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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STYMOON Jan 10. 2017

이별일기#12

열두번째

사실 따지고 보면 특별한 연애도 아니었다

죽고 못살 만큼 서로 애틋한 연애도 아니었고

물흐르듯 미적지근한 연애였다


너는 그게 불만이라 날 떠났지만

난 그런 온도의 연애도 좋았다

적당히 마음 주고 받는 그런 연애

결혼한 듯 편안했던 연애

끝내 다른 연애들처럼 결말은 흔한 그런 연애


사실 생각해보면

넌 그렇게 좋은 남자친구도 아니었다

짖궂은 농담을 서슴없이 했었고

길을 걷다 내 걸음이 느려 뒤쳐져도 한참 뒤에나 알아차릴 만큼 날 신경쓰지도 않았고

싫다는 담배를 끝내 끊지도 못했었고

늘 입맛이 저렴하여 싼 메뉴여도 상관없다 했었고

그렇게 사달라 했던 꽃은 1년이 지나도 없었고

내 생일날도 먼저 챙기는 법이 없었고

말만 하고 행동은 하지 않던 일들도 많았고

비오는 추운 겨울 널 만나러 내가 가야만 했고

다시 지방으로 떠나는 널 배웅하는 일요일엔

내 시간을 온전히 비워두고 네가 출발할 때만을 기다렸었다

너는 도통 예매를 해두는 일이 없었기에

출발시간은 늘 미정이었다

동서울터미널은 너보단 내가 더 멀었고

네가 출발한다 연락했을 땐 난 먼저 출발했었어야 했기에 늘 나는 먼저 출발하여 근방에서 시간을 보내며 널 기다렸다


나는 늘 너에게 최선을 다했고

너는 늘 나의 최선만큼을 따라와주질 않았다


하나씩 너에 대해 안 좋았던 기억들을 되새긴다

함께여서 좋았던 기억들도 많았고 아직도 간직하고 싶은 추억들도 많이 남아있다

네가 좋은 남자친구는 아니지만 괜찮은 사람이라는 것도 알고 있다

하지만 점점 나에게 넌 못난 사람 미운 사람이 되어간다


이렇게 좋아했고 사랑했던 마음들이 조금씩 무뎌지고 단단해졌으면 좋겠다

그래서 다음 사람에겐 다시 굳건한 뿌리를 내릴 수 있게 하는 그런 마음의 기초를 만들어두고 싶다


너를 조금씩 지워내고 싶고

잊어가고 있으며 종국엔 모두가 다 지나갔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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