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감우 May 07. 2024

플로팅 일기 #6_4월 끝, 5월 시작!

4/30 ~ 5/5

2024.04.30. 화

 오늘 플로팅 일기를 발행하고 다시 읽어 보니 스크롤 압박에 내가 질려 버릴 지경이라.... 이번 주는 분량을 대폭 줄이리라 다짐했다. (잘 지켜질지는 의문)

 회사원에게 월요병이 있듯, 나에게도 화요병이라는 게 생겨 버렸는데, 화요일만 되면 격하게 아무것도 하기가 싫고 아무 일에도 집중이 안 되는 증상이 동반된다. 오늘은 마침(?) 또 상수도 공사로 인해 건물 앞에 그야말로 난리통이 펼쳐진 관계로, 어차피 손님이 없을 것이 뻔하기에 온라인몰 작업에 본격 착수하려 했으나 아직 상품 등록 1개도 못함.... 오늘 목표는 도서 두 권 등록.

(하자..... 아무 생각 하지 말고 그냥 하자... 제발 그냥 닥치고 하자...... 쫌!!!!)

  

오늘의 특이사항: 생각보다 장사가 잘 됐다는 대반전?! 이번 달 화요일 매출 최고 찍었고요, 그럼 이제 공사판이 취향이셨던 걸로 이해하면 되는 걸까요? ;)


오늘의 잡소리: 과거로 돌아간다는 생각만 해도 끔찍해하는 인간이 바로 나지만, 누가 강제로 날 돌려보낸다면, 그때는 운동을 해 보고 싶다. 특별히 두각을 나타내는 종목이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나는 초등학교 때부터 고등학교 때까지 체육 실기는 대부분 만점이었는데, 그때마다 육체의 정직함에 매료되곤 했다. 몸은 결코 거짓말을 하지 않고, 될 때까지 하면 결국 되게 마련인데, 나는 될 때까지 하는 것을 정말 잘했다. 몸으로 증명하는 승부의 세계에서 한 번쯤 살아 보고 싶다는 생각을 종종 한다.

오늘 플로팅 앞 상황이 이러했답니다 :)

2024.05.01. 수

 최악을 생각하는 건 언제나 도움이 된다. 최악은 결코 나를 배신하는 법이 없다. 나는 언제나, 기대하지 않음으로써 실망하지 않는 법을 배운다. 오늘은 가게 앞 상황이 어제보다 더 심각했는데, 세팅값을 최악으로 설정해 놓으면, 아무리 나빠도 예상이 적중한 꼴이고, 그보다 조금이라도 나으면 차악으로 발전할 수 있다. 그러나 오늘은 차악보다도 훨씬 좋은 상황이었으므로, 최악을 상상하며 하루를 시작했던 나는 뜻밖의 쾌재를 부르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오늘이 대다수 노동자들의 휴일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엄청난 매출은 아니었으나 어제 첫 방문을 하셨던 고객님이 오늘 바로 재방문을 해 주셨고, 플로팅 인스타그램을 팔로우하고 계신 어느 아름다운 고객님이 험난한 공사판을 헤치고 과감하게 플로팅 문을 열어젖혀 주신 것을 시작으로,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플로팅을 찾아 주시는 바람에 행복한 마음으로 야근을 하게 되었다.


 달이 바뀌는 첫날은 전월의 판매 데이터를 수집하고, 해당 데이터를 기반으로 이번 달 발주할 물건들을 추리고, 손익에 대한 분석과 보완할 부분들을 정리하며 종일 골머리를 써야 하는 날인데, 얼추 작업을 끝내고 얻게 된 결론은 이대로는 곤란하다는 불편한 진실뿐. (그래도 뭐, 오픈한 지 고작 두 달이 지났다는 걸 생각하면 이 정도도 괜찮은 거려나?) 아무튼 한 가지 깨달은 점이 있다. 내가 월급만큼을 내 돈으로 가져가기 위해서는, 매출이 월급의 세 배정도는 찍혀야 된다는 것. 그러니까 매달 순수익으로 얼마간의 돈이 딱딱 통장으로 찍혔던 것은 생각해 보면 엄청난 일이었다는 것! -끝-

하트 선인장에 새싹이 나오고 있는데, 이게 맞는 건가...? 처음엔 신기했는데 볼수록 좀... 징그러운 느낌....^^

2024.05.02. 목

 드디어 온라인 몰 작업을 재개했다. 온라인 몰 작업이 왜 이렇게 오래 걸리냐면, 상세페이지를 만들면서 그때그때 필요한 사진을 라이브로 찍어서 (그걸 또 하나하나 편집해서) 올리고 있기 때문. 상세컷으로 쓸 사진들은 꽤 찍어뒀으나, 제품 사진만 있다고 상품 등록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실물을 보지 못한 채 구매 결정을 해야 하는 온라인 세상에서는 사진은 많으면 많을수록 좋고, 설정컷/사용컷/패키지컷 등 다양한 구도의 사진들을 첨부하는 것이 효과적이며, 심플하면서도 구체적인 설명이 동반되어야 한다. 장점만 나열하는 방식은 자칫 부작용을 불러일으킬 수 있으므로, 단점 또한 솔직하게 언급해 주는 편이 구매 결정에 훨씬 도움이 된다.


 이 과정은 특별히 어렵거나 힘든 작업을 요하는 것은 아니지만, 정말이지 끔찍한 귀찮음과 싸워야 하는 문제로, 나처럼 장시간 집중하기를 어려워하는 유형에게는 참으로 힘든 일이 아닐 수 없다. 할 일이 쌓였는데 그 일이 하기 싫을 때 나는 미치도록 책이 읽고 싶어 진다. 이건 학창 시절부터 시작된 정말 이상한 고질병으로, 갑자기 뭐라도 읽어야만 숨통이 트일 것 같은 이상한 기분에 휩싸여 아무거나 닥치는 대로 펼쳐서 몇 줄이라도 읽고야 만다. 그런 식으로 지금 플로팅에 진열된 사강의 서간문 <인생은 너무도 느리고 희망은 너무도 난폭해>와 조승리의 에세이 <이 지랄맞음이 쌓여 축제가 되겠지>를 한 토막씩 읽어 나가고 있다. 이 기세라면 온라인몰 오픈보다 책 두 권 완독을 더 빨리 할 것 같긴 하지만.

오늘 폴 오스터가 세상을 떠남. 사놓고 펼치지도 않은 <뉴욕 3부작>이 새삼 미치도록 읽고싶어진다.

2024.05.03. 금

 오늘은 조금 일찍 집에서 나와 연트럴 파크를 따라 천천히 걷다가 카멜 커피에 들러 카멜 커피를 한 잔 사가지고 출근을 하려는데, 마침 궁금했던 아프리카 식물점 앞을 지나가게 되었으므로, 거기도 들러 구경을 좀 하다가, 작고 하찮은 아기 아프리카 식물 하나를 품에 안고 플로팅에 도착하게 되었다.


 나는 엄마를 닮아 걸음이 매우 빠르고, 약 1.2km 거리의 출근길을 평균 15분 안에 주파하지만, 오늘은 집에서 플로팅까지 무려 50분이나 걸렸다는 사실! 그 시간이 너무 즐거워서 출퇴근길 토막 산책을 자주 즐겨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연트럴파크 끝에서 연남동의 뒷길로 이어지는 이 길을 걸을 때면 마치 연남동의 테두리를 걷는 느낌이 든다. 미로처럼 복잡한 골목들을 감싸고 있는 테두리는 의외로 매우 한적하고 평화로우며 또한 몹시 이국적이다. 이 근방에서 8년 가까이 살고 있는 나에게도 여전히 생경한 골목들이 남아 있는 이곳이 질리지 않아 이 동네에 뿌리내릴 생각까지 하게 되었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연남동을 찾으시는 모든 분들께, 이곳에서는 휴대폰 지도를 잠시 내려놓고, 맘껏 길을 잃어보시기를 권하고 싶다. 정말 생각지도 못한 보석 같은 가게들이 골목 구석에 숨어 당신을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 (마치 우리 플로팅처럼? ^^)


 오늘의 매출은 어제보다 낫고 그제보다 못한 정도. 딱히 한 것도 없는데 하루가 다 가 버려서 이대로 퇴근하기가 매우 찝찝하지만, 에라 모르겠다, 집에나 가자!

도자기 공방 사장님이 실패작이라고 주신 미니어처 찻잔 세트...! (대체 이게 웨 실패인건데....)  책이랑 완벽한 셋뚜셋뚜 아니냐고요!

 2024.05.04. 토

 오늘은 원래 꼼짝없이 야근각이었는데, 마감 즈음에 플로팅 이웃인 책방 그리고 사장님이 방문하셔서 나를 유혹하시는 바람에 그냥 일찍 퇴근해 버렸다. 그래서 일기는 집에 와서 쓰는 중? ㅋㅋㅋ 이럴 일인가 싶지만 일기 쓰는 게 낙이 되어버렸다. 요즘 집에서는 컴퓨터 켤 일이 거의 없는데, 오랜만에 책상에 앉으니 아이맥 정말 눈이 시원해져 버리네. 이걸 매장에 갖다 둘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새로운 물건들이 줄지어 입고되는 바람에 지금 카운터 공간은 터져나가기 직전. 짐을 줄이는 게 답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공간 넓힐 생각만 하는 이 몹쓸 병은 약도 없다.


 화창한 주말이라 손님이 제법 있었고, 세상 귀여운 손님 한분이 나에게 귀엽다고 해 주심. 아까는 부끄러워서 어버버거렸는데, 손님이 훨씬 더 귀여웠답니다! 이 말을 못 전한 것이 아쉽네요!

 +) 오늘 처음으로 선물 포장을 요청하시는 분이 계셔서 약간 급조된 포장을 해드렸는데, 다행히도 좋아해 주셨다. 플로팅에서 선물 구매하시는 분들이 많아서 선물 포장 서비스도 할 일 목록 상단에 리스트업 되어 있는데,  조만간 제대로 준비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오늘은 수입 문구들이 대거 입고되었고, 언제 물건이 이렇게 늘어난 건지 카운터 공간뿐 아니라 매장 디피 공간도 자리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이제는 창조경제적인 사고가 필요한 순간이고, 그래서 나는 또 장바구니에 벽선반을 대량 담아 두었다는 사실! 버는 건 없지만 쓰는 데 과감한 편

 내일 해야 할 일: 일찍 나가서 오픈전에 타공판 달고 물건 진열 마무리하기.

아이맥 27인치를 업무용으로 쓸려면 사무실부터 따로 구해야 되는 상황 ^_^

2024.05.05. 일

 이번 주는 대체로 컨디션이 좋았다. (왜지?) 또한 이번 주에는 내가 '아무튼'이라는 단어를 너무나 남발한다는 새로운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왜지?)


 아무튼! 오늘은 종일 비가 내려서 손님이 정말 없었고, 오늘이 바로 온라인몰 작업하기 딱 좋은 날이었지만! 세상 일이 뭐 그렇게 내 마음대로 되나요? 그래도 비 내리는 날과 어울리는 밑줄 필사 릴스를 올렸는데! 사실은 이것 때문에 이른 시간에 일기장을 펼치게 되었다는 사실. 하, 정말 화가 나네?


 무슨 일이 있었냐면요! 제가 새 영상 보기에 중독됐다고 했던 거 기억하시나요? 그래서 어느 순간 인스타를 열기만 하면 각종 새 영상이 제 앞으로 쏟아져 들어왔었더랬죠. 그런데 그러면 안 된대요? 알고리즘을 맞춰야 제가 원하는 타겟층에게 제 게시물이 노출된다고 하더라고요. 그 정보를 입수한 후로 저는 새 영상을 끊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플로팅 타깃 고객이 새 집사님들은 일단 아니었으니까 말이죠. 간혹 등장하는 새 영상을 클릭하고 싶은 욕구를 억누르며 며칠 동안 금단증상까지 겪었는데...!!! 알고리즘 맞춰 놓으면 터진다며.... 게시물 하나도 없어도 알고리즘만 잘 맞춰 놓으면 첫 영상부터 터진다며...!!!!!


 네, 뭐, 아무튼, 기적 같은 한 방은 저의 것이 아니었습니다. 다 제 영상이 못난 탓이겠죠, 누굴 탓하겠습니까만은, 이게 나의 최선이라고..... 역량이 부족한 걸 어떡하냐고....ㅜ -끝-

조승리 <이 지랄맞음이 쌓여 축제가 되겠지>중에서. 바라는 대로 이루어진다는 뜬구름을 정말 싫어합니다. 감 떨어지길 기다린다고 감이 떨어지나요, 일어나서 나뭇가지라도 털어야죠!

PS: ps란에 적는 글은 화요일 일기 발행 직전, 지난 일기들을 다시 읽으며 한 주를 되돌아본 후에 적고 있어요. 저 또한 이렇게 착실하게 일기를 쓰는 것은 인생 최초라 해도 과언이 아닌데요, 매일 일기를 쓰다 보니 하루동안 벌어지는 수많은 사건들 중 가장 특별했던 하나를 고르는 작업 자체가 편집 능력이나 작문 실력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된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일기는 하루의 플롯이 되고, 매일의 플롯이 모여 인생이 된다는 생각을 해 보며! 일기 쓰기 강력 추천입니다! Ploting Your Life, Ploting Life! :)

이전 05화 플로팅 일기 #5_하얗게 불태운 한 주 기록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