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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감우 Apr 30. 2024

플로팅 일기 #5_하얗게 불태운 한 주 기록

4/23 ~ 4/28

2024.04.23. 화

 고작 하루 쉬는데도 왜 꼭 쉬고 온 다음날이면 일이 쌓여 있는 걸까! 오늘도 결국 계획한 일을 모두 끝내지 못했다. 그래도 일기는 써야지! 지난 일기에 썼던 글월 거래가 체결되어 오늘 첫 발주를 넣었다. (편지지, 카드 노트 등을 주문) 그리고 오후에는 스페인 문구 브랜드 밀란의 단독 수입처인 [동기 바르네] 영업 직원이 플로팅을 방문! 밀란은 나 또한 평소에 애정하는 브랜드였기에 입고를 염두하고는 있었으나 다른 일들이 밀리고 쌓여서 알아보지 못하던 차에 매우 반가운 방문이 아닐 수 없었다.


 문제는 거래처 하나가 새로 늘면 또 제품 리스트를 받아 플로팅에 입점시킬 상품들을 셀렉하는 게 일인데, 이 작업이 은근 오래 걸린다. 그래서 결론적으로는 글월 상품들 셀렉, 밀란 제품들 셀렉으로 하루를 전부 소진해 버렸다는 말. 오늘은 손님이 정말 없기도 했는데, 멍하니 앉아서 문밖만 내다보고 있을 여유가 없었던 게 어쩌면 다행인 걸까? :)


 이건 좀 다른 얘기인데, 카드사 사람 삼당원이랑 통화하기가 언제부터 이렇게 힘들어졌지...? 사업자 내고 카드 가맹 등록하자마자 온갖 카드사에서 카드 만들라는 전화가 와서 얼레벌레 카드가 좀 늘었는데, 신용카드는 개수가 늘면 정신 바짝 차리고 관리를 해야 되거든요. 세부적인 사항들 확인 좀 하려고 카드사 전부 전화 돌리다가 미치고 환장하는 줄. 신한카드는 결국 사람이랑 연결할 방법을 끝까지 찾지 못하여 영업사원한테 전화함. 아니 진짜... ai가 아무리 똑똑해졌대도 사람이 필요한 순간이 있다고요..! 선택할 수 있게 해 달라고...!!

-끝-

걱정은 걱정 인형에게!

2024.04.24. 수

 이번 주에 거래처가 세 개나 늘었다. [글월], [밀란]뿐 아니라 인센스와 기타 라이프스타일 소품들을 취급하는 [헤븐센스]와도 거래를 시작했다. 어제는 상품 셀렉하느라 한나절, 오늘은 발주 넣느라 한세월, 바쁘다 바빠 현대사회! 가게는 오늘도 역시나 고요 그 잡채. 나.. 이대로 괜찮은 걸까...?


 손님이 없으면 왠지 자신감이 떨어져서 상품 구성을 보완해야 하는 게 아닐까 생각하곤 한다. 그 일환으로 거래처는 자꾸 늘고, 돈은 계속 쓰고, 자리는 계속 부족하고의 반복. 아무튼 입고 예정으로 줄 서 있는 상품들이 꽤나 많기 때문에 테이블 하나를 추가로 구매했고, 디피 형태도 조금 변화가 필요할 듯하다.


 중도매가 아닌 직거래 업체를 늘리다 보니 사람과 사람 사이의 일은 복잡 미묘한 구석이 있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된다. 말 한마디에 따라 결과가 바뀌기도 하고, 상품이 아무리 좋아도 일처리 방식이 나와 맞지 않으면 거래를 재고하게 됨. 아마 상대방도 마찬가지겠지! (말조심, 태도 조심을 습관화합시다!)


 참! 오늘 드디어 플로팅 포스터 제작 주문 완료! 마음의 짐 하나를 줄였다. 일기 쓰다가 방금 또 이상한 데 꽂혀서 공유서가 위치 바꾸고 옴. 집중력 장애가 좀 있습니다. 네, 뭐, 아무튼 오늘은 딱히 쓸 말이 없으므로 이만 끝-!

오늘 엄마가 싸다 준 봄. 오늘 하루 중 유일한 스페셜 모먼트랄까? :)


 2024.04.25. 목

 오늘은 그동안 내 마음을 짓누르던 여러 가지 일들을 처리하며 나의 정신 건강을 케어하기로 했다. (정신 건강 엄청 챙기는 편) 그리하여 오늘은 신규 입점 브랜드인 스티치치 소개 포스팅을 올렸고, 무려! 무려!!!! 릴스를 올림....!!!!!! 1일 1릴스 올리시는 사장님들은 전부 릴스 담당 직원이 따로 있는 거죠...? 릴스 만드는 거 진짜 보통 일이 아닌 부분이라.... 피할 수 없으면 즐겨야 되는데.... 안 즐겨져..... 너무 힘들어...... 하나도 안 절거워......


 아무튼! 그래도 끝내고 나면 무엇보다도 뿌듯한 업무! 릴스 업로드되시겠다. 플로팅의 심벌은 종이비행기인데, 아무도 물어본 적은 없지만 이유를 한 번쯤은 알려드리고 싶어서 이건 꼭 릴스로 만들고 싶었던 콘텐츠! 그리하여 백만 년 만에 프로크리에이트까지 열어서 못 쓰는 글씨와 못 그리는 그림까지 동원해 가며 화면 기록으로 영상 만들기 성공. 하면 합니다. 해야 되면 하게 됩니다. 퀄리티는 보장 못하지만 좌우지간 하긴 해요.


 오늘 출근길에는 조금 재미있는 일이 있었는데, 과거 플로팅을 방문하셔서 젓가락을 구매해 가신 남자 손님 두 분을 우연히 마주쳤고, 나도 모르게 자동적으로 인사를 했는데, 인사를 받으신 두 분이 너무나 당황하시며 그 자리에 얼어붙어 동공 지진 작렬하셨다는 사실. 머쓱한 웃음과 함께 "아유 반가운 마음에 저도 모르게 인사를 해 버렸네요~ 플로팅입니다!" 하며 모두 함께 웃어버린 재미난 해프닝을 적립하게 되었다.


 그나저나 장사는 진짜 신묘한 구석이 있는 듯하다. 향기 브랜드인 헤이톰의 바디 스프레이를 몇 종 셀렉해 판매 중인데, 첫 달엔 제법 나가더니 이번 달엔 한 개도 나가지 않은 데다 플로팅의 색깔과 100% 부합하는 상품군은 아닌지라 철수를 고민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오늘 세 개 나간 거 실화...? 최대한 긍정적으로 생각하려고 노력하는 1인인데요, 앞으로는 부정어를 좀 더 많이 써야 할까 봐요. 어제는 4월 수요일 매출 최저를 찍어서 이대로 망하는 건가 생각하며 잠깐 울적했으나 오늘 갑자기 4월 목요일 매출 최고 찍음. 손님들이 단체로 저랑 밀당하는 걸까요...?  -끝-


 오늘의 TMI: 새로운 낙을 찾았습니다. 그것은 바로 새 영상 보기! 앵무새 말하는 영상에 중독돼 버렸습니다.

플로팅 로고는 바로 이것!


 2024.04.26. 금

 오늘 일기는 매우 짧을 예정이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기에 대한 엄청난 열정을 발휘하여 쓰였다는 사실을 미리 고지하는 바다.


 지금 시각, 저녁 8시 33분, 오후 내내 포스터 붙이기와 진열대 도장 작업에 심취하여 하루를 보냈으나 하필! 오늘은 각종 거래처에서 상품 입고가 쏟아져 들어온 날로, 해야 할 일의 반도 끝내지 못한 상황. 그러나 금강산도 식후경이기에 쉑쉑버거 배달 플렉스를 시전하여 야무진 식사를 끝내고 이 자리에 앉았다. (마감 시간 즈음 되니 가게 밖에서 소고기 구워 먹는 냄새가 솔솔 나서 간 고기 패티라도 먹어야 직성이 풀릴 것 같았다는 tmi는 무시해도 좋다.)


 약 30만 원에 육박하는 놀라운 가격의 철제(일제) 엽서렉을 (미쳐가지고) 질러 버렸는데, 오늘 받아 보니 깃털 같은 가벼움에 다시 한번 놀라게 되었다. 인더스트리얼 무드라고는 하지만 사실은 진짜 녹슬어 있는 것이 포인트 ^^ 그런데 원목 벽에 달아보니 솔직히 매우 만족스럽다. 왜 마음에 드는 것은 죄다 비싼 것일까.


 창고 공간이 마련되어 있지 않은 10평 남짓의 조그만 가게 사장은 차마 박스 더미를 쌓아두고 퇴근을 할 수가 없고, 그러므로 지금부터 박스 까대기 작업에 돌입할 예정. -끝-


 오늘의 TMI: 인스타 스토리 올리기에 중독됨. (대체로 중독에 약한 편) 인스타 피드는 엄선한 사진들을 나름! 편집까지 해서 올리고 있는 관계로 피드 하나 올리기가 세상 귀찮은 일이지만, 스토리는 날것 그대로를 올려도 부담이 없다는 게 특장점. -진짜 끝-

1. 오늘의 감동 포인트(feat.옥자는 그저 빛....) 2. 위에 언급한 비싸고 가벼운 엽서렉(하나에 저 가격은 아니고 두 개 구매라는 점 참고 부탁드리며)

2024.04.27. 토

 오늘은 이번 달 두 번째로 매출 좋은 날! 근데 아무튼 그게 문제가 아니고, 오늘은 나의 북스타그램 인친님께서 무려 한 시간 반 걸리는 거리를 불사하고 플로팅에 방문해 주셨다. 미리 방문 예고는 해 주셨지만, 아는 척하기를 약간 부담스러워하시는 것 같아서 편하게 구경하고 가시라고 말씀드렸는데, 막상 방문하신 것을 보자 너무나 본능적으로 알아차려 버림 ㅋㅋㅋ 계산하실 때 살며시 "맞죠..?"하고 아는 척을 했는데, 아까는 마음을 다 표현하지 못한 것 같아 이 자리에서 다시 한번 감사를 전하고 싶다. "어스님, 진짜 감사합니다!!! 너무너무너~~무 감동이었어요ㅠㅠㅠㅠㅠ"


 서점을 차려야겠다고 생각한 직후, 약간의 상업적인 흑심을 가지고 북스타그램을 시작했는데, 이제는 나의 북스타그램 인친님들과 진심 어린 친밀감이 생겨 버렸다. 원래는 계정을 좀 키워서 사업 시작할 때 그 계정을 사업 계정으로 엎으려고 했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던 이유도 이제는 그들이 정말 친구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원래 친구들이랑 할 이야기와 공적인 관계에서 할 이야기는 동일할 수 없으므로, 나는 이제 북스타그램만큼은 진짜 즐기며 할 수 있게 되었다.


 플로팅을 오픈하고, 온라인으로만 알고 지낸 분들을 만날 기회가 생기곤 하는데, 그럴 때마다 정말이지 감격스럽다. 내가 서점이 아닌 플로팅이라는 편집샵을 기획하게 된 계기도 사실은 다 그분들 덕분이다. 내가 아는 읽는 사람들은 죄다 거기 모여 있다고 해도 좋을 정도인데, 인스타그램을 통해 그들의 라이프스타일을 은연중에 공유받으며, 플로팅에 대한 구상을 점차로 확장할 수 있었다. 깜짝 놀랄 기회나 운명처럼 여겨지는 인연 또한 결국엔 언젠가의 선택의 결과다. 오늘의 작은 선택이 미래의 어떤 결과를 불러올지는 아무도 모르고, 그래서 삶이란 재미있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오늘의 tmi: 어제 물건들 입고 잡고, 가게 정리 좀 하다 보니 새벽 한 시가 넘어서 퇴근을 하게 됐는데, 열두 시경 근처 식당 사장님들이 전부 한 번씩 들어오셔서 왜 안 가냐고 걱정해 주고 가심ㅋㅋㅋ 그분들도 다 그 시간에 퇴근 중이라는 게 웃픈 현실. 근데 진짜 이 골목은 뜨거운 열정과 따뜻한 마음으로 가득 차서 불시에 사람의 마음을 간질인다. 이 골목에 오게 된 것도 어쩌면 운명일지도.

드디어 오늘! 글월 제품들 입고 완료. 만년필로 시필을 해 봤는데 종이 질 진짜 좋다! 만년필 사용자들에게 강력 추천.

2024.04.28. 일

 오늘은 비교적 조용한 날이었고, 이번 주는 솔직히 내가 생각해도 진짜 빡세게 일한 한 주였으므로, 여유를 조금 즐겨 보기로 했다. 이번 달 모임 책이었던 슈테판 츠바이크의 <초조한 마음>을 오늘에서야 완독한 후 밑줄 필사와 완독 리뷰까지 클리어! 밑줄 양이 상당해서 필사만 한 시간 넘게 했다... (내 손꾸락...ㅜ) 아무튼 이것저것 하다 보니 하루가 순삭으로 지나가 버려서 일기 쓸려고 야근하는 중. (?)

 일기에 대한 제 열정이 야근을 불사할 정도입니다 여러분!!!


 조금씩 플로팅을 목적지로 찾아 주시는 분들이 생기는 듯하다. 손님들의 동태를 곰곰이 살피다 책을 좋아하시는 분이다 싶으면 어김없이 공유서가 영업을 하는 중인데, "안 그래도 인스타에서 공유서가 보고 왔어요."하시는 분들이 늘고 있다는 것! 야호! 공유서가 책을 좀 더 채워야 하려나...ㅜ 확실히 인스타 광고는 효과가 있는 편인데, 월말이라 광고를 돌리지 못하고 있다. 월말에는 일단 아끼고 보는 월급쟁이물이 덜 빠진 편 ^^ 인스타 광고를 몇 번 돌리면서 유의미한 데이터를 수집하게 되었는데, 지역기반으로 돌리는 게 예상 효과는 더 높았음에도, 오히려 문화 도서에 관심이 있는 사람으로 타깃을 좁게 책정했을 때 훨씬 더 가시적인 광고 효과를 볼 수 있었다는 사실! 모든 마케팅 책에서 타깃은 좁게 잡으라고 하는 데는 다 이유가 있었던 걸로.


 글월 엽서 두 개가 덜 와서(진짜 낱개로 두 개), 택배로 보내 주신다는 것을 그냥 내가 내일 방문 수령하기로 했다. 그 김에 글월 제품들 구경도 하고 얼굴 도장도 찍고 올 예정! 글월은 편지의 순우리말인데, 이름도 매우 취향 저격인 데다가, 편지지 브랜드를 만들겠다고 나선 용기, 브랜드 정체성을 점차로 확고히 해 나가는 기획력에 꾸준히 감탄해 왔기에 플로팅과 글월이 함께하게 되었다는 건 다시 생각해도 너무 감격인 부분! 이런 좋은 브랜드들을 보며, 나도 조금씩 플로팅이 나아가야 할 방향성에 대해 감을 잡아가고 있는 중이다.


 근데 문제는 이래저래 정신이 없어서 한동안 온라인몰에 대해 완전히 놓고 있었다는 것... 들어올 물건들도 얼추 다 들어왔으니 다음 주부터는 온라인몰 준비 달릴게요! 조금만 기다려 주세요!

오늘의 행복 모먼트_옥자 사장님+ 장군이와 이웃사촌 담소 타임! (옥자 댕댕이 아님 주의, 가죽공방 신입사원인데 아무튼 옥자 사장님을 몹시 사랑하는 편)


PS: 어느새 한 주도 끝이 나고, 4월도 마지막 날이 되었네요. 오늘은 플로팅을 오픈한 지 꽉 채워 두 달이 되는 날이기도 합니다. 지난주에 공무원 친구와 통화를 하게 됐는데, 그 친구가 이런 말을 하더라고요.

 "나도 너처럼 자유롭게 살고 싶다." ?????? 하하, 그저 웃지요...

그런데 사실, 자유로운 삶이라는 게 어디 있겠습니까! 이 세상을 살아가는 모두에게는 저마다의 굴레가 존재하며, 그것은 빈부와도 상관없고 직업의 종류와도 무관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니까 저는 이런 말을 전하고 싶네요.

 "자유는 산 자의 것이 아니니, 세상에 없는 것을 구하지 말라!"

 모두의 삶이 버틸 수 있을 정도로만 고단하길 바라며, 이번 주도 플로팅 일기를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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