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왕벌은 로열젤리를, 여왕개미는 로열솝(비누)를 만듭니다
“젠장, 다들 바보야. 펑!!!”
소년은 학교에서 선생님께 된통 혼나고 집에 돌아오는 길이었어요. 화풀이 할 곳 없는 소년은, 모래 위에 박혀있던 음료수 캔을 펑 찼답니다. 어머나, 그 때 땅에서 자그마한 소리가 들려왔어요.
“고마워요. 고마워요. 덕분에 우리가 살 수 있게 됐어요.”
너무나도 작은 소리에 환청이 들리나 착각한 소년은 발걸음을 옮기려했어요. 그 때 개미들이 소년의 종아리를 타고 올라와 배꼽 근처에서 외쳤어요.
“못된 꼬마들이 캔으로 저희 집 구멍을 막았어요. 모두가 캔을 움직이려 했지만 꼼짝도 하지 않았죠. 곧 진득한 음료수가 흘러나와 홍수로 죽을 뻔 했는데, 선생님께서 우리를 살려주셨답니다.”
이 상황이 어리둥절한 소년은 멀뚱히 개미만 쳐다봤어요. ‘난 그냥 화가 나서 캔을 찬 거뿐인데...’ 그 때 소년의 손바닥 위로 개미 한 마리가 날아왔어요.
“꼬마 선생님, 저는 이 무리를 이끄는 여왕개미에요. 우리를 살려주신 것에 제가 작게나마 보답을 하고 싶어요.”
말을 마친 여왕개미는 소년의 손바닥 위로 갑자기 한 움큼의 눈물을 흘렸어요. 그 눈물은 곧 딱딱하게 굳었어요.
“여왕벌은 로열젤리를, 여왕개미는 로열솝(soap=비누)을 만들어낸답니다. 지워버리고 싶은 기억이 있을 때 로열솝을 사용하세요. 비누거품이 꼬마선생님의 나쁜 기억을 행복한 기억으로 바꿔 줄 거에요. 단, 딱 세 번 사용할 수 있답니다.”
여왕개미는 사라졌고 소년은 옆의 강가로 뛰어갔어요. 소년은 비누칠을 하기 시작했고, 몽실몽실 거품들이 일어나 소년을 감쌌어요.
‘새끼야, 돈 안 가져왔는데 학교를 뭐 하러 와. 빨리 꺼져’ 소년을 아프게 했던 선생님의 오늘의 꾸중이 사라지고 칭찬의 말로 변했어요.
‘돈 없이 학교 오기 쉽지 않았을 텐데, 그래도 학교를 와줘서 고맙구나.’
거품은 소년과 선생님의 기억을 확 바꿔버렸어요. 하지만 기억이 바뀐다고 소년이 바뀌는 건 아니었어요. 사실 소년은 전교에서 소문난 못된 아이였거든요. 선생님의 말씀을 어기고 친구들을 괴롭히고, 도둑질을 일삼는 소년이었죠. 소년은 거품을 씻고 만족하며 잠에 들었어요.
“선생님이 소풍비 낼 수 있는 방법을 알아볼게.”
다음 날, 소년은 선생님께 이제껏 받아보지 못한 사랑을 받았어요. 선생님의 따스한 눈빛 속에 소년은 처음으로 짝과 장난도 치지 않고 수업을 열심히 들었어요.
‘선생님 말씀 잘 들어야지.’
소년은 다짐했어요. 곧 수업종이 울렸고 선생님은 밖으로 나가셨어요.
“에에에~ 00이는 엄마도 없구요. 판자촌에 산대요~ 찢어진 옷 보래요. 거지래요~ 거지래요~”
여느 때와 같이 반 친구들은 쉬는 시간이 되자 소년을 괴롭혔어요. 소년은 놀리는 아이의 멱살을 잡고, 주먹을 갈기려 했어요. 그 때 소년에게 선생님의 따스한 눈빛과 말씀이 떠올랐어요.
‘다들 친구들과 사이좋게 지내는 하루 보내요.’
소년은 올라오는 울화를 겨우 참고 부들부들 떨리는 손을 내리곤 화장실로 뛰어갔어요. 소년은 급히 비누칠을 했고, 잠시 후 거품이 소년을 감쌌어요. 소년을 괴롭히던 아이들과 소년의 나쁜 기억이 사라지고 좋은 기억으로 바뀌었어요.
“이게 요즘 유행한다던 빈티지야? 너무 멋있다.”
이상했어요. 거품은 기억만을 바꾸는 것이었는데 그 후로 소년이 조금씩 변하게 된 것이었죠. 선생님과 친구들의 칭찬을 받게 된 소년은 더 이상 친구들을 괴롭히지도 않았고 도둑질도 하지 않았었요.
“사람들이 작게 보이죠? 이렇게나 많은 사람들이 우리와 함께 살고 있어요.”
63빌딩으로 소풍을 온 소년은 참 행복했어요. 큰 물고기도 구경하고, 엘리베이터도 타보고, 친구들과 손을 잡고 걸어보기도 했죠. 손가락만 하게 보이는 세상 속에 소년은 입을 다물지 못했어요.
“여러분, 갑자기 소나기가 떨어지네요. 소나기가 그칠 때 까지 잠시만 기다리도록 해요.”
투명한 유리창 위로 한 방울 씩 빗방울이 떨어졌어요. 멍하니 창문에 붙어있던 소년은, 갑자기 무슨 생각이 든 듯 친구의 손을 놓고 냅다 달리기 시작했어요.
“00아, 어디 가니? 여기서 기다려야해. 멈춰!!!”
선생님의 말씀은 들리지 않았어요. 소년은 뭐에 홀린 듯 쉬지 않고 뛰었어요.
“꼬마야, 여기 위험해. 들어오면 안 돼.”
“잠시만요, 잠시만요 아저씨.”
온 몸이 땀으로 범벅이 된 소년은, 조끼를 입은 안전 아저씨의 가랑이 사이로 삐져나와 옥상으로 올라왔어요.
“제발.... 제발... 제발....”
내리는 빗방울 속에 소년은 손을 비비기 시작했어요. 손 안엔, 마지막 한 번의 기회가 남은 로열솝이 있었고 곧 거품이 일어났어요. 커지는 거품을 보며 소년은 그제서야 땀을 닦고, 살며시 미소를 지었어요.
“후!후!후~우~~~~후~~~~”
소년은 거품을 있는 힘껏 불었어요. 뭉게뭉게 피어난 거품들은 작게 보이는 세상 밑으로 멀리 머어얼리 퍼져나갔어요. 소년은 비에 젖는 것도 모른 체 계속 거품을 만들었어요.
“행복해져라. 행복해져라. 우리 모두 행복해져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