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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감우 May 14. 2024

플로팅 일기 #7_할 수 있는 것만, 할 수 있는 만큼

5/7 ~ 5/12

2024.05.07. 화

 수입 문구들이 주문 기점 약 한 달 만에 입고되었는데, 한 박스가 누락되면서 내 심장은 다시 한번 쪼그라들고 말았다. 수입 사고가 나면 신속한 대응이 어렵고 대체로 해결도 어렵다는 사실을 경험을 통해 배웠으므로 걱정이 많았지만, 다행히 누락된 박스는 오늘 무사히 입고 완료! 그래서 오늘은 또다시 입고 지옥행.


 꾸역꾸역 자리를 찾아 주긴 했는데, 이제 진짜 여유공간이 조금도 없어서 장바구니에 담아뒀던 벽 선반을 주문했다. 책을 벽으로 올릴 예정! 사실 책도 들이고 싶은 게 한둘이 아닌데 도저히 공간이 안 나오는 상황. 원래는 내일 책 주문을 하려 했지만 벽 선반이 오면 공간 체크를 한 다음에 주문해야 할 듯하다. 불 다 끄고 나가다가 일기 안 쓴 게 생각나 다시 컴퓨터를 켰기 때문에 오늘은 이쯤에서 끝-!

 +) 오늘 손님 진짜 없었음. 훌쩍. 내일은 부디 맑은 날이 오기를!

수입문구 언박싱 졸잼! 물욕 사심 여기서 다 채우는 중 ^_^

2024.05.08. 수

 어제의 바람대로 오늘은 날이 쨍하게 맑았고! 손님은 오늘도 없었고! ^^ (슬플 때 웃는 게 일류다 ^.ㅜ) 그래도 플로팅 오픈 이래 매출이 0원이었던 날은 단 하루뿐인데, 단 한 명이라도 플로팅을 찾아주는 손님이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문을 열고 기다릴 이유는 충분하다는 생각이다. (계속 이런 식이면 곤란하긴 하겠지만..? )


 근데 진짜 이대로는 월세도 못 벌 것 같아서..! 에라 모르겠다, 온라인 오픈해야겠다! 원래는 좀 더 많이 다듬어서 짠! 하고 공개하려 했지만, 있지도 않은 완벽을 추구해서는 될 것도 안 된다는 게 창업 세 달 차에 얻은 깨달음이랄까? 요즘 나의 새로운 모토는 '대충 해도 좋으니 꾸준히만 하자.'가 되었다. 그래서 오늘 릴스도 올렸고요? 이러다 팔자에도 없는 1일 1릴스 찍을 판이고요? ㅋㅋㅋ 이제 터지고 이러는 건 바라지도 않음. 그냥 내가 할 수 있는 것만 할 수 있는 만큼 하자. 내가 할 수 없는 건 생각도 하지 말자.


 아무튼 이번 주 안에 온라인몰 오픈을 해 볼 요량으로 오늘 카카오 결제 연동 신청까지 완료. 이것도 다 돈이다 돈이야... 네이버페이 결제 연동은 좀 더 알아봐야 할 것 같고, 그럼 이제 택배 박스만 주문하면 되는 건가....? 나 자신을 믿지 못하는 관계로 스토리에 온라인몰 오픈 예고까지 올려 버림! 일단 지르고 수습은 내일의 나에게 맡기면서 약간 하루살이처럼 버티는 중인데, 이상하게 또 어떻게든 돌아가긴 돌아가요?

 어제 인스타그램에서 이런 문장을 발견했다. "창업은 기세고, 폐업은 용기다." 창업에 대한 매우 적확한 표현이 아닐지! 아무튼 끝-!

+) 이웃 식물점 사장님의 라이브 방송을 보다가 나도 라방을 해 볼까 잠깐 생각만 해 봤다. 이러다 진짜 유튜브 빼고 다 할 기세. (유튜브는 정말 역량이 안 돼서 꿈도 못 꿈..ㅋㅋ)

바야흐로 장미의 계절! 사진 좀 잘 찍은 듯?

2024.05.09. 목

 온라인 몰 작업을 연달아 며칠 했더니 조금 요령이 생겼는지 속도가 붙고 있다. 온라인 몰이 생계에 대단한 도움이 될 것처럼 말하고 있긴 하지만 솔직히 오픈하자마자 바로 주문이 밀려들어올 일은 만무하고, 그냥 일단 내일 공개해 볼 생각. 이제 정말 택배 박스랑 포장재를 주문해야 할 듯. 택배 박스 사이즈가 고민인데.... 정말 결정해야 할 게 너무 많다.


 오늘 드디어 아래층 도자기 공방 사장님과의 작당모의에 첫 불을 지폈다! 첫 콜라보 상품으로 펜 트레이를 만들어 보기로 했고, 약간의 레퍼런스와 간단한 디자인을 전달! 사장님이 샘플링 작업을 해 주시기로 했다. 우리 모두 함께 대박 날 수 있기를!! 플로팅 제작 상품들을 기획해 보고 싶은 마음이 조금씩 커지는 요즘이다. 이번 콜라보가 기분 좋은 시발점이 되기를 바라며, 좌우지간 우연히 가게 계약을 했더니 아래층에 가죽 공방과 도자기 공방이 있는 건 정말 운명 아닌가요?


 오후에 근처 미용실 디자이너 선생님이 플로팅에 방문하셨는데 엄청난 정보를 알려 주고 가심! 중국의 SNS 어플을 활용하면 중국인 손님을 유입시킬 수 있다고..! 대륙을 잡으면 밥줄 걱정은 없는 거 맞죠..? ㅋㅋㅋ 아무튼 다음 주에 빠마하러 갈 예정이기 때문에 가서 과외 좀 받고 올 예정. 온 동네가 힘을 모아 살아나자 성미산로..! 오늘도 장사 공칠 뻔했지만, 막판에 전에 일했던 서점 동료들이 와서 매출 빡 올려 주고 감..! 역시 죽으란 법은 없다니까요? 아직까지는 재미나게 하고 있습니다.

이제 플로팅에도 장바구니가 생겼습니다! 양손 자유롭게 맘껏 채우시라요!

2024.05.10. 금

 오늘은 하루가 도대체 어떻게 갔는지 모르게 정신없이 흘러가 버렸다. 이 일 저 일을 닥치는 대로 뒤죽박죽 해대다 보니 마감 시간이 되었는데, 대대적인 디피 변경을 한 것이 가장 대표적인 업무였다고나 할까? 주문하고 싶은 책은 한가득인데 디피 공간이 꽉 차 버려서 벽선반을 대거 주문했으나, 왜 또 자리가 없는 건지는 알다가도 모를 일. 그래도 아주 조금의 여유 공간을 확보하긴 했으므로, 오랜만에 책 주문을 넣었다! 그리고 오픈 이후 처음으로 미니북 존 디피를 변경! 어제 메르시(프랑스 편집숍) 계정을 보다가 약간의 영감을 얻어 커트러리류를 미니북이 있던 선반으로 옮겨줬다.


 그 외에도 팔로워 300 고지를 코앞에 두고 약간의 각성 상태가 되어 게시물 3개나 올림. 아! 그리고 드디어! 나의 비루한 온라인몰을 세상에 내놓았다. 온라인몰 오픈 후 달라진 것은 내 마음이 한껏 조급해져서 상품 등록에 조바심을 내게 되었다는 것뿐. 네, 그게 바로 저의 목표였습니다! 혼자 일하면 아무도 나를 쪼아주지 않기 때문에 나라도 쪼아야 하는데, 가만히 앉아서 하자하자 한다고 하는 그런 착실한 인간이었으면 벌써 부자 됐겠죠? 자기 객관화 능력을 최대치로 발휘하여 나를 절벽 끝으로 끊임없이 몰아가야 한다. 일 할래, 죽을래, 약간 이런 느낌? 심장 쫄깃쫄깃해지는 느낌 아니까~


 마지막으로 금요 에세이 [내가 진짜 사장이 되다니]의 새 글을 발행했다. 이건 공식적으로 일기장이니까 하는 말이지만, 솔직히 오늘 올린 글은 내가 봐도 좀 잘 쓴 듯. 이렇게 오늘도 끝-!

커트러리류의 일렬 정렬로 깔끔함과 고급짐을 추구해 bom

2024.05.11. 토

 평일 장사 말아먹고 주말만 기다렸는데, 온종일 비 오는 거 실화냐!!! 으유 증말 하늘도 무심하시지! 

 출근할 때부터 바람이 심상치 않았는데, 오픈하고 보니 옆 건물 쓰레기들이 하늘을 날아 플로팅 건물로 놀러 오고 난리도 아니었던... 그래도 뭐, 험상궂은 날씨 탓에 한 명도 안 올 수도 있다는 것까지 각오했으나 다행히 몇 분이 들어와 주셨다. 어쩌면 정신 건강에는 긍정적 사고보다 부정적 사고가 도움이 될지도.


 신기했던 것은 쓰는 사람들의 공간을 서비스하는 라이팅룸의 직원분들이 우연히 플로팅을 발견하고 들러 주셨다는 사실! 연남동 기록 상점에서 라이팅룸 팝업이 진행 중이라니 팝업 끝나기 전에 들러 볼 예정! (5/19일까지 한대요!) 읽는 사람들의 라이프스타일을 연구하는 플로팅과 쓰는 사람들의 공간을 서비스하는 라이팅룸은 어딘가 닮은 구석이 있다. 언젠가 좋은 인연으로 다시 만나게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 명함 교환까지 완료!


 택배 박스를 주문했고, 장부 정리도 마무리. 고요한 매장에 앉아 이런저런 일들을 하며 오늘 하루도 이렇게 -끝-

꽃모자도 바람에 날려 와르르...ㅜㅜ

 2024.05.12. 일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써니 썬데이! 뭐, 그렇다고 장사가 엄청 잘 된 건 아니었지만 아무튼!

 인스타 팔로워 300 넘음!! 꺄호. 세 달 차에 300 달성 나름 만족 중입니다. 인스타 광고를 돌리며 또 하나의 인사이트를 얻었는데, 현재 플로팅 광고 타깃은 [독서, 서점 또는 문학(예술)에 관심이 있는 25~39세 여성]인데, 해당 타깃층은 대부분 아침형이신 듯! 자고 일어나면 팔로워가 늘어 있어요 >< 


 무엇보다 기쁜 점은 광고가 아닌 자연 유입으로도 팔로워가 점차 늘기 시작했다는 것. 팔로워가 한 명 늘 때마다 매우 기쁘고 감사한 반면 꼭 그만큼씩 마음이 조급해진다는 단점이 있다. 계속해서 재미와 유용함을 제공해 주지 못하면 이탈하는 것이 인지상정인지라... 인스타 콘텐츠는 물론, 온라인몰 상품 등록 지연에 대한 압박이 심해진다. 근데 나의 정말 치명적인 단점은, 가장 중요한 일이 가장 하기 싫어지는 병에 걸렸다는 것.... 하하!


 그렇게 지금도 인스타 릴스 올리고, 블로그 올리고, 하다 하다 화장실 청소까지 하고, 이제는 진짜 인간이라면 상품 등록하겠지 생각했으나, 기어이 일기장을 펼쳐 들고 앉음. 대체 나란 인간 왜 이럴까요? 나는 옵션이 너무 많으면 오히려 고르지 못한다. 온라인보다 오프라인 쇼핑을 지향하는 이유도 바로 이것 때문. 나는 대체로 효율적인 방법을 찾아 비교적 빠르게 일을 쳐내는 타입이지만, 업무의 양이 너무 많아지면 약간 뇌가 고장 나서 먹통이 된다. 그러니까 제 말은, 등록할 상품이 너무 많으니까 못 하겠다는 말 같지도 않은 변명이고요! 

하, 진짜 이제 일하러 갈게요! 이번주 일기 여기서 끝-!

연남에 버터핑거 웬 말인가요. 버터핑거 신도시의 전유물 아니었냐며... 

 PS: 저는 큰 결정을 할 때 늘 최악의 상황을 먼저 생각합니다. 최악의 상황이 와도 감당할 자신이 있을 때 하기로 결정하죠. 그러니까 플로팅이 완전히 망해버린다 해도 저는 분명 괜찮을 거예요. 하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과정에 후회를 남겨서는 안 됩니다.

 

"내일 당장 그만둘 수도 있어, 내일 당장 그만둬도 괜찮아." 스스로에게 가장 자주 해 주는 말이에요. 스스로 끝을 결정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대단한 주도권을 쥔 기분이 들거든요. 재미있는 건, 이 주문이 저의 한계를 올려 준다는 겁니다. 대부분의 날들이 하루쯤은 더 해 볼 수 있을 것 같거든요. 


 절대 지켜야 하는 것도, 절대 변하지 않는 것도, 절대 포기하지 말아야 하는 것도 없다고 믿고 있어요. 우리는 언제라도 어떤 모양으로든 변할 수 있죠. 인생에서 '절대'라는 단어를 지우면 의외의 평안이 찾아올지도 모릅니다. 지금 당장,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내가 할 수 있는 만큼 하는 것,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는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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