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괜차나 Sep 26. 2021

죽지 말고 퇴사해요

자살, 정신과, 퇴사 검색으로 찾아온 그대에게

가끔 뜻밖의 키워드로  브런치 글을 찾아보시는 분들이 있다. 키워드로는 ‘약물 자살’, ‘자해 응급실’ ‘정신과 입원’, ‘아프다 마음이’, ‘퇴사’, '코너에 몰린 기분' ‘실업급여’ 등이다.  중에서 나의 마음을 특히 찌르는 것은 자살과 마음이 아프다는 호소이다.  글에 모두 포함된 내용이여서지만,  역시 이런 단어를 하염없이 검색하던 때가 있어서 마음이 먹먹하다. 나도 불과 얼마 전이다.


마음이 아픈 분들이 너무 많이 아프지 않았으면 좋겠다. 혹여 그게 회사 때문이라면 죽지 말고 퇴사하라고 어깨를 흔들어 다짐을 받아내고 싶은 심정이다. 단정할 수 없지만 젊은 세대의 괴로움에는 밥벌이를 위해 견디는 회사가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경우가 많으니까.


나 역시 살해 협박에 시달릴 때 방관하던 회사의 모습을 보고 나 자신이 너무나 초라해 얼마나 죽고 싶었는지 모른다. 나 혼자된 기분. 믿었던 사수와 동료들에게 모두 배신당한 기분에 죽어버려도 마땅한 사람, 죽어야 깔끔하게 사건이 정리될 것 같은 착각에 사로잡히기도 했다.

죽고 싶을 때는 죽음밖에 답이 없는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 죽을 것 같던 상태에서 약으로 입원으로 또 주치의 선생님의 위로로 조금 살아나고 보니 내 잘못이 아니었다. 죽고 싶다는 마음을 가진 것은 내 잘못이 아닌, 너무나 아프다는 비명이었다. 그래서 아픈 사람들이 좋은 주치의 선생님을 만나 적절한 위로와 적합한 약을 처방받아 우선 급한 불을 끄고 다시 한번 생각해봤으면 좋겠다.


회사 때문에 앞으로 어찌될지 모르는 내 삶을 버리기에는 너무 아깝지 않은가. 나를 힘들게 하는 것들에게 꼭 맞서 싸우지 않아도 괜찮다. 그냥 피하고 도망치는 것도 옳고 마땅하다. 죽지 말고 도망치자. 제발 마지막 용기로 한 번만 더 생각해서 도망치자. 도망치고 보면 나 자신이 너무나 아깝게 느껴진다. 밥벌이는 숭고하다지만, 밥벌이보다 나는 더 숭고하게 소중한 존재다.


지금 당장 죽고 싶은 충동이 너무나 강하다면 정신과 입원도 추천한다. 정신질환은 신경증과 정신증으로 나눠지는데, 당시 나는 정신병적 증상 즉 정신증이 없는 상태였다. 다만 죽고 싶은 자살 사고가 강한 신경증이었는데 쉽게 말하면 ‘죽고 싶지만 미치지는 않았’다. 그러다 보니 나 정도 상태여도 입원을 시켜주는지, 입원 후에 내 삶은 괜찮을지 걱정이 컸다. 그런데 주치의 선생님과 상담 후 입원이 안전하다는 판단을 받으면 절차는 전혀 어렵지 않다. 그리고 입원 이력이 있다고 해서 다음 회사에서 이런 사실을 알 수 있을 리 만무하다. 살아가면서 아주 조그만 불이익도 없다고 확언할 수는 없지만 행여 불이익이 있다고 해도 가슴에 시한폭탄을 안고 살지 말자.


비슷한 키워드로 제 브런치를 보게 되는 분들이 있다면 꼭 좀 다시 생각하시고, ‘자진퇴사로 실업급여 받는 법’ 글도 참고하셔서 더 현명한 퇴사를 하셨으면 좋겠다. 그리고 꼭 강조하고 싶은 것은 절대 죽지 말고 퇴사하자. 회사가 아니라 그 무엇이 됐든 내가 많이 힘들면 도망쳐도 괜찮다.

마지막 순간에도 손 내미는 사람은 분명 있다.


이전 17화 살해 협박을 했던 사람은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