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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감우 May 21. 2024

플로팅 일기 #8_오늘을 버틸 힘은 아직 충분하다.

5/14 ~ 5/19

2024.05.14. 화

 가게 앞 상수도 공사가 아직 마무리되지 않은 상태였는데, 오늘부터 마감 작업이 시작되었다. 그리하여 오늘도 가게 앞 상황은 난장판 그 잡채. 근데 진짜 이상하게 이런 날 또 손님이 없지는 않다는 사실! (진짜 공사장이 취향이신 겁니까!) 다만 오후 세시 즈음부터는 건물 입구가 완전히 막혀 버린 데다 공사하시는 분들이 플로팅 골목 통행 자체를 통제해 버리시는 바람에, 지하 공방 내려가서 땡땡이 제대로 치고 왔다!


 플로팅이 있는 연남동 노란 벽돌집은 플로팅을 제외한 모든 곳이 손님을 받지 않는(입구가 다른 와인 바 제외), 연남동에서는 매우 흔치 않은 건물인데, 우리가 또 건물 간판을 만들어놨기 때문에 위아래층을 궁금해하시는 분들이 제법 많다. 그래서 플로팅 인스타그램에 건물 소개 릴스를 올려 볼 심산으로 공방 사진 찍으러 갔는데! 도자기 공방 사장님이 저를 위한 클래스를 열어 주셨지 뭐예요 ㅠㅠㅠㅠ 


 위아래층으로 붙어 있어도 서로 바쁘다 보니 같이 놀 수 있는 시간은 거의 없는데, 요렇게 특별한 이슈가 생기면 장사는 좀 안 될지 몰라도 새로운 재미를 찾을 수 있답니다 :) 노느라 일을 별로 못 해서 원래는 야근을 해야 하지만, 못다 한 일은 내일의 나에게 미루는 게 국룰 아니겠습니까? 라이팅룸 팝업 구경 가야 돼서 이만 퇴근할게요! 

귀엽지만 험악한 애가 온 골목을 누비고 다녔던 화요일이었습니다.

 2024.05.15. 수

 이렇게 쉬는 날마다 비가 오는 건 좀 반칙 아닌가요? 원래도 5월 별로 안 좋아했지만, 장사하는 사람에게 5월은 좀 더 가혹한 느낌이군요.


 뭐 그래도 최악까지는 아니었는데, 원래 손님들에게 먼저 말을 거는 편은 아니지만, 오늘은 궂은날 와 주신 게 감사해서 말도 좀 붙여 보았다. 어제 다녀온 라이팅룸 팝업이 매우 좋았어서 거기 가 보라고 추천도 해 줄 겸? 어제 온라인 몰 상품 등록 한 개도 못해서 오늘은 최소 두 개는 하려고 했지만, 하나에서 만족하기로 했다. 목표를 높게 잡아야 하는 이유, 목표 달성 못 하더라도 대충 정도는 간다. ^^


 오늘도 상수도 공사의 여파로 플로팅 앞은 부산스러웠으나, 드디어! 오늘이 공사 마지막 날이라는! (여러모로 죽어라 죽어라 했던 5월이었답니다.) 그래도 공사 끝내놓고 보니 길이 좀 더 깨끗하고 예뻐지긴 했다. 좋아 좋아! 아무리 힘든 날에도 좋은 것을 찾아 웃읍시다! 


+) 오늘의 가장 큰 스페셜 모먼트는 아래층 가죽 공방 사장님이 플로팅 책갈피를 깜짝 선물로 만들어 주셨다는 것..! 원래 핸드메이드라는 것이 아무리 단순한 것도 손이 많이 가기 마련인데, 무려 로고까지 박아서! 심지어 개별 포장까지 해서! 주셨다고요... 자꾸 받기만 하는 것 같아 죄송한데 또 너무 감사하고 아무튼 따스함 충만해졌다는 말. 여기 확실히 터가 좋은 것 같아요. 연남동 노란 벽돌집은 무조건 대박 날 거예요.

엄청나지 않습니까?! 요 한정판 책갈피는 3만원 이상 구매하시면 선물로 드립니다! ><

2024.05.16. 목

쨍하게 맑은 날, 기분 좋게 하루 시작! 하긴 했는데... 날이 너무 좋아서였을까? 오늘 정말 일하기 너무너무 싫더라고요. 살짝 몸살 기운이 오는 것 같기도 하고? 이거만 쓰고 얼른 퇴근해야겠다! 오늘은 일도 별로 안 했고, 손님도 별로 없어서 특별한 이슈도 없었음!

플로팅에 새로운 귀요미가 들어왔어요 :)

2024.05.17. 금

 오랜만에 온라인 몰 상품 등록을 했는데, 상세 페이지 만들다 보니까 아... 정말 맥북 사고 싶다...... 사진 자동 연동만 돼도 업무 속도 훨씬 빨라질 것 같은데....ㅜㅜ 투자다 생각하고 그냥 질러 버릴까 하루에도 수십 번씩 갈등 중. 그래도 아직은..... 참자..... 지름신이 올 땐 매출 현황을 보거라 나 자신이여.....


 아직 온라인 주문은 한 건도 안 들어왔지만, 택배 박스 및 포장 용품들은 구비되었다! 문제는 포장 공간인데, 택배 박스 때문에 그나마 있던 창고 공간도 꽉 차서 작업대 확보를 위한 대대적인 정리가 필요할 듯하다. 그러려면 수납 용품들이 좀 더 필요한 상황. 맥북은 못 사도 선반은 사야지... 그 정도는 살 수 있지... ^^


 온라인 몰을 막상 오픈하고 보니, 관련 데이터에 대해 알 수 없는 게 조금 답답해서 GA로 데이터 분석을 좀 해 볼 생각. GA는 회사 다닐 때 약간 다뤄 보긴 했으나 그때도 완전 초보 수준이었고, 지금은 그나마도 완전히 까먹은 관계로 책 사서 공부를 좀 해야 할 것 같다. 정말이지 배움에는 끝이 없네. 이번 달 매출 약간 폭망 느낌이긴 하지만, 아무튼 오늘은 이번 주 중에서는 가장 잘 된 날! 힘든 날에도 좋은 것을 찾아 웃읍시다! 끝-!

라이팅룸 팝업에 가면 받을 수 있는 기록인 배지! 이거 받았으니까 나도 기록인? ><

2024.05.18. 토

 요즘 새로운 고민이 생겼다. 플로팅 운영의 장기적 포커스를 유통에 집중할지 제조에 집중할지에 대해 어느 쪽으로도 확신을 갖지 못하고 있기 때문. 현재는 당연히 유통 중심이고, 제조는 계획 단계이긴 하지만, 혼자 모든 것을 해야 하는 지금으로서는 분명한 선택과 집중이 필요해 보인다. 플로팅 시작 전부터 우리만의 상품을 제작하고 싶다는 욕심이 크기도 했고, 그래야만 희소가치에 의한 변별력을 가질 수 있다는 생각과 함께, 조금 더 브랜드의 이미지를 갖춰 나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지만! 세상엔 멋지고 좋은 제품을 파는 제작자들이 이미 차고 넘친다는 사실...! 명확한 기준에 의거한 선별 작업을 거쳐 효과적으로 모아 놓을 수만 있다면, 사실은 그쪽이 훨씬 더 경쟁력이 있을 수 있다.


 유통 중심으로 가게 되면 장기적으로는 오히려 판을 더 크게 키울 수 있을지도 모르고? (현실은 비루해도 꿈은 크게 꿀 수 있잖아요?!) 다만 유통 중심일 경우 오히려 자본이 더 많이 투입되어야 할 것 같은데, 돈이 없어 걱정인 그런 상태라고나 할까요. 이런저런 고민들을 한참 하다 보면, 오늘 해야 할 일이나 얼른 하자 싶긴 하지만. 뭐 아무튼, 요즘 저는 이런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오늘 라이팅룸 대표님과 노트 얘기를 하다가 고민이 좀 더 심화되었다는 ^^ 

2024.05.19. 일

 오래된 친구를 아주 오랜만에 이곳 플로팅에서 만나게 되었다. 집도 먼 친구가 부러 이곳까지 찾아와 준 것이었는데, 생각지도 못한 방문이 무척이나 반갑게 느껴졌다. 나는 인간관계에서 비롯되는 감정의 소모를 유독 피로감으로 느끼는 유형으로, 좁고 깊은 관계를 지향한다는 미명하에, 언제나 그 나물에 그 밥 같은 제한된 인간들과만 교류해 왔다. 그것은 종종 나의 세계가 갈수록 좁아진다는 불안감을 야기시키곤 했는데, 많은 친구가 필요하다는 생각은 살면서 한 번도 해 본 적이 없으나 이러다가는 점점 더 편협하고 고약한 인간으로 발전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되긴 했다.


 그러나 플로팅을 오픈하고, 나의 소중한 그 나물에 그 밥들이, 누구 하나 빠지지 않고 넘치는 응원과 격려를 해 주었던 것을 생각해 보면, 역시 이 편도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 덕에 약간은 감상에 빠져버린 일요일이었습니다.

너 이거 놓고 갔어! 또 와 ㅜ 

PS: 지난 일기들을 다시 읽다 보니 그사이 고민 하나가 해결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토요일 일기였던 [유통 vs제조]에 대한 고민은 일단 유통에 집중하는 것으로 정리되었습니다. 가장 큰 이유는, 아무리 생각해도 나보다 훨씬 뛰어난 제작자들이 이미 세상에 차고 넘친다는 것이겠고요, 제조 중심으로 가게 되면 내가 만드는 물건이 최고다!라고 주장해야 하는데, 그보다는 세상에 이렇게 훌륭한 물건들이 많다!라고 외치는 편이 조금 더 자신 있기도 해서입니다. 소자본이라는 근본적인 문제 요소는 당연히 해결되지 않았지만, 오늘을 버틸 힘은 아직 남아 있으니 일단 가 보도록 하지요! 


 그런데 이건 좀 다른 이야기입니다만, 저의 일기를 읽는 게 재미있으신가요? 수요는 줄어들고 공급은 늘어나는 기이한 활자의 세계에 굳이 불필요한 활자의 모음을 보태는 것이 옳을지 고민이 돼서 말이죠. (고민 총량의 법칙은 사이언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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