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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감우 Apr 19. 2024

내가 오프라인 매장을 고집한 이유

물성의 가치

 내가 사업에 대한 꿈을 본격적으로 키우기 시작한 것은 7-8년 전의 일이다. 시작은 단순히 취직이 힘들 것 같아서였다. 나는 손으로 만드는 것을 좋아하고 또 곧잘 했으므로, 공방이 나의 첫 사업 모델이었다. 레진아트라는 것이 매우 생소하던 시절에 레진의 매력에 빠져 이것저것 만들어 보며 레진 공방의 꿈을 꾸기도 했고, 뜨개질에 빠져 밤낮으로 뜨개바늘을 손에서 놓지 않으며 뜨개 공방을 꿈꿔 보기도 했다. 그 외에도 나름 패션디자인을 전공한 덕에 원단 시장이 익숙하고 미싱도 좀 돌려봤으므로, 패브릭 소품을 제작해 보면 어떨까 생각해 보기도 했고, 액세서리 만들기에 빠져 액세서리 브랜드를 만드는 꿈도 잠깐 꿔 보았다. 결론은 결국 회사원이 되었지만, 아무튼 그랬다는 말이다.


 제너럴리스트보다는 스페셜리스트가 되고 싶었으나, 나는 정말 전형적인 제너럴리스트 유형이었다. 분야를 가리지 않고 무엇이든 시키면 중간 혹은 중간보다 살짝 위까지는 해내는, 그러나 뭐 하나를 똑 부러지게 최고로 해내지는 못 하는 사람. 회사를 그만두고 편집 프로그램 공부를 다시 시작해 디지털 문구를 제작했을 때도, 많지는 않지만 약간의 수익을 내기도 하며 중간은 했다. 손으로 만드는 제품들은 들어가는 노동력과 시간에 비해 판가가 너무 낮게 형성돼 있어 비전을 보지 못했지만 디지털 문구라면 사업성 측면에서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았다. 잘 만들어 놓기만 하면 재고 부담도, 배송 부담도 없이 평생이라도 판매할 수 있으니까. 편집 프로그램과 아이디어, 컴퓨터 한 대 놓을 책상만 있으면 그 외에는 비용 들어갈 일이 전혀 없는 사업. 말로만 듣던 디지털 노마드의 꿈을 꿔 볼 수도 있겠다 싶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나는 그때 다짐했다.

 내가 진짜 사업을 하게 된다면, 그것은 반드시 오프라인 기반이어야만 한다고.


 결정적으로 디지털 문구 제작을 그만두기로 결심한 이유는 내가 디지털 문구의 소비자가 아니기 때문이다. 나는 기본적으로 물성이 있는 물건을 사랑한다. 소유하고 소비한다는 느낌만 가지는 것이 아니라, '진짜' 소유할 수 있는 것들에 가치를 두는 편이다. 내가 사랑하지 않는 상품을 판매하는 데서 오는 한계는 회사 다닐 때 충분히 배웠으므로, 내 입장에서 디지털 문구 제작은 지속 가능한 사업 모델이 아니었다.


 사업을 시작한다고 했을 때 가장 많이 들은 말은 일단 온라인으로 작게 시작해 보라는 말이었다. 오프라인은 온라인으로 어느 정도 기반을 잡은 후에 준비해도 늦지 않다고. 유지비를 차치하더라도 초기 자금의 변동폭이 상당했으므로 고민을 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결국엔 오프라인이라는 답을 내렸다. 손에 잡히지 않고 눈에 보이지 않는 물건을 컴퓨터 화면 너머로만 홍보하고 판매할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것은 어쩌면 나의 역량이 부족한 탓일 수도 있다. 그러나 나는 공간 경험의 힘을 믿는다. SNS와 친하지 않던 내가 오픈한 지 두 달도 채 되지 않아 팔로워 200명을 모은 것도 다 오프라인 매장이 있었기 때문이다. 온라인이 물건 중심으로 돌아가는 시장이라면, 오프라인은 공간 중심으로 기억 속에 각인을 남길 수 있다. 


 그러니까 나는 물건을 많이 사서 매출을 높여 주는 고객님들도 물론 좋지만, 우리 가게의 물건들을 하나하나 꼼꼼히 살펴보고, 내가 붙여놓은 글들을 세심히 읽어주고, 모든 테스터 상품들을 직접 사용해 보며, 오래오래 머물다 가는 고객님들도 못지않게 귀하다. 그분들이 아무것도 사 가지 않더라도, 나는 정말이지 하나도 야속하지 않다. 그것이 바로 물성의 힘이며, 실제 공간의 가치라고 생각하니까. 나는 그들이 이곳에 머물다 간 시간을 비용으로 받은 것이고, 그것은 결코 돈보다 가볍지 않다고 믿는다.


 (물론, 오프라인 장사를 하다 보니 온라인이 필수긴 하더라고요. 사실 요즘 온라인몰에 매우 집착 중이긴 한데.... 아무튼! 오프라인을 먼저 시작한 것에는 전혀 후회가 없다는 말!)

 

그러니까 이 말은 정말이지 한치의 거짓도 없는 저의 진심입니다! 사진 많이 찍어 가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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