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7. 약간의 신경증과 함께 살고 있습니다
우울이 희미해져 가는 어느 날 2주 만에 정기 진료를 받았다.
“좀 어떠셨는지요”
“멀쩡했어요”
“기분이 괜찮았단 말인가요”
“네!”
“다행이네요”
이렇게 답하는 순간 ‘기분쯤이야 문제없죠.’라는 생각이 들었다. 불과 몇 달 전까지 내가 내 기분을, 내 마음을 어쩔 줄을 몰라 힘들어 했던 걸 까맣게 잊고 기분을 묻는 질문이 대수롭지 않은 일로 여겨졌다. 마치 얼마든지 내 마음대로 조절할 수 있는 걸 물었다는 듯. 간사한 마음.
“그런데 아무것도 안 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요. 실제론 운동도 하고 아무것도 안 하는 건 아니거든요.”
“그래요?”
“네. 시간이 많이 남는데 어떻게 써야 할지 모르겠어요”
“그럴 때 충분히 휴식을 취하는 거죠. 그렇게 여유를 가져보기도 해야 해요”
“음, 선생님 술을 먹게 되면 저녁 약을 안 먹고 먹으면 되나요?”
엉뚱한, 그러나 몇 주째 궁금하던 것을 물었다.
“술을 안 먹고 저녁 약을 먹어야죠. 당연한 질문을요.”
“역시 그렇죠?…술을 오랫동안 못 먹었더니 마시고 싶어요”
“마음은 이해가 되는데 약을 먹어야 돼요”
이갈이가 여전하다는 이야기와 산재 진행과정 등을 묻고 답하다 면담이 끝이 났다. 병원까지 한 시간이 넘는데 면담과 약 타기는 20분 안에 끝이 났다.
병원을 나서 가을이 노란빛으로 내려앉은 단풍나무 길을 호젓하게 걸었다. 이제 내게도 상처가 아무렇지 않을 날이 머지않았다는 희망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