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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감우 Apr 05. 2024

불확실성의 파도를 타는 법

사업을 하고 싶다면 서핑을 배우세요!

 사업이란 각종 불확실성에 매 순간 노출되는 일이다. 오늘 얼마를 벌지, 한 달에 얼마를 벌지, 또 어떤 생각지도 못한 지출이 발생할지 알지 못한 채로, 너울거리는 불확실성의 파도를 요령껏 타 넘어야 한다. 항상 서핑을 배우고 싶었는데, 서핑을 미리 배워뒀더라면 이 파도도 조금은 더 즐기며 탈 수 있었을까? 나는 모든 초보들이 으레 그렇듯, 부서지는 파도에 너무나 쉽게 중심을 잃고 고꾸라지고 만다.


 회사 다닐 때는 미래가 보이지 않는다고 느꼈다. 10년 뒤의 월급도 예상 가능한 수준이었고, 그 예상대로라면 나는 10년 뒤에도 서울에서 내 집 마련은 꿈도 꾸지 못할 것 같았다. 좀 더 밝은 미래를 만들기 위해 사업을 시작했는데, 내 가게를 차리고 보니 10년은커녕 내일도 보이지 않는다. 칠흑 같은 암흑 속을 손으로 더듬어가며 아무튼 나아가는 수밖에 없다.


 하지만 어떤 일이든 단점만 존재할 수는 없는 법이다. 사업을 시작하고 얻은 가장 큰 장점은, 매 순간이 도전인 대신 성취이기도 하다는 것. 크고 작은 성취감을 오직 나만의 것으로 만끽할 수 있다는 것이 조직의 일부로 있을 때와는 다른 점이다. 물론 실패와 좌절 또한 오직 나만의 몫이긴 하지만, 일단 그런 것들은 정신 건강을 위해 조금 흐린 눈으로 넘어가도록 하자.


 서점원이 되기 전, 스타일 난다에서 인하우스 에디터로 5년간 일했다. 그 경력에 대해 내가 먼저 얘기하는 일은 거의 없다. 그곳에서 보낸 시간에 비해 충분히 성장하지 못했다고 느꼈기 때문에 그것은 나에게 그다지 자랑스러운 경력이 아니다. 그러나 막상 사업을 시작하고 보니 역시나 무가치한 경험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나는 그때의 경험으로 인해 온라인몰의 시스템을 어느 정도 파악하고 있고, 오프라인과의 병행에 대하여서도 훌륭한 성공모델을 내부에서 체험해 본 셈이며, 매각 전에 입사하여 매각 과정을 통과하는 과정에서 젊은 여성 사업가의 신화적인 성공사례를 직접 목도하였다. 나는 김소희 대표를 보며 사업에 대한 꿈을 키웠다. 내가 커리어적으로 충분한 성장을 이루지는 못했을지라도, 알게 모르게 체득된 무형의 경험들이 가치 없다고 말할 수는 없겠다.


 스타일 난다를 다닐 때 성장에 대한 결핍으로 더욱 치열하게 찾아 읽었던 마케팅/브랜딩/창업 관련 도서들 또한 나에게는 큰 재산이 되었다. 그때는 회사에 대한 불평의 명분으로 삼았던 구절들이 몇 년이 지난 지금의 나를 지탱하고 있다. 다만 혼자서 하는 일에는 명확한 한계가 존재한다. 딱히 거대 기업을 만들고 싶은 꿈같은 것은 없지만, 서로 믿고 의지할 내 팀을 꾸리고 싶은 마음만은 확실하다. 여러 현실적인 문제들 때문에라도, 뒷걸음질 치거나 도망치는 것은 내게 허락되지 않으니, 찝찔한 바닷물에 거푸 몸을 담가가며, 아무튼 나아가 볼 생각이다. 언젠간 내 키보다 높은 파도를 날듯이 타고 놀 날을 상상하며.

나의 공간, 나의 과업, 나의 업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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