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다섯번째
정초부터 네가 돌아와 내게 다시 만자나고 하는 꿈을 또 꾸었다
일어나 평소엔 보지도 않는 텔레비전을 트니
네가 지금 일하고 있는 지방의 다큐멘터리가 나온다
한참을 멍하니 보다가 종일 네 생각이 날 것 같았다
서울은 무사히 올라왔을지
제사가 없지만 전을 부치는 너는 오늘도 그럴지
매년 설날엔 함께 떡국을 먹었는데 기억은 할런지
짧은 순간에도
네게 묻고 싶고 듣고 싶고 하고 싶은 것들이 스친다
아니나다를까
모처럼 연휴를 맞아 타 지역에 가족과 놀러왔건만
네 생각이 끊이질 않는다
같이 먹고 싶었고 보고 싶었고 걷고 싶었던
여수 밤바다를 들으며 나 또한 네게 전활걸고팠다
숙소에 돌아와 욕조에 몸을 담그며
또 네 생각을 했다
너를 보내지도 붙잡지도 못한 나는
욕조의 물이 다 빠질 때까지 욕조에 우두커니 앉아
이 물처럼 나에게서 네가 씻겨내려갔으면 좋겠다고만 결론짓고 말았다
아 어쩌면 좋을까
정말 너라는 사람에 대해 무뎌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