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복(回福: 복이 돌아오다)

쪽박 인생 어원을 아세요?

by 한 장


“아, 제기럴 심기만 해보라니까”


다리가 회복 되어, 돌아온 제비는 무척이나 화가 나서 말했어요.

“아니, 흙부야. 네가 내 다리를 회복시켜 줬으니 너에게 은혜를 갚고자 복을 돌려주겠다고. 왜 안 받겠다는 거야. 거참 애가 답답하네.”


흙부는 제비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어요.


“제비야, 고맙지만 난 박을 심을 수 있는 땅이 없어.”


반지하에 사는 가난한 청년인 흙부에겐 박을 심을 마당이 없었던 것이었죠.

“아니 복을 준다해도, 흙부야 내 말 한번 믿어봐.”


제비는 흙부의 귀에 속삭였어요. 과거 흥부에게 복을 베풀었던 조상 제비보다 갑절의 금은보화를 보장할테니 마당 있는 집을 구하란 말이였죠.


“내년 봄에 돌아올테니, 넓은 마당 준비해놔라.”


그 후, 흙부는 1년을 열심히 살았어요. 목욕탕 청소로 새벽을 시작하고 신문배달, 편의점, 서빙, 대리기사로 하루를 마무리하며 살았답니다. 그렇게 1년, 흙부는 강북 변두리에 5,000에 100인 넓은 마당 달린 집을 반전세로 구했고, 제비는 그런 흙부가 기특하다며 약속한 박보다 더 많은 박씨를 주었답니다.


“10월 달, 박이 주렁주렁 열릴거야. 나 참, 요즘 인간들에게 복 하나 돌려주기가 이렇게 어려워서야. 아무튼 이제 행복하기를 빈다. 모르는 거 있음 흥부전을 참고하고”


흙부는 연신 제비에게 고맙다 인사를 했어요. 작은 생명에게까지 복을 베풀며 살았던 날들, 지난 1년 낮밤 없이 고생했던 날들이 떠올라 울컥, 눈가에 습기가 차기도 했답니다.


“어머나, 이게 뭐야. 이러시면 곤란하죠.”

몇 개월 후, 제비의 말대로 마당의 박씨는 무럭무럭 자랐고, 마당은 물론 지붕 위를 꽉 채울 만큼 대형 박이 열렸답니다.


“사장님, 제가 집에 못질 한번 안 하고 깨끗하게 관리하며 살고 있어요. 조금만 봐주세요.”

“아니, 총각. 마당에 박은 몰라도, 이렇게 지붕이 무너질대로 박을 심는 건 말이 상식이 아니지 않나. 집 다 망가지는데.”

흙부는 연신 고개를 숙였어요.

“제가 남은 달 동안 매달 20만원 씩 더 올리고, 나갈 때 지붕도 수리 다 할게요.”


집주인은 흙부의 손을 내팽겨 치며, 콧바람을 끼고선 마지못하는 척 돌아섰어요.

“10월에는 한국으로 돌아올 수 있는 거 맞죠?”
흙부는 남은 3개월, 10월만 기다리며 일자리를 얻었어요. 높은 월세를 감당할 수 없었기에 원양어선을 타기로 선택한 것이었죠.


“괜찮아, 10월만 되면 모든 게 바뀔거야.”

바다의 거친 바람, 파도, 비린내 무엇 하나 쉬운게 없었지만, 흙부는 웃으며 하루하루를 견뎠어요. 마침내, 황금 물결이 휩싸이는 가을이 왔고, 흙부는 박을 깨트릴 것을 기대하며 오랜만에 집으로 돌아갔어요.


“헐...”

집으로 돌아온 흙부는, 아니 집으로 돌아오지 못한, 아니 집이었던 공터로 돌아온 흙부는 멍하니 서있을 수 밖에 없었어요. 자신의 집은 물론 박들도 전부 사라진 것이었죠. 공터엔 표지판이 하나 붙어있었어요.


[재개발지역, 철거예정]


띠링 띠링, 이 때, 흙부의 핸드폰이 울렸어요.


“흙부씨, 한국 돌아왔다며? 뉴스에서 봤듯이 재개발이 들어와서. 연락을 해도 연락이 되나, 그래서 어차피 집에 짐도 하나도 없길래 빨리 정리하라 했어요. 그래야 한 푼이라도 더 받거든. 아 참, 마당에 있던 박 대체 뭐야? 엄청 무겁더라고. 먹어볼까 했는데 깨지지도 않고 말이야.”


흙부는 멍하니 핸드폰을 바라보다 자리에 털썩 주저 앉았어요. 한 방울 씩 눈물을 흘리다, 대성통곡하기 시작했죠. 우렁찬 흙부의 울음소리는 퍼지고 퍼져, 저 멀리 남쪽 제비나라에 퍼졌어요. 그 소리를 들은 제비들은 아무리 복을 주려 해도 복을 받지 못하는 흙부같은 사람을 두곤, 쪽-하니 박 한번 쪼개지 못한다 하여, 쪽박인생이라 칭하게 되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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