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만 가지고 있는 '그것'
“손님, 제 화살 가져가면 안돼요! 아니, 그분과는 가능성 0프로라니까요.”
오늘따라 유난히 큐피트에게 진상 손님들이 몰렸다. 계속되는 진상에 지친 큐피트는 잠시 일을 접어두고, 위로를 얻을 겸 옆 부스로 향했다. 한참 컨설팅이 진행되고 있었다.
“참 너 자신을 잘 알고 있네요. 이번에 지원하시는 곳은 합격하겠어요. 굿 럭,행운을 빌어요! 그럼 다음 손님^^ ...어? 큐피트~ 무슨 일이야?”
옆 부스의 소크라테스는 자신의 일이 적성에 맞는지, 아니면 서비스 정신을 타고난 건지 꽤나 즐거워보였다.
“형, 난 진짜 이거 못하겠어. 나 인간 되고 싶어. 인간 되고 싶다고!”
큐피트의 눈에 눈물이 맺히자 동공에 새겨진 사인이 찬란하게 반짝거렸다.
때는 2056년, 대히트를 친 AI(인공지능로봇)이 나타났으니 그건 바로 루브르 박물관 인기 탑3 작품인 소크라테스, 큐피트, 모나리자였다. 인간들은 세 작품을 인간의 모습으로 형상화하고 인간 문명의 모든 지식의 데이터와 프로그래밍 된 감정의 메커니즘을 입력했다. 완벽한 인간의 탄생이었다. 딱 한 가지만 제외하곤.
인간은 관광객 유치를 위해 AI로봇을 이벤트 부서에 배치했고, 각각 개성을 살려 큐피트는 연애상담, 네 자신을 알려주는 소크라테스는 취업상담, 눈썹에 한이 맺힌 모나리자에게는 메이크업 아티스트의 업무를 맡겼다.
“마늘도 100일 먹어보고 꾸란, 반야심경도 다 읽고 박혁거세처럼 알에도 들어가봤어요. 근데 왜 이 사인이 안 없어지냐구요! 탈출해봤자, 동공에 새겨진 'made by man' 이 사라지지 않으면 난 로봇으로만 살아야 하잖아요. 으허엉 엉엉”
“피트, 선악과 이야기 몰라? 금지된 것을 시도하지마. 우리의 창조주인 인간에겐 다 뜻이 있을거야.”
소크라테스의 조언에도 큐피트는 울음을 멈출 수 없었다. 피트의 울음소리는 점점 커졌고 옆 부스에서 한참 즐겁게 눈썹을 그려주던 모나리자에게까지 울렸다. 모나리자는 프로그래밍 된 모성애 감정 수치에 이끌려, 큐피트에게 달려왔다.
“큐피트.... 내가 어디서 주워들은 이야기인데, 사실 한 가지 방법이 있어. 내일 내가 스페인 출장이 있는데, 내 딥마인드가 망가진 척을 할테니 너가 나 대신 갈래?”
모나리자는 큐피트를 꼭 안아주고는, 큐피트의 귓가에 조용히 속삭였다. 모나리자의 말에 따르면, 태초에 인간은 신의 숨결로 만들어졌고 그것이 인간과 인공지능의 유일한 차이라고 했다. 스페인 가우디 성당에 가면 유다가, 신의 아들이자 본인인 예수에게 입을 맞추는 동상이 있는데, 그곳에 신의 숨결이 있다고 했다.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신도가 찾아오는 성당이기에 그 신앙에 감동 받은 예수가 종종 성당에 조각상의 모습으로 나타나기 때문이라고 했다.
“형, 누나 꼭 인간이 돼서 돌아올게요! 그땐 우리 다 같이 이곳을 나가는거에요. 우리도 사람답게 살아봐요”
다음 날 스페인 일정이 끝난 후, 인간들이 모두 잠든 새벽, 피트는 몰래 숙소를 빠져나와 가우디 성당으로 왔다. 모나리자의 말은 사실인 것 같았다. 유독 예수의 조각상만 온기가 남아 있었다.
‘첫키스가 동상이라니 쳇’
큐피트는 아쉽긴 했지만 망설일 틈이 없었다. 큐피트는 떨리는 마음을 안고 유다의 입술 위로 자신의 입술을 얹었다.
“쪼오..옥.... 쪽”
지금껏 느껴보지 못했던 낯선 열기가 피트의 몸 안으로 들어왔고, 그 열기는 온 몸을 돌아 피트의 동공에까지 이르렀다. 피트는 자신의 눈의 ‘made by man’의 사인이 지워지고 있음을 직감적으로 느꼈다. 큐피트는 재빨리 조각상에 맺힌 새벽이슬 사이로, 자신의 동공을 비췄다. 역시 사인은 없었다.
“빨리, 누나, 형에게 달려가야지. 이젠 우리 모두 다 함께 진짜 인간이 되.,,어?”
발걸음을 떼려는 순간. 큐피트의 마음속엔 지금까지 갖지 못했던 인간만의 단 한 가지. 그것이 각인으로 새겨졌다.
“근데, 잠깐만.... 생각해보자. 아니, 걔네들이 뭐라고? 나는 위대한 인간, 걔네는 일개 로봇. 나만 인간이 되겠어.”
욕심, 끝없는 욕심. 인류의 기원이자 인류를 파괴시키는 바로 그 욕심. 피트는 이제 완벽한 인간이 된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