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정말로 이별했다
약속한 오늘
우린 만났다
밥은?
너에게 말한 내 첫 마디
커피나 한잔하자
너에게 말한 내 다음 마디
평소엔 까페에 가지도 않던 우리가 까페를 찾았다
가지고 온 선물들을 하나하나 설명해주었다
선물을 고르고 포장했던 시간과 마음이 아쉬워
그냥 너에게 다 주기로 결정했다
이건 헤어지기 전에 쓴 거라 감안하고 봐줘
이건 헤어진 후 쓴 건데 부끄러우니 집가서 봐줘
아니면 그냥 버리던지
별 일 없었냐는 네 말에 평소와 달리 조잘거렸다
손톱 자랑도 하고 새로산 패딩도 자랑하고
어제 다듬은 눈썹과 영업에 넘어간 얘기
망년회로 갔던 양대창집 후기와 사주 본 후기
주절주절 내 얘기를 했다
분명 그렇게 할 말이 많았는데
이상하게도 너에게 하고 싶은 말이 하나도 없다
아예 생각조차 나지 않는다
그래서 너는 잘 지냈냐는 내 반문에
일했던 이야기와 앞으로의 네 일들에 대해 들었다
놀랍게도
지난 주 자동으로 네가 오는 주말을 계산하던 내가
오늘 너의 일정을 들어도 하나도 계산되지 않는다
네가 오는 주말만을 손꼽았던 내가 말야
중간 중간 서로 미련을 보였다
그러나 둘 중 어느 누구도 붙잡진 않았다
역시 마음이 여기까지인 거였겠지
헤어짐이 납득이 가냐는 네 말에 난 그렇다고 했다
그리고 혹시라도 힘든 상황을 핑계대는 비겁한 스스로를 자기합리화할까봐 분명히 말해두었다
우린 상황 때문이 아니라
나에 대한 너의 마음이 거기까지였던 것뿐이라고
아쉽다
내 못다한 마음이
집으로 가는 길
내일도 만날 것처럼 잘 가 안녕하며 헤어졌다
그리고 버스를 기다리며 불현듯 할 말이 떠올랐다
전화를 걸어 너에게 새해 복 많이 받고 잘 지내라며 다시한번 안녕이란 말을 했다
너도 똑같이 새해 복 많이 받고 잘 지내라고 응답했다
뒤이어 뭐라고 말하려는 미적거림이 느껴졌지만
모른 척 안 들리는 척 전화를 끊었다
정말로 끝이다
인생에서 가장 사랑한 사람이었다
아무것도 없이 순수하게 사람만으로 사랑했었다
이제 또다시 그런 사랑은 아마 힘들겠지
이렇게 나는 나의 사랑과 이별했다
*
이별하고 어디 말할 곳도 없고 너무 힘들어서 시작했는데 많은 분들이 공감해주셔서 점점 나아졌어요!
비록 언젠가 올 후폭풍이 두렵지만 브런치에 일기쓰며 이겨내려구요!
이별하신 모든 마음 따뜻한 이들에게 공감과 위로가 되었으면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