내 뜻대로 되는 것이 생각보다 많지 않다는 것을 온 몸으로 깨달으면서, 그냥 잠수 타버릴까 했었던 것도 없잖아 있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버티어내며 하나씩 배워갔던 순간들이 있었기에 내 자산으로 남았다.


 대학원을 갔을 때에도 그랬다. 육군 중위 때부터 시작했었던 대학원 생활은 솔직히 버거웠다. 전문가로서 성장하고 싶다는 욕구가 나를 대학원으로 이끌었지만, 막상 입학하고서 수업을 들으러 가는 과정이 쉽지 않았다. 하기 싫다는 내 몸을 이끌고, 낑낑대면서 걸어 가면서 수업을 다 들었다. 내가 이 수업들을 들으면서 석사를 따, 내게 어떤 가치를 줄지를 생각해보면서.

 이 순간들의 절정은 논문을 쓰는 것이었다. 논문 쓰는 것이 엄청 싫었던 것은 아니었지만, 논리적인 구조는 왜 이렇게 어렵던건지. 그리고 사회생활이나 대학원 선배 등도 제대로 알지 못했던 상황에서 내비게이션 같은 것은 전혀 없었다. 다시 말해, 맨몸으로 부딪히는 일의 연속이었다. 한없이 갈길이 먼 것 같은데, 이거 내가 봐도 부끄러운 건 아닌지 등을 고뇌하면서 대학원 마지막 학기를 보내었다.

 그렇게 대학원 과정을 보내고 나니 내게 남는 것은 졸업장과, 논문. 그리고 행정학과 관련한 나만의 자산이었다. 나만이 갖고 있는 Insight를 내가 어딜 가서도 당당하게 이야기할 수 있다는 점이 버티어낸 결과물이라고 할까나. 버티어낸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지만, 그럼에도 버팀의 결과물은 값진 것 같다.


 내게 버티어낸 결과물들은 지금와서 생각해보면 내게 자산으로 남았다는 것은 분명해보인다. 버티기 싫었던 순간들도 많았고, 요즘 말마따나 '아몰랑!' 하고 싶었던 순간들도 있었지만. 무언가를 잘 해서 버티어낸게 아니라, 버티어 냈기에 잘 해낼 수 있는 자산이 생겼다고 이야기하고 싶었다.

 앞으로도 내게 얼마나 많은 버팀이 필요할진 잘 모르겠다. 그럼에도 버티는 순간들이 있었기에 지금의 내가 있었던 것 처럼, 잘 버티어 내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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