핏이 맞는 사람, 핏이 맞는 쇼핑
나의 명확한 한계는 나의 기준으로 세상을 바라본다는 것이다. 내가 타인을 위해 할 수 있는 최선은 내가 받았을 때 좋은 것을 주고, 내가 받았을 때 싫은 것을 주지 않는 것뿐이다. 그러니까 이 모든 것은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라 핏의 문제라는 말이다.
많은 마케팅 및 경영 서적에는 이런 문장이 나온다.
"내가 좋은 것이 아니라 고객이 좋아할 만한 것을 팔아라."
이런 문장을 발견할 때마다 어김없이 고개를 주억거리며 밑줄을 쳐대면서도, 결국은 어쩔 수 없는 한계에 굴복하고 만다.
나는 가성비보다 지속가능한 가치에 지갑을 열고, 추천을 해 준답시고 내 뒤를 졸졸 따라다니는 점원이 있는 가게는 두 번 다시 가지 않으며, 온라인보다는 오프라인에서 더 쉽게 구매를 결정하고, 최저가보다는 편리성에 마음이 동하고, 구경만 하고 나가는 것에 불편함을 숨기지 않는 곳을 경멸한다. 위 기준에 최대한 벗어나지 않도록 노력하는 것이 내가 가게를 운영하며 할 수 있는 최선에 가깝다.
하지만 누군가는 손님을 살뜰히 챙기며 세세한 설명과 적극적인 추천을 서슴지 않는 셀러가 취향에 맞을 수 있다. 최저가 구매가 쇼핑에 있어 매우 중요한 부분으로 작용할 수도 있고, 최종 구매는 온라인으로 꼼꼼히 따져 보고 결정해야만 직성이 풀리는 소비자도 있다. 가게에 들어가면 작은 거라도 하나는 사가지고 나오는 것이 예의라고 생각하는 (나와는 달리) 매우 선량한 소비자도 분명 존재하리라. 그러니까 나와 조금 다른 기준을 가진 사람들에게 나는 결코 좋은 셀러가 아닐 테다.
이에 대해 고민을 하지 않은 것은 아니고, 나름대로 손님들의 동태를 살피며 성향에 맞게 응대하려고 노력하지만, 결국은 핏의 문제라는 결론을 내리게 되었다. 내가 나를 거꾸로 뒤집어 다른 설정값을 욱여넣고 다시 태어날 수 없듯, 나와 다른 기준을 가진 손님들도 마찬가지일 테니! 그들의 선택 또한 100% 존중하는 바다.
다만 내가 운영하는 이곳 플로팅은, 나와 핏이 맞는 사람들이 오고 싶은 공간으로 만드는 것에 조금 더 집중해 보기로 했다. 그러려면 일단 플로팅의 핏이 뾰족하게 날이 선 채로 유지되어야 할 테고, 그것이 나의 가장 중요한 당면과제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