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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진 Jun 24. 2023

#36 맹자 엄마만큼은 못하더라도

작년 9월이었다. 이사를 어느 정도 마무리한 뒤 수영장으로 가 3개월을 등록해 버렸다. 수영을 꾸준히 다니던 시기로부터 7년이나 흐른 뒤였다. 이번에는 그다지 주저하지 않았다. 아니, 솔직히 말하면 이미 충분히 주저했기에 더 이상은 주저할 수 없었다. 


수영을 처음 등록하기로 생각했던 건 그해 1월이었다. 친구를 만나 새해 계획을 늘어놓던 중에 '이번에는 반드시' 꾸준히 운동을 하리라 선포했다. 설날 연휴가 끝나면 바로 등록해 버리기로 하고 수영 도구(?)를 구매하기도 했다. 그러나 갑작스러운 이사로 등록은 이루어지지 못했다. 난생처음 본 강 건너 동네로 황급히 이사 갔고 수영 등록도 그야말로 물 건너가 버렸다. 


6개월 이후 다시 이사를 준비하며 이번엔 아예 수영장이 근처에 있는 곳으로 지역을 정했다. 그렇게 작년 가을 이사를 마치자마자 수영장에 등록했고 연말까지 4개월 남짓 수영 마음껏 할 수 있었다. 7년 만이었지만 어색하기보다는 반갑고 뿌듯했다. 연초에 정한 약속을 4분기에나 시작한 것이 쑥스러울 따름이지만 어찌 되었건 '올해의 계획'이었으니 그 연도에 시작만 하면 되는 것 아닐까 스스로 다독였다.


그러나 즐거웠던 수영 생활도 체육관 측의 일방적인(?) 공사 통보로 인하여 4개월간 강제 휴식할 수밖에 없었다. 7년의 기다림 끝에 만난 것치고는 너무나 짧은 만끽의 순간이었다. 다행히 몇 개월 후 수영장은 다시 개장했다. 다시 찾은 그곳은 새 단장을 마쳐 빤짝빤짝해졌다. 특히 샤워를 할 때마다 눈살이 찌푸려졌던 샤워실이 멀끔해졌다. 앞으로는 샤워만 하고 가도 되겠네. 흥겨운 혼잣말로 올해의 수영을 시작했다. 


그렇게 다시 시작한 수영이 이어진 지도 대략 3개월째. 일상의 소중한 활력이 되고 있다. 작년만 해도 술을 마신 날에는 수영을 가지 못했는데, 언젠가부터 수영을 가기 위해서 술을 마시지 않는다. 예전엔 피곤한 날엔 수영을 빼먹기도 했지만, 언젠가부터는 수영을 다녀와도 크게 달라질 것이 없다는 생각에 매일 출근 도장을 찍고 있다. 


맹자 엄마만큼 열성적인지는 모르겠으나 수영장 옆으로 이사를 온 것이 적어도 나에겐 아주 주효했다. 해야 할 이유를 하나 만들기보다는 하지 말아야 할 이유를 하나 없애는 것. 언제나 길은 가까운 곳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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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죄송합니다. 어제는 글을 올리지 못했습니다. 

2022년 2월 3일 메모를 보고 2023년 6월 24일 이어 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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