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원더스, 구 빈펄랜드
숙소 리뷰 중에 조식이 그렇게 맛있다는 평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조식 먹기는 반드시 우리의 계획에 포함되어 있었어요. 그리고 그 선택은 틀리지 않았고, 우리는 이 숙소에서 총 세 번의 조식을 먹으며 매번 감탄하게 됩니다. 일단 쌀국수가 너무 맛있어요. 그리고 오믈렛, 오믈렛 왜 이렇게 잘 만드나요?
뷔페 요리 하나하나가 너무 마음에 들었고 특히 쌀국수나 반미 샌드위치, 계란요리 라이브 키친은 호사스럽다고 느낄 정도로 맛있었어요. 여기저기서 들리는 새소리와 발치에 날아드는 작은 새를 보면서 정말 멋진 아침 식사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침을 부지런히 먹고 오늘 하루 일정을 전부 투자할 빈 원더스에 갈 준비를 했어요.
푸꾸옥 하면 아마 제일 많이 검색되는 곳일 거예요. 그만큼 굉장한 규모의 놀이공원이었습니다. 베트남의 대형 그룹인 빈 그룹, 그곳에서도 관광 사업을 맡고 있는 빈펄에서 만든 거대 공원이었어요. 거대, 맞아요 거대. 엄청나게 넓은 부지 안에서 우리는 빈펄의 위엄을 새삼스레 느끼게 됩니다.
숙소에서 셔틀을 타고 빈원더스로 가는데 가는 내내 비어보이는 건물이 많았어요.
- 이야, 여기 상점들 다 입점하면 볼만하겠다. 엄청나네.
- 건물도 진짜 이쁘다. 근데 뭔가 이상한데?
- 이거 가짜인가?
-?!
그렇습니다. 길을 따라 길게 주욱 늘어져 있는 건물은 뭔가 이상했어요. 안쪽 바닥이 모래 바닥이라든가 하는 건 긴가민가 했거든요? 근데 어떤 건물 아예 유리가 있어야 할 부분에 유리모양 스티커가 붙어있다거나, 층수가 분명 있는 건물인데 올라갈 방법이 없어 보이거나 하는 건물들이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세상에, 이게 한 부분만 이러면 별로 놀랍지 않은데 엄청난 규모로 만들어놓으니 입이 벌어졌어요. 트루먼 씨 입장이 살짝 이해될 것 같은 압도되는 풍경이었습니다.
아무튼 도착한 빈 원더스의 입구에서는 엄청난 크기의 동상이 세워진 분수가 한가운데 있는 거대한 광장이 우릴 맞이하고 있었습니다. 엄청났습니다. 엄청난 크기예요.
광장에서 어디로 가야 할지 헷갈릴 일은 없었습니다. 거짓 건물 사이에서 누가 보더라도 저기가 성문이구나 싶은 곳으로 다들 가고 있었어요. 우리는 전날 구매한 입장권이 있어서 바로 입장게이트로 향했습니다. 사실 대부분이 이렇게 입장하더라고요.
입장은 QR코드를 이용합니다. 이 입장권이 몇 종류가 있는데요, 빈 원더스 입장권, 그리고 빈펄 사파리 입장권이 있고 이 둘을 묶어 판매하는 콤보가 있습니다. 콤보는 1일권, 2일권이 있고요. 아마 시간이 없으면 1일권으로 오전 오후 나눠서 사파리와 빈 원더스를 구경하고, 시간이 넉넉하면 각각 하루의 일정을 사용하라는 티켓 시스템이었습니다.
숙소에서 이 티켓 할인이 있었는데 국내 액티비티 예약 어플이 더 저렴하더라고요. 여러 가지로 알아본 결과 가장 저렴한 상품으로 골라 전날 밤에 숙소에서 예약해 QR을 발급받아두었습니다.
줄을 기다리는 동안 보이는 풍경은 굉장했습니다. 이야, 내가 어딜 온 거야. 사진 명소라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었어요. 정면에 보이는 성은 빈 원더스의 시그니처 조형물인 것 같았어요. 뒤로 보이는 대관람차가 상당했습니다. 크기가 굉장히 커서 우리 숙소에서도 보이고. 북부 어느 관광지로 가더라도 보이는 그런 관람차였는데 타면 너무 재밌을 것 같아서 기대 중인 기구였어요.
관람차와 성, 입구의 길이 딱 일자로 맞아서 보기가 매우 편안했습니다.
입장하자마자 바람 사이에서 희미하게 안내방송이 나왔습니다. 신경 안 쓰고 입구 가게들을 구경하는데 갑자기 익숙한 언어가 들리더라고요. 자세히 들어보니 역시나? 한국어였습니다. 정확하게는 안 들리는데 분명 한국어로 방송을 하고 있었어요. 신기하다는 생각에 같은 내용으로 방송 한 번 더 안 해주나 귀를 기울이고 있었습니다. 운 좋게도 한 번 더 방송해 주더라고요.
- 어? 10분 뒤에 인어쇼를 한대!
- 우리 식당에서 광고 봤던 그 인어쇼인가?
조식 먹을 때 식당 모니터에서 계속 빈펄의 콘텐츠 광고 영상이 나오고 있었거든요. 그중에는 인어쇼도 있었는데 짧게 지나가긴 했지만 굉장히 위엄 있어 보이는 남자 인어가 정면을 무섭게 노려보는 장면이 있었어요. 우리는 생각 없이 보다가 그렇지? 남자 인어도 있을 텐데 그동안 여자 인어만 봤네? 저 쇼에는 남자 인어도 나오나 보다. 하고 신기해했었어요. 그 인어쇼가 곧 한다는 방송이었던 거예요.
어디서 하는지 확인해 보니 아쿠아리움이었습니다. 빈 원더스에 갔으면 꼭 가봐야 한다는 곳 중 하나였어요. 지도를 확인해 보니 맨 안쪽에 있었습니다. 동선 상으로는 한 바퀴 돌면서 지나갈 곳이었을 텐데 인어쇼를 보기 위해서 최단 거리로 가로질러 맨 처음으로 가보기로 했습니다. 가는 동안 괴상한 바이킹 조각이나 눈길을 끄는 뭔가 여러 가지 조형물이 있었는데 전부 나중에 가보기로 하고 발걸음을 서둘렀어요.
그런데 아무리 서두른다 해도 절대 그냥 지나칠 수 없는 것과 마주했습니다.
- 와 저 거북이는 속이 안 좋은가보다.
아쿠아리움 건물이 거대한 거북이의 모습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크기가 어마어마한 거북이었어요. 세상에. 디테일함은 그렇다 치고 이렇게 커다랗게 만들어버리니 모든 걸 압도하는 느낌이었습니다. 아, 쓰고 보니 빈원더스에 대한 개인적인 느낌도 이래요. 디테일은 잘 모르겠습니다만 크기가 압도적으로 크니 와닿게 하는 무언가가 생기는. 이 거북이가 딱 그런 느낌이었습니다.
크기에 비해 어찌 보면 옹졸해 보이는 물내림이라고 생각했어요.
아니면 어제 과음하고 속이 많이 안 좋은 상태라거나, 한 입 가득 레몬을 물고 버티는 모습이라든가, 그것도 아니면 물을 마시다가 예나가 선정이 딸이라는 걸 들었다거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조형물은 엄청납니다. 지금 잠깐 생각나서 구글어스에 검색해 봤는데 공중에서 본 이 거북이는 지상에서 봤을 때 보다 더 감흥이 있네요. 아무튼 우리는 이걸 대체 어떻게..라는 말을 중얼거리며 거북이의 배 밑으로 들어갔습니다. 가까이 갈수록 정말 하나하나가 말도 안 되는 크기여서 놀라웠어요.
거북이의 배 밑으로 들어가자마자 정면에 거대한 수조가 보였습니다. 직감적으로 여기서 인어쇼가 시작되는구나 하고 느낄 수 있었어요. 그런데 들어가면서 느낀 건 음. 뭐라고 할까요. 멋지고 엄청나다는 느낌 전에 생각한 건 무서운 기분이었습니다. 오.. 그... 어후 뭐라고 해야 되지 이걸.
물고기가 큰데 엄청나게 많아요. 푸꾸옥의 인심을 느낄 수 있었다고 할까요. 수조에 그득하게 헤엄치는 물고기들은 꽤 공포스러운 인상이었습니다. 추가로 그. 조형물이 너무. 너무 무서웠어요. 서브메카노포비아라고 할까요. 물에 잠긴 조형물에 대한 공포증 같은 건데 저 거대한 수조 너머에 시야가 잘 안 닿는 곳에 막 그리스 조각상 같은 걸 거대하게 만들어놓았단 말이죠. 자꾸 시선이 가는데 등골이 서늘해지는 것이 상당히 무서웠습니다.
수조 안에 터널이 보이고 그 안에 사람이 돌아다니는 게 보이는 건 신기한 경험이었어요. 자본의 힘은 역시 대단하구나 하면서 감탄했습니다.
여차저차해서 인어쇼가 시작되었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두 가지 포인트가 아쉬웠어요.
하나는 인어가 수경을 끼고 있었던 거예요. 아래로 등을 보이며 내려가던 인어가 정면을 보니 수경을 끼고 있더라고요. 인어도 일단은 사람이니까 눈을 보호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하고 생각했는데 아내가 예전에 봤던 인어쇼에서는 인어가 수경을 안 끼고 있었다고 하더라고요. 가만히 보다가 그렇지, 인어인데 수경을 끼는 건 아무래도 이상하지, 하고 생각했어요. 그러고 보니 쇼에 몰입이 안 되는 것 같기도 하고 그렇더라고요.
두 번째는요. 남자인어 어딨어! 식당에서 보여준 아쿠아맨 같이 막 어깨 짱짱하고 근엄하게 화면 보던 남자인어 어디 있어! 사실 남자인어 안 나와도 크게 상관은 없었어요. 그렇지만 광고를 그렇게 했잖아. 광고 전공자의 입장에서 허위광고는 용인할 수 없었습니다. 분명 상당히 멋진 금발 형님이 지느러미 팔랑이면서 물에 떠있었는데.
쇼가 끝나고 우리는 물에 잠긴 무서운 조형물과 수많은 물고기 떼 사이에 마련된 통로로 여기저기 쏘다녀 보았습니다. 와중에는 물고기를 보며 식사할 수 있는 식당도 있었어요. 좀 더 나아가니 공포심에 지쳐있던 마음이 정화되는 구역이 있었습니다.
펭귄 구역이 있었어요! 세상에! 펭귄이 이렇게 많이, 그리고 가까이에서 헤엄치고 날개를 이상하게 펴고 뒤뚱거리는 걸 볼 수 있다니. 이건 정말 귀한 경험이었습니다. 펭귄이 진짜 엄청 많아요. 이 코너에 인기가 많다는 걸 운영국에서도 아는 게 틀림없습니다. 유일하게 여기서만 펭귄탈을 쓴 직원분이 열심히 춤을 추며 손님들의 호응을 유도하고 있었거든요.
또 기억나는 건, 해파리! 해파리 존이 무척이나 귀여웠습니다. 동물의 숲이라는 게임을 한창 할 때도 모은 동물들로 수족관을 만들 때 해파리들이 제일 마음에 들었었거든요. 꼭 야광 풍선 같은 것들이 물속에서 꼬물꼬물 통통 튀어 다니는 게 참 몽환적이고 좋았습니다.
물론... 좀 많긴 했어요. 처음 본 해파리관은 우와~ 하면서 들어갔다가 우와.. 우와.. 우... 우와 해파리.. 이 해파리랑 저 해파리가 다른 건가? 아니네 같은 거네. 해파리... 해파리 많다... 하면서 지나간 기억이 납니다. 이 동네는 중간이 없어요. 없거나 아니면 굉장히 많습니다. 그게 물고기든 뭐든요.
아쿠아리움을 빠져나오니 오전에 도착했는데 어느덧 정오가 지났습니다. 해가 머리 위에서 곧바로 내리 꽂히는데 굉장히 더웠어요. 조식을 든든하게 먹어서 배는 안 고프고, 일단 돌아다니기로 했습니다. 전체적으로 돌면서 든 느낌은 정말 간단하게 줄일 수 있어요.
굉장한 규모와 군데군데 사진 찍기 좋은 조형물들이 있습니다. 그 굉장한 규모에 걸어서 이곳을 돌다 보면 너무나도 지칠 수 있어요. 어트랙션은 사람이 없어도 기구를 가동하는 걸 보며 어떤 의미에서는 대단하다 느꼈습니다. 그리고 예기치 않은 점검으로 이용할 수 없기도 하니 타고 싶은데 가동 중이라면 부담 없이 타보시기를 권합니다. 입장만 된다면 모든 기구가 무료이고, 자리도 많아 금방금방 탈 수 있거든요. 어떤 어트랙션은 직원이 나와서 타보시라고 호객행위를 하더라고요.
어떤 기구는 입구에서 우비를 팔더라고요. 번듯하게 지어놓은 시설에 어느 정도 아쉬웠던 터라 조심스럽게 추측해 보았습니다. 저 우비는 혹시, 어트랙션이 막 격하게 움직여서 물이 튀어가지고 젖는 게 아니라 어딘가 세워놓고 물을 위에서 들이부어서 젖게 하는 그런... 자연스레 물이 튀는 게 아니라 젖게 하기 위한 장치가 있는 게 아닐까. 우비를 팔기 위한 상술 같은 거지. 했어요.
추측은 정확했고, 우비가 아까웠던 우리는 두 번 탔습니다.
더울 때는 대관람차를 타라는 조언이 기억났습니다. 너무 더웠던 우리는 원래 계획대로라면 야경을 볼 때 타기로 한 관람차였지만 그냥 바로 가보기로 했습니다. 정말 엄청난 크기의 관람차였어요. 제 기억에 저는 처음 타보는 관람차였습니다. 이렇게 크면 왠지 무서울 것도 같지만 일단은 더웠고요, 그리고 꼭 타보고 싶어서 용기 내 보았어요.
그리고 타자마자 느꼈어요. 에어컨이 안 나옵니다. 아니 나오는데 정말 연약한 바람이 천장을 향해 스멀스멀 나오고 있었어요. 일어서서 천장을 향해 고개를 지켜 들고 어떻게든 바람을 맞아보려고 노력했지만 어림없었습니다. 덕분에 더위를 피해 들어간 관람차에서는 태양에 가까워지는 만큼 한층 더 깊어지는 더움의 기운과, 알 수 없는 멜로디의 노래가 지지직거리며 나오는 작은 스피커와 함께 푸꾸옥의 높은 뷰를 감상해 보았습니다.
저 멀리 우리의 숙소도 보이고요. 근처에 거짓된 건물이 얼마나 거짓되었는가도 직접적으로 보였습니다. 어떤 의미로 거대한 세트장 같은 게 놀랍기도 하더라고요. 옆에는 뭔가 망한 것 같은 놀이공원의 모습이 있었습니다. 꼭 안나라수마나라에 나온 것 같은 느낌의 폐쇄된 놀이공원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원래 저기가 놀이공원 자리였을까, 저길 다시 짓는 게 아니라 허무는 게 귀찮으니까 옆에다 새로 지은 걸까. 이건 낭비가 아닐까 생각하다가 사방에 끝이 보이지 않는 광활한 정글을 보면서 뭔가 어떻게든 되겠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존재가 하찮아지는 것 같은 느낌의 광활함을 마주하면서 거대한 자연 앞에 방금의 고민이 작은 생각이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내려가는 길에는 아까 탔던 어트랙션이 보였습니다. 우리가 탈 때 관람차에 있던 사람들이랑 손인사를 나눴었거든요. 우리도 해주자! 하고 손을 흔들며 들릴 리 없는 말도 건네 보았습니다.
- 여기 에어컨 안 나와요.
관람차에서 내린 우리는 못 가본 곳도 가보자며 구석구석 다니며 사진도 찍고 했습니다. 다니면서 든 생각은 너무 넓다, 그리고 이걸 다 보고 다닐 필요는 사실 없었겠다, 그렇다면 하루를 여기 다 쓸 필요는 사실 없었던 게 아닐까, 하는 것들이었습니다. 조식을 많이 먹어서인지 배가 안 고팠던 우리는 슬슬 돌아갈까 하고 복귀 타이밍을 재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폐장 쇼를 꼭 봐야 한다는 후기가 떠올랐어요.
의미가 있을까 싶다가 시간이 딱 밥 좀 먹으면 얼추 쇼 시간이랑 맞겠는 거예요. 그래서 우리는 메인 무대 앞 식당에서 밥을 먹으며 기다리기로 했습니다. 그렇게 폐장 시간이 되고 해가 진 다음 시작된 본격적인 공연은 상당히 멋졌어요. 넓은 분수대를 가운데 두고 멀리 무대에서 배우들이 연기도 하고요, 성 모양에 맞춘 프로젝션 매핑도 멋졌어요. 특히 무대가 멀다는 점을 활용해서 원숭이 인형 같은 걸 눈에 잘 안 띄는 옷을 입은 사람들이 조종하며 나오는데 재밌는 연출이었습니다.
특히 분수에서 뿜어져 나오는 물을 활용한 3D 연출은 정말 놀라웠어요.
막 배가 우리 앞으로 오다가 분수대에서 드리프트를 하는데 물 튀는 게 진짜 물을 쏘아대니 이게 생동감이 어우, 장난 아니었습니다. 막 새가 날아오는데 진짜 물 사이를 뚫고 날아드는 것 같아서 입을 벌리고 보았어요. 계획에 없었지만, 나중에 남부에서 보게 될 키스 오브 더 씨를 일정에 넣게 되는 계기이기도 했습니다. 보면서 문득 인파가 대단하다는 걸 느꼈습니다. 이 사람들이 한꺼번에 출구로 몰린다면 집에 가는 길이 순탄하지 않겠구나 하는 불안함이 있었어요.
- 슬슬 도망 가자!
우리는 막바지 쇼를 뒷걸음질로 보며 슬금슬금 출구를 향했습니다. 쇼가 끝나는 걸 알리는 방송이 시작될 때쯤, 우리는 밖으로 나와 셔틀 승강장으로 향했어요. 셔틀이 늦게 오는 바람에 일찍 나온 게 무안해졌지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