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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감우 Apr 26. 2024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

타인의 시선을 무시하면 안 되는 이유

 어느 순간 나는 가게 골목에서, 내 의도와는 무관하게, 굉장히 열심히 사는 사람으로 포지셔닝되었는데, 처음에는 그 말이 썩 와닿지 않았다. 이 골목에 열심히 살지 않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고, (나는 나 스스로를 결과보다 과정을 중시하는 인간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음에도) '열심히만 하면 뭐 해, 잘해야지!'라고 생각하며 나를 채찍질하기 바빴다. 그래서 누군가가 내게 "사장님 열심히 하시는 모습에 자극받고 있어요!"라는 과분한 칭찬을 해 주실 때면, 속으로는 나 자신을 향해 이렇게 비아냥거리곤 했다. 

 '야, 좋아할 필요 없어. 많지도 않던 전재산을 다 꼬라박았는데 열심히라도 해야지 별 수 있니?'


 타인이 건네는 작은 말들이 쌓이고 쌓여 나에게 동력이 되고 있었다는 사실을 그때는 몰랐고 지금은 안다. 나도 모르는 사이 '열심히 사는 사람'의 자리를 지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아 버렸기 때문이다. 나는 어릴 적부터 언제나 채찍보다는 당근이 잘 먹히던 타입으로, 칭찬은 언제고 나를 춤추게 했다. 나의 강점은 빠르고 강력한 추진력이며, 나의 약점은 지독하게 부족한 뒷심인데, 이 사람 저 사람이 자꾸만 나에게 "열심히 하시네요!"라고 말해 주니, 그 말들이 나의 약점을 보완하는 완충재가 되어주었던 것이다.


 방문자 리뷰에 손님들이 자꾸 "사장님이 친절해요."라는 문장을 써 주시니, 나는 더욱더 친절한 사람이 된다. 이웃 분들이 자꾸 "열심히 하시네요"라는 말을 해 주시니, 나는 더욱더 열심히 하는 사람이 된다. 타인의 시선 끝에 내가 어떤 모양으로 걸려 있느냐에 따라 나의 삶을 대하는 태도도 달라진다는 것을 이제는 인정하기로 했다.  


 내가 작은 자석 하나씩을 주며 다람쥐 도토리 모으듯 한 명 한 명 모았던 인스타그램 팔로워들을 실망시키지 않기 위해, 한 번 방문하셨던 손님들의 재방문을 실망감으로 끝나게 하지 않기 위해, 그리고 나를 열심히 사는 사람이라고 철석같이 믿고 있는 주변 분들을 실망시키지 않기 위해, 나는 내가 원래 가진 것보다 더 많은 것들을 해낼 수 있는 사람이 되었다.


 타인의 시선 따위는 무시하고 나만의 길을 가겠어!라는 말은 얼핏 멋지고 쿨해 보이는 듯하지만 사실은 어불성설이자 언어도단인지도 모른다. 그러니까 때론, 내가 생각하는 나보다, 타인이 생각하는 나의 모습이 어떠한지에 대해 진지하게 탐구필요가 있지 않을까? 모습이 내가 생각하는 나와는 전혀 다른 형태를 띠고 있더라도 말이다.

 

본문과는 상관없는 플로팅 사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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