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당신은 어디에
이제는 사라지고 없는 놀이공원 앞에서 찍은 삼십 년도 더 지난 사진. 그 속에 아빠가 있다. 사진 속 아빠의 모습을 발견한 건 내 나이 마흔이 넘어서였다.
참하디 참한 아내와 세 아이를 쳐다보며 사진기 셔터를 누르는 아빠는 어떤 얼굴을 하고 있었을까?
어린 내 기억 속 아빠는 조금은 무서운 사람이었다.
가끔 한 번씩 아빠가 화낼 때, 그 표정이 나에게 무서웠던 기억을 남긴 것 같다.
아빠가 하늘로 돌아가신 지 올해로 11년이 되었다.
그 뒤로 난 가끔씩 생각한다.
아빠가 돌아가시고 나서 내 가슴에 사무치게 남는 일은 아빠를 한 번도 제대로 따뜻하게 안아주지 못했다는 사실이었다. 항상 그게 마음에 남아 있어서 인지 아빠가 돌아가시고 몇 해가 지난 어느 날 꿈에 아빠를 만났다.
바람이 부는 야트막한 언덕 위, 아름드리 큰 나무 아래 아빠가 서 있었다. 난 천천히 아빠에게로 걸어가 아빠를 꼭 끌어안았다. 끌어안은 아빠는 마치 나무처럼 딱딱한 느낌이었다. 아빠를 안아주고 나서야 제대로 아빠를 바라보았다. 쌀쌀한 바람이 불고 있는데 아빠는 얇은 와이셔츠 차림이었다. 아빠가 추워 보여
“ 아빠, 추운데 왜 이렇게 입고 있어. 내가 가서 카디건 사 올게. 조금만 기다려. “
아빠는 아무 말이 없었고 난 언덕을 내려왔다. 내려오며 다시 뒤돌아 아빠를 보았다. 그러면서 지금 떠나면 아빠를 다신 못 볼 것 같다는 생각이 직감적으로 들었다. 그러면서 난 꿈에서 깨었다.
꿈에서 깨어나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아빠가 날 만나러 이 세상에 온 건지,
아니면 내가 아빠를 만나러 다른 세상에 간 건지…
그곳이 어디였든 간에 난 아빠를 만났고 아빠를 안아주었다. 그 꿈을 꾸고 난 뒤론 아빠에 대한 어떤 미안함 같은 게 조금은 사라졌다. 아마도 아빠가 내 마음을 편안하게 해 주기 위해 내 꿈에 찾아온 것 같다.
아빠는 살아생전에 살갑지 않으셨고, 나 역시 아빠에게 살가운 딸이 아니었다. 인순이 노래 ‘아버지’처럼 서로 미워도 하고 서로 사랑을 했던 딱 그런 사이. 아니 아빠는 늘 날 사랑하셨지만 내가 미워도 하고 사랑도 했던 것 같다.
나이가 들고 결혼을 하고 아이들을 키우면서 그 당시 아빠가 어떤 마음이었을지 조금씩 알아가고 있다. 내가 조금 더 성숙했었더라면 아빠를 더 이해하고 더 사랑할 수 있지 않았을까? 왜 사람은 늘 지나고야 깨닫는지 모르겠다.
둘째를 재울 때 ‘꽃밭에서’라는 노래를 가끔씩 불러준다. 아빠가 흥얼거리던 노래.
이 노래를 부를 때마다 마치 아빠가 내 곁에 함께 하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 아빠, 그곳에서 편안히 지내고 계신 거죠? 저 여기서 잘 지내다가 아빠 만나러 갈게요. 사랑해요. 아빠. “
오늘도 아빠가 보고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