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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르디우스의 매듭 Mar 03. 2020

미래의 일 (1)

네게는 현재의 일

 2016년 봄. 대한민국은 충격에 빠졌었단다. 바로 '알파고'라는 AI 바둑 프로그램 때문이지. 네가 서른이 되었을 때, 그러니까 2034년에는 AI알고리즘이 인간을 모든 게임에서 이기는 게 당연한 일이겠지만, 그때는 충격이었다. 최소한 바둑에서는 말이지.   


 알파고(AlphaGo)는 구글의 딥마인드(DeepMind Technologies Limited)가 개발한 AI 바둑 프로그램인데, 2016년 3월 한국에서 당시 세계 최상위급 프로 기사인 이세돌 9단과의 5번기 공개 대국에서 대부분의 예상을 깨고 4승 1패로 승리해 '현존 최고 인공지능'으로 등극하면서 세계를 놀라게 했단다. 동시에 대한민국 국민들에게 AI와 알고리즘, 로봇 등과 같은 용어들을 익숙하게 만들었지. 체스나 장기는 몰라도 최소한 바둑에서는 인공지능이 인간이 따라잡으려면 10년은 더 걸릴 것이라 했지만 알파고는 끊임없는 스스로 학습, 흔히 말하는 머신러닝(네 때도 이런 용어를 쓰니?)을 통해 인간을 이겨버린 것이지. 


 구글의 설명에 따르면 무한대에 가까운 광범위한 경우의 수를 알파고는 심층신경망(DNN, Deep Neural Network)이 몬테카를로 트리 탐색(MCTS, Monte Carlo Tree Search), 쉽게 말해서, 경우의 수를 엄청나게 많이 돌려서 발생 가능한 경로를 최대한으로 만든 다음, 그중에 가장 유리한 선택을 하도록 설계되었단다. 심층신경망은 다시 정책망(policy network)과 가치망(value network)의 결합에 의해 이루어지는데, 정책망은 승리 가능성이 높은 다음 수를 예측하여 검색 범위를 좁히고, 가치망은 트리 탐색의 단계(depth)를 줄여 끝날 때까지 승률을 계산하여 승자를 추정했다고 했지. 더 무서운 것은, 이를 스스로 강화학습을 통해 계속 발전시켜 나간다고 말했다.  


 그 설명에 사람들은 두려워하기 시작했다. 이게 무슨 말인지 못 알아듣는 사람은 자기가 알던 세상의 모든 지식이 사라지는 경험을 하게 되었고, 이게 무슨 말인지 아는 사람이 그 결과가 가져올 파급효과가 두려웠단다. 성급한 사람들은 영화 <터미네이터> 시리즈의 '스카이넷'이나 <메트릭스> 시리즈의 AI를 떠올리기 시작했고, 이성적인 사람들은 약한 AI나 특정분야에 특화된 AI가 출현하면서 현재 다니는 직장의 수명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마침 그해 2016년 다보스포럼(세계경제포럼, WEF) '일자리의 미래' 보고서를 통해, 2020년까지 5년간 전 세계 고용의 65%를 차지하는 주요 15개국 에서 새로운 일자리 200만 개가 창출되는 반면 기존 일자리는 710만 개나 줄어든다는, 즉 일자리 510만 개가 없어진다는 전망이 알려지면서 사람들의 걱정은 더 커져만 갔단다. 


 넌 이제 2034년을 살고 있으니 지금 우리의 걱정이 기우였는지, 아니면 정말 현실화가 되었는지 얘기해 줄 수 있겠지?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2020년에서 생각해보면 2016년 다보스포럼에서 말 한대로 기존 일자리가 710만 개 줄었을 것 같기는 한데, 새로운 일자리도 200만 개보다는 훨씬 많은 500만 개는 생긴 듯하다. 실제 특정 조직에 고용되지 않고 자영업자로 등록하지 않았지만 플랫폼에 예속되어 일하는 플랫폼 노동자 또는 긱(gig)노동자를 합치면 사라진 일자리만큼 새로운 일자리도 늘어났을 거야. 일자리의 교체 과정에서 직업을 잃는 사람들은 분노했고, 새로운 일자리를 찾아가기에는 세상이 녹록하지만은 않았다. 그리고 분명히 평균적인 일자리의 질은 많이 추락했다. 그 당시 일자리 감소를 우려하는 원인의 하나는 사라질 직업은 분명히 예측할 수 있는 반면에 새로 생길 직업의 예측이 쉽지 않기 때문이었을 거야. 한편으로는 산업 변화로 얻게 될 혜택이 사회 전체로 분산되는 반면에 비용 절감의 요구를 감당해야 하는 것은 많은 고용을 담당하면서 동시에 전문성이 다소 낮은 직업군이기 때문이기도 하지. 아직도 고용의 변화와 관련된 논란은 끝난 게 아니다. 


 알파고는 이제 더 이상 바둑을 두지 않는다고 선언했다. 구글 딥마인드는 2016년 3월 알파고-이세돌 대결에서 1패를 안은 것이 불만이었는지 알파고마스터를 만들어 한중일 프로기사 상대로 60승 0패로 깨버린 다음, 세계 최강 기사 중 한 명인 중국의 커제와의 공식대결에서 3승 무패를 거두며 실력을 과시했단다. 2017년 10월 출시한 알파고제로(이녀석은 바둑 규칙만 가지고 스스로 학습한 AI로, 알파고마스터를 89승 11패로 앞서는 기록을 남긴다)를 마지막으로 더 이상 바둑을 두지 않는다. 돈이 안되니까. 허사비스 구글 딥마인드 CEO는 “바둑을 비롯한 게임에 능한 AI 개발이 목표가 아니고 보통의 인간처럼 여러 가지 일을 수행하는 범용인공지능(AGI, Artificial General Intelligence)을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이게 우리가 두려워하는 AI지. 그러나 그 단계로 넘어가기 전에 많은 회사들이 전문가형 AI 개발로 눈을 돌렸으며, 고액 연봉 전문직 즉, 변호사, 의사 같은 일이 곧 위험하다는 얘기를 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아직 변호사가 줄지는 않았고, 슈퍼컴퓨터를 돌릴 수 있는 국가와 기업은 소수에 불과하고, 이들은 돈이 되는 일에 우선 집중하기를 원했다. 일본 경제평론가 스즈키 다카히로는 그의 책 <당신의 일자리는 안녕하십니까?>에서 이렇게 표현했다. 


"만약 당신이 구글의 경영자라면 한정된 슈퍼컴퓨터와 연간 1조 엔이라는 예산을 어디에 쏟아 부을 것인가? 변호사 일을 배우는 인공지능을 개발할까? 그런 개발은 경제적으로 의미가 없다. 법률과 제도를 배우는 인공지능 개발은 많은 노력이 들어가는 것에 비해 시장이 지나치게 작다. 같은 관점에서 행정사와 공공시설 보증점검기사 같은 자격 등도 논외다. 투자 여건이 한정적인 경우, 세계 자본은 수익이 큰 시장에 집중된다. 사용할 수 있는 슈퍼컴퓨터와 예산이 정해져 있으므로 전문형 인공지능의 개발 역시 돈이 되는 분야에 연구 자금을 집중하는 편이 더 이득이다. 그 분야가 자율주행차와 핀테크다."


 아빠가 처음 회사에 들어왔을 때 마이크로소프트의 엑셀 프로그램을 써 본 사람이 몇 되지 않았단다. 아빠는 대학에서 DOS 기반의 운영체제에서 '로투스(Lotus)123'라는 스프레드시트 프로그램을 사용하다가(전부 처음 들어보지? 그런 옛날 프로그램들이 있었다) 대학 3학년 때 Window를 처음 접하고, 엑셀과 워드 프로그램을 써보고 회사에 들어왔더니 신입사원이 뜬금없이 능력자가 되었더구나. 마치 다들 전화로 통화와 문자만 되는데, 나와 몇몇은 스마트폰을 들고 일하는 것과 같았단다. 근데, 그 효과는 금방 없어졌다. 얼마 후 누구나 다 엑셀을 사용할 수 있게 되었거든. 로봇과 AI가 자기 일자리를 뺏는다고 고민하고 말고 그것들을 이용해서 소위 말하는 '파워드 슈트 Powered Suit'를 입고 자기 일을 더 잘하라고 로봇과 AI를 찬양하는 사람들이 말하고 있단다. 산업혁명 시절에 마부들이 운전기사로 변해서 직업을 이어간 것을 예로 들면서 말이지. 하지만, 나 혼자만 그 기술의 도움을 받으면 문제가 안 되겠지만 약한 AI를 누구나 쓰게 되고, 생산성의 상향평준화가 되면 더 많은 일을 하더라도 현재의 급여, 심지어는 더 낮은 급여를 받고도 하겠다는 사람이 늘어나게 만들게 되지. 지금 편의점에서 평범한 아르바이트생이 하는 일들은 10년 전만 하더라도 30~40대 관리자의 업무역량으로도 쉽지 않은 일이었단다. 스마트폰을 넘어서 AI 스피커와 AI 비서가 많은 업무를 담당하는 시대잖아. 이제 이런 "스마트", "인공지능"이라 이름 붙은 기기나 시스템은 사람의 일하는 속도와는 상관없이 생산성을 계속해서 높이고 사람들은 또 다른 『모던타임즈』(아빠가 좋아하는 '아이유'의 세 번째 앨범 말고 옛~날에 '찰리 채플린'이라는 사람이 만든 영화가 있어. 기회가 되면 꼭 봐라)에 살도록 만든다는 거다.  


스즈키 다카히로는 AI에 대처하는 일본의 정치에 대해 다음과 같이 예견했단다. 


"그러면 정치인이나 관료는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려고 할까? 가장 간단한 해결책은 ‘트럭 운송, 택시나 버스 운송 등의 업무에 관련된 자동차는 반드시 등록된 운행관리자를 최소 1명 이상 승무시켜야 한다’는 법률을 만드는 것이다. 그렇게 하면 운전사는 아무도 일자리를 잃지 않아도 된다. 이처럼 일자리 소멸과 AI 실업은 반드시 일치하지는 않는다. 물론 타고 있기만 하면 되기 때문에 일이 편해진 운전사의 임금은 이전보다도 내려갈 것이다. 운전사 한 사람 한 사람은 임금이 줄어 곤란해지더라도 운송업계는 곤란하지 않다." 


 가까운 미래에 AI의사, AI변호사, AI회계사 등이 차례차례 등장할 때마다 일본이나 우리나라는 아마 계속 신제품이나 신서비스를 금지하려고 할지도 몰라. 실제 차량 공유 서비스가 한국에 등장했을 때, 기존 택시회사의 반발에 밀려서 정부가 금지시켰는데, 반대로 2020년 초에 '타다'라는 차량 공유 및 기사제공 서비스 회사 역시 택시회사들의 검찰 고발에 재판까지 열렸지만 찬성 여론에 밀려서 1차 판결은 무죄가 선고되었다. 정치는 여론에 따라 계속 왔다 갔다 할거야. 일자리는 지키겠지만 결국 인공지능 후진국으로 가는 지름길이지. 자동차 운전은 자율주행 관리사가 해야만 하고, 병의 진단을 위한 AI는 의사만 이용할 수 있고, 토지의 등기 서류는 AI가 작성한 것에 행정공무원이 인감을 찍지 않으면 법률효력이 발생하지 않는 식으로 규제를 하면 아마 급여는 훨씬 내려가겠지만 어쩌면 일자리 소멸은 막을 수 있을지도 몰라. 하지만 어리석은 일이지.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AI나 로봇에 세금을 부과하자고 하는 거야. 자율주행 택시에게 인건비만큼을 세금으로 걷는 식으로, 인공지능이 인간의 노동을 대체한 만큼 임금을 국가가 받아서, 이를 다시 국민들에게 기초소득으로 돌려 주자는 주장은 아직은 작은 목소리지만, 네가 서른인 2034년에는 대세가 되길 바래. 대신에 대한민국이 로봇과 인공지능의 강국이 되어야 가능한 일이란다. 이게 일각에서 말하는 AI 유토피아로 가는 길이긴 한데, 유발 하라리가 다른 책에서 얘기했듯이 미국의 '아마존'이 방글라데시아 공장 노동자의 일자리를 뺐았다고 이들에게 기초소득을 제공할까? 구글이 한국의 여행사를 망하게 했다고 해서 이들에게 기초소득을 제공할까? 뭔가 대가 없이 절대 그렇게 하지 않을거야. 


 당장 현재 벌어지는 일은 일자리의 불균형이다. 한국에서는 다른 이유로(저출산과 고학력화) 오래된 이슈이긴 해. 일자리의 수요에 비해 공급되는 일자리는 질과 양에서 현격한 차이가 발생한 지 오래다. 한쪽은 늘 인력이 모자라고, 한쪽은 이제 인력이 필요 없는 시대지. 성장산업이면서 인력을 구하지 못하는 택배사업, 병원, 요양시설 운영 같은 곳에서는 누군가는, 특히 책임감이 강한 사람이 높은 강도의 노동을 맡게 되고, 점장이나 매니저처럼 이름뿐인 책임 관리자가 엄격한 시스템 하에서 과로하도록 만든다. 그래서 늘 사람이 모자랄거야. 이런 분야에 AI와 로봇이 활용되면 좋겠지만, 정작 이것들이 노리는 일자리는 쾌적한 환경에서 머리를 쓰며 일하는 화이트칼라들의 일자리란다. 좋은 대학을 나오고 너처럼 '그냥 회사원'이 되고 싶은 사람들이 노동력이 부족한 택배나 요양시설, 병원 등에서 일하기를 원할까? 기존의 '그냥 회사원'들도 쾌적하고 높은 임금을 받다가 낮은 임금과 힘든 일로 바꾸는 것은 그렇게 쉽지 않단다. 그래서 아빠가 네가 어릴 때 '엄마 아빠처럼 그냥 회사원 하면 안 돼?'라고 했을 때 '그게 제일 어렵다'며 한숨 지을 수밖에 없었어. 그래서 일자리가 줄어드는 곳에서는 살아남기 위해 젊은 직장인들의 연예인화(재능 있고, 말도 잘하고, 매일 상사에게 이쁨 받기 위해 노력하는)가 진행되고, 일할 사람이 모자라는 곳에서는 자율계산대, 스마트 스피커나 로봇팻이 간호의 일부를 담당하고, 나머지는 소비자에게 노동을 시키는 형태로 변해간단다. 


 최소한 확실한 것 하나는 현재의 '정규직'이라 불리는 일들은 크게 줄어든다는 것이다. 많은 회사들이 자신들의 일에 대해서 새로운 사업과 업무의 성공 패턴을 설계하여 그것을 확장 전개하는 것으로 정의하고 있다. 그렇게 확장 전개 과정에서 만들어지는 일자리는 대부분 비정규직으로 채워 넣고 있단다. 동시에 매뉴얼 경영을 가속화시키면서 정규직만 할 수 있는 일이란 없어졌어. 과거의 정규직은 사실 숙련된 인재라는 측면이 강했다. 회사의 문화를 이해하고 일체감을 느끼면서 경험을 통해 업무 숙련도 및 업무지식을 쌓는 것이 정규직이었다. 물론, 아직도 이것을 강조하는 회사가 있기는 해. 그러나 지금은 대부분 시스템과 매뉴얼로 대체되었다. 그래서 스즈키 다카히로는 


"인공지능이 인간을 뛰어넘건 말건 세상에서 수십 퍼센트 정도의 일자리는 반드시 사라지는 미래가 온다는 것이다. 실업률이 5% 증가하는 것만으로도 세계는 대불황을 겪는다. 거시적으로 보면 일자리가 전부 소멸된 인류가 새로운 스테이지로 옮겨가는 미래보다도 더 나쁜 상황이다. 일자리가 줄어든다는 것은 남은 일자리를 두고 일하고 싶은 사람들이 서로 경쟁하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사람을 구하는 곳보다 일자리를 찾는 사람이 큰 폭으로 많아지면 노동자는 모두 빈곤해진다. 즉 두 번째 함정은 인공지능이 인간과 같은 능력을 영원히 획득하지 못하고 현재의 컴퓨터 기술 차원에서 발전하는 것만으로도 AI 실업에 따른 대불황이 찾아온다는 사실은 변함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낙관적인 예측을 그대로 믿지 않았으면 한다. 우리는 이미 시작된 인공지능에 의한 노동대가의 격감에 준비해야 한다." 


라고 주장하면서 네가 서른이 되었을 때도 살아남은 세 가지 일 유형을 이렇게 정의했다. 

첫 번째는 인공지능을 비즈니스에 접목하는 일 : 모두가 인공지능 개발자가 될 필요는 없다. 차라리 덕후가 되어 인공지능과 친해져라. 인공지능을 개발하는 인재보다 비즈니스에 적용할 수 있는 인재가 더욱 필요한 세상이 온다. 

두 번째는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갖춘 리더 : 앞으로의 일은 개별화, 세분화, 다양화될 것이다. 일을 하는 사람과 고용 방식도 마찬가지다. 일의 목적과 수단이 제각각인 사람들을 이끌며 소통하는 것 자체가 능력이 된다. 가장 인간다운 방법으로 승부하라. 

마지막은 머리와 몸을 모두 쓰는 일 : 로봇을 손을 재현하는 것은 한참 멀었다. 인공지능은 급속히 발전하는 반면 로봇은 더디게 진화할 것으로 보인다. 단순 육체노동 외에 경험과 지식이 필요한 ‘기능사’ 일자리는 화이트칼라보다 대우받는 일이 될 것이다.


 어때? 이런 일 하고 있니? 지금 너한테 맞는 조언이긴 한데, 듣지를 않으니 안타깝네. 이런 조언은 40대 후반의 아빠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조언이다. 연차가 밥 먹여 주는 시대가 끝나는 시점에 서 있는 우리 또래들은 어떻게 해야 할지 늘 고민이란다. 그는 향후 10년 동안 인적자본의 가치가 급격히 하락할 것이니 당연히 금융자본을 모으는 수밖에 없다는구나. 그건 또 아빠 전공이라 계속 고민하고 있다.  


 사실 AI 시대에 일자리의 절반이 사라진다는 얘기는 10년 전에도 했었다. 거기서 거기 같고, 말 나온 지가 언젠데 아직 현실화되지 않은 거 보면 아빠 은퇴 시까지는 별 탈 없겠다 싶기도 했는데, 사실 최근에는 좀 불안해. 금융환경이 달라지는 거 보면서 진짜 5년도 보장하기 힘든 세상이 되었구나 싶더라고. 안그래도 불안한데, 2020년 2월 현재 크게 유행한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사람들의 대면활동을 더 위축시키면서 점점 사람이 필요없도록 사회환경을 변화시킬거야. 그렇다고 우리 정치에 기대하기에는 늘 실망만 시키는 지라 괴롭네. 우리나 일본이나 우버를 금지시킨 사이 다른 나라들은 이 서비스를 통해 잠재수요를 더 끌어냈다는 글들도 많더라. 물론, 택시 업계와 렌터카 업계는 타격을 받았지. 그렇다고 새로운 기술이 도입될 때마다 정치권이 이로 인해 피해를 보는 업종들을 세금으로 지원해야 할까? 차라리 정부가 나서서 신기술을 도입하고 개발해서 주도하는 것이 더 낫지 않나? 그래야 세금 재원으로 활용도 가능하고 말이지. 또 우리가 개발하지 않거나 도입하지 않는다고 해서 미국이나 중국이 안 할까? 인공지능의 발달로 신기술이 나올 때마다 타격을 받는 업계를 지원하는 것도 일정 부분 필요하지만, 오히려 적극적으로 개발과 도입을 지원해서 거기서 나오는 수익을 국민들에게 돌려주는 방안을 찾지 않으면 안 되지 않을까? 이런 분야는 사실 대규모 수요(결국 '인구'다)와 자본이 소요되는 일이다. 우리 기업들에게만 맡기기에는 대한민국 시장이 너무 작아. 최소한 통일이라도 되었다면 다르겠지만 말이야. 2020년 현재 그나마 버티고 있는 카카오, 네이버, 삼성전자, 현대기아차, LG전자가 대견할 정도다. 그래서 정부가 지원하고, 정부의 지원만큼 지분을 가져서 세원으로 충당하는 게 낫다 싶은데 말이야.  


 우리 시대에 미래의 일자리에 관해서 낙관론자가 될지 비관론자가 될지는 각자가 개인적으로 믿는 바에 따라 달라진단다. 앞서 너무 비관론자의 이야기만 펼쳐 놓았지? 인공지능(AI), 자율로봇, 빅데이터, 3D프린팅 등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하는 혁신 기술은 분명히 많은 직업과 일자리를 사라지게 할 것이지만 기계학습에 필요한 정보를 디지털화하고 자율로봇을 감시하는 직업과 같은 새로운 직업을 창출해 내리라 믿는 사람도 많아. 최근 트렌드를 예측하는 많은 책들이 쏟아내는 용어들을 보면, 공유경제가 확대되면서 플랫폼 노동자와 같이 한 사람이 동시에 여러 직장에서 일하는 임시직 경제(긱 이코노미)가 확대될 것이라 하고, 누구나 3차원(3D) 프린팅과 같은 신기술에 쉽게 접근할 수 있게 됨에 따라 생산자이면서 동시에 소비자가 되는 프로슈머형 직업이 크게 늘 것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지금 네 또래에 유튜브 크리에이터 하겠다고 말하는 친구들도 새로운 직업에 대한 감각적인 반응이라 생각된다. 네가 서른이 되었을 때 아빠처럼 은퇴한 사람은 이런 세상이 유리할 지도 몰라. 어차피 많은 돈을 벌 필요 없이 gig노동만으로도 충분히 살아갈테니까. 대신 일부 젊은 친구들이 큰 부를 쌓는 반면, 대부분의 젊은 친구들에게는 영원히 자산형성의 기회가 없을지도 모르지만. 어쨌거나 현재의 정치가 이 같은 변화를 수용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미래가 어떻게 변할지는 아직 알 수가 없어. 


 알파고의 충격이 휩쓸던 2016년 봄과 달리 지금 우리나라는 기술적으로나, 사회적으로나, 철학적으로나, 제도적으로나 아무런 준비도 없는 듯하다. 정부가 떠들고, 기업들이 하는 준비라고는 오로지 어떻게 로봇으로 노동을 대체하고 돈을 벌 것인가, 아니면 최소한 살아남을 것인가에 집중되어 있을 뿐이다. 그러나 진짜 우리에게 필요 한 건 로봇의 시대가 다가 올 수록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찾고, 인간성이 무엇인지, 또는 무엇이 인간답게 하는 것인지, 뭐 이런 고민을 통해 인간에 대한 이해를 넓히고, 로봇의 시대에 인간으로서 살아남기 위한 사회적 준비를 해 나가지 않으면 안 되는데 말이다. 2034년에 네게 우리 세대는 어떤 원망을 들을지 걱정이다. 로봇과 AI의 시대에 일자리를 잃을 일반 시민들, 그들의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지킬 방법이 있을까? 마르크스가 결국엔 옳았다고 결론 내기 싫다면 - 자본가와 노동자의 대결이 아닌 로봇과 인간의 대결이라는 점이 다르지만 - 사회적인 준비와 합의를 이끌어 낼 기반을 마련해야 하는 현실이 눈앞에 있다. 로봇과 AI의 시대에 가져야 할 사회적 합의나 철학적 고민은 언제쯤 (설마 로봇 3원칙이 알고리즘으로서 정말 작동할 거라 순진하게 믿는 걸까?) 시작할지 막막하구나. 그렇다고 사회적 합의가 없이 구글이 알고리즘을 정하게 두어야 할까? 미국이나 일본 등 AI 강국에서 정한 알고리즘을 우리가 그대로 따라야 할까? 갈 길이 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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