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감우 Apr 12. 2024

불안을 극복하는 3가지 방법

꽁꽁 숨겨뒀던 비기 풉니다.

 사장이 되고 지금껏, 유일하게 얻은 가시적 소득은 오직 불안뿐이다. 잠시 잊고 있던 불안의 감각이 스멀스멀 기어올라 나의 소중한 숙면을 방해하고 있다. 그러나 다행히도, 다년간 쌓아온 불안과의 전쟁 덕에 나는 불안을 극복하는 법을 알고 있다. 나만 알고 싶은 특급 기밀 세 가지를 이 자리에서 공개해 보려 하니 모두 주목해 주시길!


 Lesson No.1_인간의 한계를 뛰어넘는 극복 스토리를 찾아보기

 약간 사디즘적이긴 하지만, 여기서 필수 충족 조건은 이야기 속 인물이 반드시 강도 높은 고통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때 고통의 형태는 정신적 고통보다 육체적 고통인 쪽이 효과가 좋다. 콘텐츠는 각자의 취향에 따라 고르면 되는데, 추천하고 싶은 콘텐츠가 몇 가지 있긴 하다.


1) 나루토(애니메이션) #웨이브

 나는 좀 겁나는 일이 있거나 용기가 필요할 때 본능적으로 나루토를 떠올린다. 아무리 불리한 상황에서도 겁 없이 달려 나가고 보는 담대함, 거듭되는 실패 속에서도 결코 포기를 모르는 끈질김, 불가능을 어떻게 해서든 가능으로 바꾸는 투지. 이 모든 조건을 완벽하게 갖춘 나루토를 보고 있으면 나의 피도 덩달아 뜨거워지는 느낌이 들고, 무엇이든 해낼 수 있을 것 같은 용기가 솟아오른다. 플로팅 오픈 준비를 할 때도 경건한 마음으로 틈날 때마다 나루토를 정주행 하며 마인드셋업을 했다는 사실!


2) 투르 드 프랑스(언체인드 레이스) #넷플릭스

 맨 몸뚱이와 자전거 한 대로 100km가 넘는 속도를 내며 달리고 또 달리는 선수들을 보고 있으면 어느새 뭉클해져서 눈시울을 붉히게 된다. 그야말로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는 장면을 직관하는 느낌이라고 할까? 자전거 경주에 관심이 없더라도 괜찮다. 나도 그랬으니까. 고통을 감내하고 감당하며 결국엔 극복하는 플롯에 집중해 본다면, 불안을 극복하기에 이만한 콘텐츠가 없다는 생각까지 든다. 아무리 기다려도 시즌2가 나오지 않아 얼마 전 시즌1을 다시 정주행 할 수밖에 없었다. 나.. 많이 불안하니...?


 3) 블로잉(유리아트 서바이벌) #넷플릭스

  서바이벌 프로그램도 꽤 괜찮은 선택지다. 그중에서도 유리공예를 다루는 블로잉은 뜨거운 화구의 열기가 그대로 전해지는 듯한 느낌인 데다가 파손되기 쉬운 유리 소재를 다룬다는 점이 심장을 쫄깃하게 만든다. 불에 닿아 말랑해진 유리 원료를 늘리고 자르고 붙여서 완성되는 과정을 보는 것도 흥미롭거니와 제한된 시간 안에서 땀을 뻘뻘 흘리며 고군분투하는 과정 자체가 어떤 투지를 불러일으키기 충분하다.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과정은 그게 무엇이든 영감이 되기도 하고!


Lesson No.2_대막장 스토리를 찾아보기

 극복 스토리의 부작용은 나 자신이 오히려 초라하게 느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럴 때도 다 해결하는 방법이 있으니 걱정 마시라! 이때는 대막장 스토리를 보는 것이 도움이 된다. 나보다 더 깊은 난장에서 허우적대는 인물들을 보며 위안 삼는 것도 때론 필요하다. 그런 인물을 현실 혹은 내 주변에서 찾는 것은 조금 가학적일 수 있으니 가상의 스토리를 발굴하는 것이 중요하다. 나의 목록은 아래와 같다.


1) 쉐임리스 #쿠팡플레이

 지금껏 살면서 본 모든 콘텐츠를 통틀어 이렇게 막장은 없었다! 술, 마약, 안 가리고 해 대는 부모와 줄줄이 소시지처럼 주렁주렁 낳아놓은 자식들의 리얼 생존 스토리라고나 할까? 당신이 지금 어떤 상황에 처해 있든 갤러거의 아이들보다는 나을 테니 남의 불행을 보며 자위하기엔 충분하리라. 어차피 가상의 이야기이니 죄책감은 넣어두어도 좋다.


2) 황석영 <개밥바라기 별>

 나는 20대의 모든 혼란을 이 책과 함께 통과했다. 길을 잃었다고 느끼는 순간순간마다 꺼내 읽었더니 벌써 대여섯 번을 완독 했고, 이제는 이 책에서 졸업했다고 봐도 될 테지만,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 친구들에게는 반드시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정답이 없는 문제에 끊임없이 의문을 제기하며 자아를 찾고 꿈을 찾아가는 준이의 여정은 매우 고독하고 또한 고통스럽지만, 준이에게 나를 투영하며 읽다 보면 이해받고 있다는 느낌에 위로를 얻게 된다.


Lesson No.3_글을 쓰기

 위의 두 가지 모두 별 소용이 없었다면, 결국엔 이 방법밖에 없다. 나의 불안을 온전히 직면하기. 그러기에는 글을 쓰는 것만 한 게 없다. 누군가에게 보여 줄 필요도, 그러니까 잘 쓸 필요도 없다. 그저 나의 마음이 가는 방향을 가만가만 따라가 보는 것이다. 무엇이 나의 불안을 가장 크게 야기하는지, 내가 진정 바라는 것은 무엇인지, 내가 진정 피하고 싶은 것은 무엇인지, 제대로 직시해 보는 것이다. 백지 위에 한바탕 나의 이야기를 쏟아놓고 나면 약간은 후련한 기분이 든다. 물론 글을 쓰는 것으로 해결되는 것은 아무것도 없을지 모른다. 그러나 문제의 본질을 파악하는 것만으로도 반은 해결된 것이리라.

 

 불안을 극복하는 방법을 알았다고 해서 불안을 피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나 또한 플로팅을 오픈하고 약 한 달 반의 시간 동안 위 세 가지 방법을 총동원하며 불안의 늪에 잠식되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디 당신에게 이 글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길, 진심으로 바라본다.


이전 02화 불확실성의 파도를 타는 법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