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말

섹시함은 승리한다

by 한 장

[공주를 웃게 하는 자, 공주와 이 나라 절반을 주겠노라 - 임금]


웅성웅성 웅성웅성

이른 아침, 성 문 앞에 온 마을 사람들이 모여 들었어요. 사람들은 성 문에 붙은 공고문을 보며 시끄럽게 떠들어대기 시작했어요.


“이 나라 절반이면 대체 얼마야.”

“임금의 사위가 되면 어떨까?”

전부 부푼 꿈에 들떠있는데, 그 사이 용맹한 기사인 ‘잭’은 혼자 다른 말을 읊조렸어요.

“와 진짜 예쁘다.”

잭은 성문에 붙은 찡그린 표정을 지은 공주의 초상화를 보며 넋이 나간 것이었죠. 잭은 다시 한번 읊조렸어요.

“와... 웃으면 얼마나 예쁠까....”

잭은 공주를 웃게 해주고 싶었어요.

“안됩니다. 돌아가세요.”

잭은 궁전 앞에서 문전박대를 당했어요. 가장 멋지게 차려입고, 누구보다 먼저 말을 타고 달려왔는데 억울했죠.

“대체 왜 안된다는 겁니까”

“아니, 기사 양반 어느 역사에 흑말을 탄 기사가 있습니까. 백마 탄 왕자. 하얀 말이죠. 뭐 일반화는 아니지만, 역사가 그러하니 돌아가시죠.”

“제 말은 흑 말 중에서도 가장 우수한 흑+말이란 말입니다. 어...엇..어? 저 백-말, 마이너스 등급도 통과하는데 왜 제가 ...”


“퍽-”


잭이 귀찮았던 문지기는 잭을 밀쳐냈고, 잭은 자신의 애마인 흑+말 옆에 엎어지고 말았어요. 흑+말은 잭의 마음을 아는 것인지 ‘히잉’하고 울어댔죠.


“괜찮아. 너의 탓이 아니야.”


잭은 이대로 포기할 수 없었어요. 고민하던 잭은 갑자기 무엇이 떠올랐는지, 세게 승마 줄을 흔들고 어디로 달려갔어요. 몇 시간을 거쳐 도착한 곳은 하얀 모래가 펼쳐진 백사장이었어요. 잭은 바다로 뛰어간 미역을 뜯어왔고, 미역의 미끄러운 액을 말의 온몸에 바르기 시작했어요. 미끄럽고 진득한 액체가 묻자, 잭은 하얀 모래를 말의 온몸에 뒤집어 씌었어요. 몇 시간을 묻혔을까. 흑+말은 새하얗게 변했고. 잭은 큰 미소를 지었어요.


잭이 말에 올라 타 달리려는 순간,

“뚝.뚝.뚝.”


하늘에서 한 방울씩 비가 떨어졌고, 말은 다시 흑색을 들어내고 말았어요.


하지만, 잭은 포기할 수 없었어요. 잭은 아주 고집스럽고 용맹스러운 기사였거든요. 잭은 일단 집으로 돌아가 궁리를 찾아보자 했어요. 며칠을 달려 마을로 도착했고 그곳엔 잭의 어머니가 하얀 옷을 말리고 있었어요.

“어머니, 이 누랬던 옷이 어떻게 하얘진거죠?.”

어머니 말에 따르면 이웃 나라 마을에서 백합의 염료를 구해 염색을 했다고 했어요. 백합을 말려 얻은 천연염료를 물에 풀고, 그 물에 천을 담그면, 천이 하얗게 변한다고 했지요.


“잭, 잭!!! 어디 가니. 밥이라도 먹고 가!!!”

어머니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잭은 다시 승마줄을 흔들었어요.


“통...고..ㅏ..? 어이 거기 잠시만요! 이 흑색이 뭐죠.”

잭은 다시 한번 문지기에게 내쫓음을 당했어요. 이웃 나라 백합 염료를 구해 흑+말을 염색했지만, 이웃 나라를 다녀오는 시간 동안 그만 까만 털이 자라난 것이었죠. 뿌리 염색이 필요한 것이었어요.


잭은 근처 강가로 걸어가 소리 없이 울었어요. 잭은 얼룩진 흑+말을 바라보다, 하얀 털을 밀어내기 시작했어요.

“미안해. 널 힘들게 해서.”

잭은 흑+말에게 용사를 구하고 신에게 회개 기도를 올렸어요. 목청껏 울부짖었죠.

“신이시여 흑+말을 있는 그대로 사랑하지 못한 저를 용서하세요. 흑흑흑.”

잭의 울음은 하늘나라에까지 울렸고, 신은 잭의 사연을 들었어요. 한편, 잭의 사연을 들은 신은 화를 참을 수 없었어요. 자신도 중동 출신의 구릿빛 유색인종인 과거가 있기 때문이었죠.


“걔네들 아직도 그런다니? 나 참. 어이, 잭, 나만 믿고 다시 궁전으로 가거라.”


갑자기 하늘로부터 소리가 내려왔어요. 잭은 어리둥절 울음을 멈추고 고개를 들었어요. 잭은 환청을 들었나 귀를 후비는데 다시 한번 하늘에서 소리가 들렸어요.

“야, 출발 안하고 뭐해. 나만 믿고 가라니까.”


“이랴, 이랴!”

잭은 걸음을 재촉했어요. 믿어도 될까, 잘못 들은 건 아닐까 의구심이 들었지만 달리 다른 방법이 없었고, 무엇보다도 잭은 공주를 포기하고 싶지 않았어요.


우루루 쾅쾅


잭이 궁전 문 앞에 다다를 때쯤, 갑자기 하늘에서 눈이 떨어지기 시작했어요. 하늘에 구멍이 뚫린 듯 폭설이 내리기 시작했고 잭의 흑+말은 새햐안 백마로 변했어요. 문지기는 새하얀 눈이 내린 흑+말을 탄 잭에게 환한 웃음을 보이며 활짝 문을 열어줬답니다.


잭이 성문으로 들어서는 순간 신기하게도 하늘의 눈은 잦아지기 시작했어요. 그때 마침, 눈 구경을 나왔던 공주는 잭을 보았어요. 그리고 공주는 환하게 미소를 지었어요. 흑+등급의 말을 생전 처음 본 공주는 웃으며 속으로 읊조렸어요.


“구릿빛 색깔, 탄탄한 허벅지, 매끈한 털의 윤기, 저 근육! 저 색깔! 너무... 섹시해...”

눈이 걷어진 흑+말은 너무도 섹시한 존재였던 것이었죠. 공주는 마음속에 나비가 날아온 듯 가슴이 설레왔어요. 임금은 공주의 웃는 모습을 보았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외쳤어요.


“검은 말을 타고 온 저 기사에게, 이 나라의 절반과, 내 딸 공주를 주겠노라.”


우렁찬 임금의 성 안에 가득 퍼졌고, 그 순간 하늘의 눈은 거짓말처럼 멈췄어요. 찬란한 햇살이 따스히 잭을 비췄고 잭은 그 누구보다 환하게 웃음을 지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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