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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감우 May 28. 2024

플로팅 일기 #9_징징 금지!

5/21 ~ 5/26

2024.05.21. 화

 기록에 대한 피드 하나를 올렸는데, 나름 진솔한 글을 엄청 길게 썼으나, 업로드되고 보니 글이 싹 사라졌다...! 혹시 이유를 아시는 분을 댓글로 알려 주세요... 제발.... ㅜ 아무튼 정말 긴 글이었기 때문에 다시 쓰는 것은 포기했다. 쳇.


 얼마 전 다녀온 라이팅룸 팝업에서 마음에 드는 문장을 적어오면 키링으로 만들어 주는 이벤트에 참여했는데, 그 순간 문득! 잊고 있던 아이디어 하나가 떠올랐다. 예전에 읽었던 책 <훔쳐라, 아티스트처럼>에서 등장하는 '뉴스페이퍼 블랙아웃'이 바로 그것! 신문 한 장을 무작위로 선택한 뒤, 내가 남기고 싶은 단어들만을 남기고 모두 블랙아웃 시켜 새로운 문장을 만드는 작업을 하는 작가였는데, 책의 제목부터 <훔쳐라, 아티스트처럼>이니 만큼, 그 아이디어를 언젠가 훔쳐 써 볼 작정이었다. 그리고 때가 온 것이다!


 그리하여 쉬는 월요일에 오래된 헌책방에서 아주 오래되어 부서질 듯한 책을 제법 비싼 돈을 주고 사 왔고! 오늘은 샘플링을 위해 주문했던 키링이 도착! 하다 보니 재미있어서 시간 가는 줄 모르겠다. 플로팅 상품으로 기획한 건데, 팔릴지는 의문. 언제부터 판매를 하게 될지도 의문. 아무튼 책과 활자를 가지고 재미나게 놀아 볼 생각이다.

2024.05.22. 수

 오늘의 첫 손님으로 친화력이 엄청난 대만인 손님이 와 주셨다. 한국을 좋아하시는 모양으로, 한국어를 조금 할 줄 아셨는데, 짧은 영어와 섞어가며 나이와 직업 공유까지 해 버렸다는 ^^ 다방면으로 활동하시는 예술가시라고. (아... 그분 샤오홍슈 유저던데... 거기다 우리 가게 좀 올려달라고 말해 볼걸...)


 그 외에는 대체로 조용한 하루였고, 꾸역꾸역 온라인몰 상품 등록 한 개 완료. 어제에 이어 헌책 가지고 조금 놀다 보니 또 퇴근 시간이 지났지만, 아무튼 오늘도 끝~! 그나저나 요즘 똥파리들 때문에 미쳐버리겠음.... 너무 통통해서 죽이지도 못하겠고... 조용히나 좀 있었으면....

오늘은 다른 버전의 키링으로!

2024.05.23. 목

 오늘은 반가운 재방문 고객님들이 방문해 주셨는데, 한분이 이런 말씀을 해 주시는 게 아닌가!

"인스타그램 재미있게 보고 있어요." 

 이건 정말 요즘의 내가 들을 수 있는 가장 큰 칭찬이자, 가장 듣고 싶은 말...!!! 과분한 칭찬이라고 생각하면서도, 기분이 날아갈 듯 좋았습니다! 


 조금 특별한 일도 있었는데, 재방문 손님 중 한 분이 풍경 엽서를 찾으시길래(현재 플로팅은 엽서북 외에 판매 중인 엽서는 없음), 다 팔리고 샘플만 남은 뉴질랜드 로드트립 엽서북을 선물로 드리려고 했으나, 알고 보니 직업이 포토그래퍼셨고, 풍경 사진으로 엽서 제작을 하고 계신다고...! 다음 주에 샘플을 가져다주시기로 했다! 바로 이런 순간에 플로팅을 시작하길 잘했다는 생각을 한다. 생각지도 못한 인연의 확장과 더불어 상부상조의 마음으로 공생을 도모할 수 있다는 것. 유통의 매력은 공생에 있는 것 같다. "네가 잘 돼야 나도 잘 될 수 있어." "내가 잘 되면 너도 잘 될 거야."라고 말할 수 있다는 건 얼마나 아름다운 행운인가..!

엽서북 샘플이었던 것은 그냥 제가 쓰기로 했습니다 :) 벽꾸하면 기분이 좋그든여.

2024.05.24. 금

 세 시가 넘어가도록 개시를 못하면 '아, 오늘 매출 0원인가..?' 하는 불안감이 스멀스멀 기어 나오기 시작한다. 오늘이 그런 날이었는데, 오픈 첫 달의 1회를 제외하고는 다행히 매출 0원인 날은 없었고, 오늘도 용케 손님이 몇 분 들어와 주셨다. 주변 사장님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모두 초반에는 이런 과정을 겪었다고 하셨는데, 솔직히 나는 매출 0원인 날이 단 하루뿐이었다는 게 오히려 신기하기도 하다. 그래서 만약 그런 날이 다시 찾아오더라도 겸허히 받아들일 생각.


 오늘은 조금 슬픈 소식이 있다. 지난달 하이타이드와 현장 미팅까지 해 가며 거래 체결을 위해 힘썼으나, 한 달 여가 지난 오늘, 거절의 메일을 받게 되었다. 입지 조건 및 브랜드 이해도 등에 있어서는 긍정적이나 아직 너무 초기 단계이므로 특별한 메리트를 찾지 못했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나는 겸허히 받아들이기 대장이라 이 또한 겸허히 받아들였다. 다만 하이타이드 측에서도 (인사치레인지는 몰라도) 거래의 가능성을 완전히 닫아두지는 않았는데, 나 역시 완전히 포기한 것은 아니므로 플로팅을 조금 더 키워서 다시 트라이해 볼 생각. 

 

 내가 하이타이드와의 거래에 집착하는 이유는 단순히 사업성만을 따져서라기보다는 내가 정말 하이타이드의 여러 브랜드의 팬이기 때문인데, 그렇기에 더욱! 한 번 거절당했다고 포기해 버리기엔 아쉽다. 나 생각보다 진심이라고?

그러니까 여러분, 저 좀 키워주시죠! 플로팅에 오시면 샘플도 맘껏 써 보실 수 있습니다 :)

2024.05.25. 토

 인스타 광고를 꾸준히 돌리다 보니 제법 유의미한 인사이트를 얻게 되었다. 사람들은 상품 소개나 매장 소개 등의 집적적인 홍보 콘텐츠보다는 이념 및 가치관을 다루는 콘텐츠에 좀 더 쉽게 마음을 연다는 것. 곰곰 생각해 보면 당연한 결과라는 생각도 든다. 나의 계정이 플로팅이라는 영업장의 계정이라는 것을 알고 있는 이상, 소비자들은 내가 원하는 바를 누구보다 정확하게 알고 있다. 물론 내가 원하는 바는, 그들이 플로팅을 방문해 지갑을 여는 것일 테다. 그러니까 이것은 이미 나도 알고 너도 아는 지극히 당연한 사실이므로, 굳이 내가 한 번 더 강조해 줄 필요는 없는 것이다. 


 사람 마음이라는 게 복잡한 듯하면서도 단순해서, 원래 해라해라 하면 더 하기 싫고, 사라사라 하면 더 사기 싫어지는 게 당연지사 아닌가! 그런 의미에서 돈을 쫓아가면 돈이 도망간다는 옛말이 생각나기도 하는데, 뭐 아무튼! 세상에서 가장 훌륭한 물건이라거나, 세상에서 유일한 물건 같은 것은 어차피 신기루에 불과하고, 결국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건 물건이 아니라 이야기라는 생각을 한다. 서적이 아니라 제안을 판다던 마스다 무네아키의 말처럼, 결국 내가 팔아야 하는 것은 물건이 아니라 이야기일 수도 있다.

과자 마그넷이 조금 지겨워서 새로운 마그넷을 주문해 봄! (인스타 팔로우해 주시면 드려요!)

2024.05.26. 일

 오늘의 결심 : 징징대지 말 것.

 한 발 떨어져서 가만히 나 자신을 바라보면, 좀 징징이 습관인 것 같다. 그런 내가 꼴 보기 싫어져서 이제 진짜 징징대지 않기로 했다. 사실 그렇게 힘든 것도 아닌데, 사실 그렇게 걱정되는 것도 아닌데, 사실 그렇게 불안한 것도 아닌데, 괜히 징징거리고 있어! 쯧.


 오늘은 비 오는 일요일이라 오후 다섯 시가 다 되도록 손님이 한 명도 안 들어와서 아, 오늘은 손님이 없을 거구나, 두 번째 0원의 날이 바로 오늘이구나, 내가 겸허하게 받아들여야 할 날이구나 생각하며 마음의 준비를 끝내고 일기나 쓸 생각이었는데, 그 순간 손님이 들어오셨다는 사실! 이게 바로 장사의 묘미라고나 할까? 역시 난 장사가 적성에 맞는 걸지도.

새로 생긴 잔 와인바 벙홀 사장님이 파이를 사다 주셨다! 이상하게 자꾸 얻어먹고 다니게 되는 요즘... 헷 ><


 PS: 오늘은 조금 새로운 소식을 전하려고 합니다! 앞으로 일기를 매일 올리려고 해요. 플로팅 일기를 쓰는 이유는 엉망진창으로 흘러가는 첫 사업의 과정을 기록하기 위함이며, 과정의 기록이 후일의 저에게 도움이 될 거라고 믿기 때문이에요. 그렇기 때문에 플로팅 일기의 궁극적인 목적은 나를 위한 글쓰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저는 워낙에 투머치 토커라 말이 정말 많아요. 어쩌면 당연하게도 글도 자꾸만 길어지는데, 제가 나만의 일기장이 아닌 공개된 장소에 일기를 올리는 이상 읽으시는 분들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겠더라고요. 좀 더 생생한 이야기들을 라이브로 올리다 보면 읽으시는 분들도 부담 없이 소비할 수 있고, 저 또한 짧게 끝내야 한다는 압박에서 벗어나 좀 더 편안하게 하루를 갈무리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오늘 일기는 이것으로 대체하고요, 내일부터는 휴무인 월요일은 제외하고 매일 연재로 변경하여 진행될 예정입니다! 솔직히 안 읽으셔도 괜찮고요, 혹시나 제 일기를 재미있게 읽어 주셨던 분들은, 앞으로 매일 저의 일기를 만나 보실 수 있을 거예요! 지금까지 긴 글을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잘 부탁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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