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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STYMOON Jan 23. 2017

이별일기#14

열네번째

사랑에 치여서 나를 놓는 삶을 살고 있진 않다

아니 살고 있나


사실 연애하는 동안 나는 자기 관리가 더 되는 타입인 것 같다

예뻐보이려고 다이어트도 하고 운동도 하고

옷도 평소엔 안 입지만 데이트를 위해 치마를 사고

화장도 관심없지만 끊임없이 화장품을 사고

향수도 싫어했던 나는 네가 향수를 선물한 이후로 꾸준히 향수를 뿌리며 나서는 아침을 보냈다


그런데 더이상 잘 보이고 싶은 네가 없다


헤어진 후

나는 더이상 다이어트하지 않는다

운동도 하지 않고 옛날처럼 집에서 그냥 누워있다

쇼핑하러 갔다가도 돌아오는 손엔

옷이 아닌 맥주와 안주거리

밤새 미드를 보며 미친듯이 칩이든 뭐든 술이라도 되는 무언가를 입에 넣고 깔깔거린다

이렇게 반복되며 나를 놓은 일주일이 넘어서야 이게 진짜 허기가 아니라 감정적인 허기인 것을 깨달았다


네가 고팠나보다 나는




그렇지만 오늘 나는 다시 깨달았다

내가 고팠던 건 네가 아니라 그때의 나였지 않을까

너에게 사랑받았고 내가 사랑했던 본연의 나


나는 이제 잘 보이고 싶은 사람이 네가 아니라

나 자신이라는 걸 조금씩 알아간다


그래서 거창한 다이어트는 아니지만 여름휴가를 위해 다시 식단을 조절하고 운동도 해야겠다

그럼 예쁜 옷들도 입고 싶어질 테지

그동안 너와 노느라 못갔던 전시회와 공연도 하나씩 찾아보며 계획을 짠다

네 덕분에 이젠 향수도 그 날 기분이나 분위기에 맞춰 골라서 뿌리고 나갈 만큼 신경쓰게 된다


하나하나 내가 사랑했던 나를 찾아가고 있다

이렇게 조금씩 너보단 나를 더 사랑해가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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