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2.27. 목
봄이 오려나? 어쩌면 이미 온 걸까? 오늘은 정말 봄 같이 포근하고 화사했던 날씨! 그래서인지 목요일이지만 손님이 꽤나 많았던 하루였다. 이번 달은 평일에도 대체적으로 많은 손님들이 방문하시며 월초의 걱정이 무색하게 매출이 기대 이상으로 나와주었다.
월말이 다가오면 나 또한 긴축 모드에 돌입한다. 발주는 되도록 다음 달로 미루고, 개인적인 지출도 대폭 줄이고, 새로운 달을 맞이할 준비를 한다. 그럼 월말에는 뭘 하냐면, 다음 달 새로 리셋된 예산에서 우선순위로 지출해야 할 품목을 정리하고, 발주할 상품들을 추려 담아 놓고, 비용 때문에 미뤄두었던 일 리스트를 꺼내 현재 가장 필요한 일 하나를 고르는 작업을 한다. 그렇게 조금씩 천천히 플로팅의 공간을 채웠고, 이제는 좀 더 세부적인 항목들을 건드릴 수 있게 되었다.
긴축에 들어가는 월말은 오히려 창조성이 폭발하는 시기이기도 해서 빠진 물건에 따라 새롭게 디피를 바꾸기도 하고, 상품 개발 아이디어를 모색하기도 한다. 역시 풍요보다는 결핍이 생산성을 높이는지도 모르겠다.
이제 정말 내일모레면 플로팅이 세상에 나온 지 만으로 1년이 된다. 나보다 몇 년 먼저 사업을 시작한 친구가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사업을 한다는 건 달리는 기차에 타고 있는 것 같아. 내리고 싶은데 뛰어내리면 더 크게 다칠 것 같아서 도저히 내릴 수가 없거든."
요즘 그 말이 자꾸 떠오른다. 쫓아오는 이는 아무도 없는데 혼자 쫓기는 모양새로 관성에 의해 움직이며 여기까지 왔다. 장부 정리를 할 때마다 이렇게 얼마나 더 버틸 수 있을까 한숨을 토하고, 다음 날이 되면 또 언제 그랬냐는 듯 줄 돈을 주고, 받을 돈을 받으며 이러구러 살아간다. 돈을 '번다'는 개념조차 희미해지고, 돈이 '돈다'는 말이 피부로 체감되기 시작한다. 남 줄 돈을 줄 만큼의 돈이 곳간에 있으면 그저 안도하기 바쁘다. 이게 맞나 싶지만 쉽사리 뛰어내릴 수도 없다. 그러니 계속 가 보는 수밖에.
"자수성가한 사람들 똥고집은 아무도 못 이겨."
살면서 종종 듣게 되는 말. 나는 아직 성가는 못 했지만 자수까지는 온 셈이니 말해 보자면, 그들을 왜 이길 수 없는지 이제 조금은 알 것도 같다. 앞에서 끌어주는 선배도, 뒤를 받쳐 줄 후배도, 어깨를 빌려 줄 동료도 없는 허허벌판에서 나름의 밥벌이를 개척해 나가려다 보면 믿을 것은 오직 나뿐이다. 아무리 가까운 사람일지라도 내 고충을 짐작조차 할 수 없다. 게다가 내가 흔들리면 밥벌이의 근본 자체가 함께 흔들리니 이 말 저 말에 휘둘리는 것도 여유가 있을 때에나 할 수 있는 일이다. 그렇게 자기 확신과 자기 방어의 묘한 경계를 넘나들며 입을 앙다물고 쫓기듯 달리다 운 좋게 성공까지 하여 집안을 일으키기에 이르렀다면, 누구라도 대단한 똥고집의 소유자가 안 되고 배길까. 나를 지키기 위해, 나의 밥벌이를 지키기 위해, 때론 억지인 것을 알면서도 감행해야 했던 수많은 일들이 데이터의 검증을 통과하여 결과로 증명된 셈이니 말이다.
나는 아직 성가의 근처에도 가지 못했지만, 마음만큼은 자수성가한 사람으로 살기로 했다. 그래서 나는 흔들릴 때마다 생각한다. 내가 맞다고. 내가 옳다고. 그 누구도 아닌 나를 믿고 가라고. 나도 안다. 이건 좀 위험할 수도 있다는 것을.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나에게 필요한 것은 오직 자기 확신뿐이다. 결과에 책임져야 할 사람도 오직 나뿐이니 나를 더욱 굳게 믿는 수밖에 없다. 그래야만 이 불안한 발걸음을 한 발짝이라도 더 뗄 수 있을 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