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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괜차나 Sep 26. 2021

살해 협박을 했던 사람은

chapter 6. 싸움은 가드 올리기부터

사건이 몇백만 원의 벌금으로 끝났다는 소식을 들은 것은 1년 4개월 후였다. 길고 길었던 일의 마무리. 전화기 너머 이야기를 듣는 것으론 충분치 않았다.


나는 가해자가 사는 지역 가까이에 있는 지방법원에 직접 방문했다. 적어도 판결문을 내 눈으로 보아야 끝났다는 사실을 믿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집에서 2시간이 넘게 걸리는 거리였지만 전화를 끊은 후 바로 집을 나섰다.


지하철과 버스를 번갈아 타면서 아무 생각이 들지 않았다. 그토록 나를 괴롭히던 사건이 이렇게나 긴 시간을 거쳤다는 것만 빼면 단순하게 처리되었다. 법적으로 문제가 되니 가해자는 벌금형에 처한다. 이 단순한 명제가 이뤄지기까지 얼마나 많은 눈물이 있었는지 사실 조금 허탈하기도 했다.


살해 협박을 했던 사람에 대해서는 조금도 알고 싶지 않지만 경찰과 검찰을 거치면서 알게 된 사실은 생각보다 나이가 훨씬 많고 주변에 잡아줄 사람이 없고, 고정직이 없는 듯했다. 그러다 보니 자신의 생각에 빠지고 연예인에 집착하는 현상이 일어났고, 그런 연예인에게 호의적이지 않은 기사가 나면 할 수 있는 일이 없기에 그런 메일을 썼던 것이다. 메일 속 욕설과 저주, 모욕 수위가 너무 높았기 때문에 쉽게 용서할 순 없지만 이 과정에서 나도 그의 입장이 되어보았다.


대상은 바로 내 사건을 외면했던 팀장. 사건 전에도 이후에도 그 조직에서 잘만 살고 있다는 것을 아는데. 내가 어떻게 할 수는 없으니. 언젠가 자기 잘못에 응당한 일을 겪기를, 언젠가 후회할 일이 생기기만을 바랄 수밖에 없었다.


‘내가 계속 저주하면 언젠가 그에게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을까?’


 생각에 미쳤을 때는 잠시 가해자와 내가 다름없다고까지 느껴졌다.   있는 일이 없어서 상대방의 불행을 저주한다. 얼마나   있는 일이 없으면 혹은  일이 없으면. 용서할 생각은 없지만 가해자가  행동을 이해는 조금   있게 됐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가해자와 달리 내가 협박문을 직접 수십장 보낸 것은 아니니,  거기까지만 이해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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