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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제 Sep 24. 2023

 알밤

너와 나의 거리를 줄이려 다가가는 마음은 이내 핏빛 상처만 남기고, 다가선 만큼의 거리만큼 다시 멀어진다. 할 수 있는 일이라곤 날카로운 가시 속 포슬한 자리에 웅크리고 앉아 애먼 마음만 쓸어내리며 삭힐 뿐이다.


당신을 만날 수 있다면, 그걸로 충분해.


사그라질 기미 없이 자꾸 커지는 마음은 속절없다. 불공평한 마음의 무게가 얄궂다 생각하며 망설이다가도 기어이 갈망하는 마음을 메어두지 않는다.


등 돌린 그 마음을 되돌리기 위해서는, 무겁게 닫힌 그 문을 열기 위해서는 어느 만큼의 무게가 필요할까?


필요한 무게를 헤아리다가, 문득 하늘을 올려다보니 바람의 방향이 바뀌었다.


오늘 당신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기 위해 낙하를 결심한다.

긴긴 시간 동안 쌓아 올린 마음을 한 줌 남김없이 온전히 내어주어, 나의 소멸이 당신에게 소유되기를 꿈꿔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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