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6. 싸움은 가드 올리기부터
앞서 입원생활 중, 더 이상 미룰 수 없다고 믿으며 한 글자 한 글자가 힘겹게 엄벌 탄원서 초고를 쓴 바 있다. 퇴원 후 일상으로 돌아간 후에는 이를 퇴고해 한층 긴 탄원서를 완성했다. 변호사 상담을 여러 번 마친 후라 어떻게 써야할 지 감은 잡혔지만 ‘촉수엄금’ 상자 가장 아래에 먼지 쌓인 채 숨겨져 있던 탄원서를 꺼내는 것은 매일 쉽지 않았다. 장장 반년의 망설임 끝에 쓴 탄원서의 요지는 이랬다.
“존경하는 재판장님께. 저는 이 사건의 피해자 괜차나입니다.
바쁘신 줄은 알지만, 간절한 마음으로 이 탄원서를 꼭 참고해주시길 바라는 마음으로 올립니다.
가해자는 자신이 좋아하는 연예인 동향에 관한 기사를 썼다는 이유로 제게 하루동안 70통, 총 89통의 협박, 모욕 메일을 보냈습니다. 저와 제 가족에게 입에 담을 수 없는 욕설과 신변위협을 가하는 내용이었고, 그는 벌금형을 구형받았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 사건의 충격으로 얻은 중증 우울로 직장을 부득이 퇴사했고, 정신건강의학과 병동에 입원 및 외래진료를 1년간 받는 등 일상으로 돌아가지 못 하고 있습니다.
피고인은 사건 초기 저와의 대화에서 자신의 행위는 “표현의 자유”라고 착각하고 있습니다. 또 1년의 시간 동안 진지한 반성이나 사과, 저의 피해회복을 위한 진정한 노력을 하지 않았습니다.
또 피고인에게 같은 피해를 당한 총 00명의 피해자가 있습니다. 이들은 신변위협을 느끼거나 업무상 시간을 내지 못하는 등의 이유로 신고하지 않았지만, 그들 모두가 고소했다면 이 사건은 단순 벌금형으로 끝나지 않을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더 이상의 피해자가 나오지 않도록, 피고인과 지금도 어느 곳에서 비슷한 일을 저지르는 이들에게, 협박메일 역시 악플 못지 않게 사람을 죽음으로 몰고 갈 수 있는 사이버 범죄임을 일깨워주시도록 고개 숙여 부탁드립니다.”
이 탄원서가 얼마만큼의 효력을 발휘했는 지는 알 지 못하지만 피고인은 검찰에서 구형받은 벌금으로 최종 구형받았다. 보통 검찰에서 받았던 벌금형의 절반이나 1/3 정도를 선고받는다는 관례에 비하면 아쉬움 없는 결과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