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창시절 가정수업 시간에 코바늘 뜨개를 배운 적이 있다. 손재주가 그리 없는 편이 아닌데도 매 번 어떤 단계에 이르러선, 몹쓸 손이네! 라던지 와 머리 진짜 나빠! 라고 투덜대며 휙 내던져 버리고는 했다. 결국 지금껏 나는 목도리 하나도 완성하지 못했다.
사랑(연애)에 애매하게 실패할 때마다 중간에 그만 둔 코바늘 뜨개를 떠올린다. 분명 기다란 바늘에 털실 고리를 차곡차곡 엮어 쌓아가고 있었건만, 어느 순간 얼개들이 꼬이고 간격이 우스꽝스러워 졌다. 이번 만큼은! 이라는 의욕과 설레임에 휘적이는 나를 눈부셔하며 시작했던 사랑이 못생겨질 때, 심지어 그게 왜인지도 모를 때, 그것들은 내게 단 한번도 완성하지 못한 뜨개 목도리였다. 따뜻하고 싶었으나 누구의 목덜미도 포근하게 휘감지 못했고, 털실을 풀어 뜨개질을 다시 시작하지도 못하게 되버린.
김금희 작가의 <나의 사랑, 매기>를 읽으면서 내 지난 '실패한 사랑'과 같은 미완의 뜨개 목도리를 떠올렸다. 엉성한 얼개와 휘어진 모양새가 친숙하기도 하고, 어지간히 부끄럽기도 하고, 살짝 다정하기도 했지만 결국 애잔했다. 김금희 작가의 이야기는 늘 이런 식이다. 무게가 굉장히 가벼운 HB연필로 꾹꾹 눌러 쓴 것만 같은 문장들은 경쾌한 텍스쳐의 워딩에 반해 꽤 둔중하다.
책의 마지막 장을 덮으며 서울을 거쳐 전라도를 지나 제주에서 목도리 뜨기를 중단한 사실을 '인지' 하게 되는 재훈의 여독이 풀리기를, 사라진 매기가 재훈의 별명을 짓는 사건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랐다. 우리는 사랑을 재연하는 배우가 아니며, 앓았던 사랑의 상흔은 커튼콜이 없는 잔혹한 홀연함으로 극복되기도 하는 법이다. 어른이니까 마음을 이사할 수 있어야 한다. 빈 집의 가구가 놓였던 자리의 흔적에 사무쳐하지 말아야 한다. 그렇게 안녕이라고, 나의 사랑 매기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