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보는 물고기 떼에 둘러싸여본적 있어요?
오늘은 호핑투어 가는 날입니다.
저는 물에 대한 공포증이 있어요. 정확히 말하면 물에 잠긴 조형물이나 물속 생물, 그리고 시야에 한계가 생기는 지점이 생기는 것에 공포감을 느낍니다. 그래서 어릴 때는 목욕탕이 그렇게 무서웠어요. 그림책에 나오는 물속 공룡이나 발에 물을 담그고 있는 큰 공룡 그림도 무서웠고, 물에 떠있는 배의 밑면이나 물고기도 너무너무 무서웠어요.
아내는 물에서 노는 것도 좋아하고 생선 요리도 좋아해요. 그래서 물놀이도 같이 가고 얕은 물에서 스노클링도 조금씩 해보면서 공포를 극복해 보는 중입니다. 특히 생선에 익숙해지려고 생선 해체 유튜브를 보면서 물고기와 눈 마주치는 훈련도 했어요. 지금은 식탁에 생선머리가 보인다 해도 밥을 먹을 수 있는 경지에 올랐습니다. 여전히 좀 무섭긴 한지만 참을 수 있어요.
아무튼 그런 몸이다 보니 물과 관련된 액티비티는 거의 해보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이번 호핑투어는 큰 용기가 필요했어요. 푸꾸옥 남부의 몇몇 섬을 돌며 맑고 아름다운 바다에서 물고기를 보며 노는 게 주 프로그램인 투어였습니다. 투어 프로그램은 호텔에서 신청하고 갈 수 있는 프로그램들도 있었고 한국의 플랫폼으로 예약해서 갈 수 있는 투어도 있었어요.
한참 찾아보다가 뭔가 리뷰는 많지 않은데 밥이 맛있고 보트에 지붕이 있어 물이 튀지 않는다는 리뷰가 달려있는 투어를 발견했습니다. 가격도 저렴하길래 심히 갈등하다가 결국 밥이 맛있다는 말을 믿어보기로 했어요. 일찍 일어나 조식을 먹고 픽업을 기다리기로 했습니다.
픽업으로 차가 한대 오고 바로 길 건너편에 있는 롱비치센터로 갔어요. 이럴 거면 걸어가도 괜찮았을 텐데 굳이 픽업을.. 하고 생각했습니다. 롱비치센터는 아주 큰 건물이에요. 이 주변을 왔다 갔다 할 때마다 눈에 띄길래 어떤 곳인가 궁금했는데 마침 잘 되었습니다. 안내를 받아 들어가 보니 진주를 비롯해서 여러 가지 물건을 팔고 있었어요. 뭔가 예전에 수학여행 가면 기념품 판매하는 곳에 꼭 들렀던 기억이 났습니다. 뭔가 여기 업체랑 투어업체가 제휴라도 맺었나 싶어 신기해서 이리저리 둘러보다가 너무 끔찍한 걸 발견했어요. 도마뱀 머리를 잘라 입과 눈을 꿰매고 키링으로 만든...
진짜 도마뱀이냐고 물으니 그렇다고 합니다. 직원이 웃으면서 꺼내주려고 하길래 도망갔어요. 정말 무서운 경험이었습니다. 센터를 돌고 카페 잠시 앉아있다 보니 딱 봐도 투어 갈 것 같은 한국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 있었습니다. 이 사람들이랑 같이 가는 건가? 하는데 하나둘 다른 투어버스를 타고 떠나더라고요. 우리 부부만 덩그러니 남아서 가긴 가는 건가 하며 기웃거리는데 뭔가 작은 버스가 하나 오더니 저걸 타면 된다고 합니다.
타고나니 아까 인사하던 투어 직원이 웃으면서 손을 흔들어줬어요.
엥? 같이 가는 게 아니야?
한참 달리다 보니 눈에 익은 풍경이 지나갑니다. 그제까지 우리가 놀던 선셋타운을 지나갔어요. 며칠 있었다고 푸꾸옥 여기저기가 반갑습니다. 선셋타운을 지나 쭉 달려가보니 뭔가 바다가 나오고 선착장이 나왔어요. 내려보니 저희가 탄 미니버스의 로고와 같은 로고의 차들에서 사람들이 내립니다. 정말 신기하게도 한국인은 우리밖에 없더라고요. 동양인 반 서양인 반 정도였는데 아무도 한국어를 안 씁니다.
현지인이 더 많은 투어구나 싶었어요. 투어 설명에 현지업체에서 진행한다고 쓰여있었는데 아무래도 그런 영향인 듯했습니다. 안내하는 곳으로 따라가 보니 뭔가 장부 같은 걸 펴서 적고 있는 사람이 있었고 승선과 관련된 것 같은 서류를 나눠주고 있었습니다. 받아서 간이의자가 놓여있는 곳에 가서 앉았어요. 앉아있다 보니 뭔가 잡상인들이 일렬로 서서 주욱 들어옵니다.
선글라스와 스노클링 장비 등등, 뭔가를 열심히 들고 와서 판매하더라고요. 원래 호핑투어가 이런 거야? 하고 아내에게 넌지시 물어보니 이런 건 처음 본답니다. 우리 앞에도 와서 열심히 뭔가 설명하는데 글쎄요. 이미 필요한 건 다 준비해 왔죠, 영업하는 거 이미 있다고 꺼내서 보여주었어요. 뭔가 실망했는지 시무룩해하며 옆으로 이동하는 걸 보았습니다.
그렇게 모두가 착석하고 기다리니 사람들이 배에 승선하기 시작했습니다. 우리도 곧 출발하겠다 싶어 기대하는 중인데 또 기다리게 하더라고요. 뭔가 우리가 거절했던 상인들과 함께 하염없이 앉아 기다리고 있었어요. 언제 출발하나 하염없이 기다렸어요. 미니버스가 또 도착하고, 거기서 외국인들이 내리기 시작했습니다.
드디어 승선하기 시작했어요.
처음에는 어떤 큰 섬으로 데려갔어요. 다른 곳에서 투어온 사람들이 한가득 있는, 하나의 센터 같은 시설이 있었습니다. 넓은 식당가도 있고 스낵도 판매하더라고요. 그 섬에서는 씨워크 체험을 할 수 있었는데 헬멧을 쓰고 바닷속을 걸어 다닐 수 있는 체험이었습니다. 솔직히 저에게는 사진만 봐도 공포스러워서 몸이 굳는 체험이었어요.
한 번 해보지 않겠냐는 투어 가이드의 설득에 공포증이 있다고 이야기했더니 잠시 고민하다가 어디론가 다녀오더라고요. 그러더니 만약 내려갔는데 무섭다면 바로 끌어올려주겠다며 무서운 게 걱정되어 체험을 해보고 싶은데 못하는 거라면 최대한 도와주겠다고 하더라고요. 나름 배려인가 싶다가도 그 빠져나오는 시간마저 느낄지도 모르는 공포는 생각만 해도 잔혹했습니다. 사실 스노클링도 큰 용기 낸 거니까요.
완강히 거절하니 그러면 다른 사람들 씨워크 체험하는 동안 근처 스노클링 장소에서 시간 보낼 수 있도록 해주겠다며, 다른 투어 배로 이동할 수 있게 해 주었습니다.
그렇게 점심 먹기 전까지 두 번의 스노클링을 했습니다. 그래서 어땠냐 하면, 뭔가 극과 극의 체험을 한 기분이었어요. 첫 장소에서는 물고기가 참 안 보였습니다. 대신 산호가 많아서 물 쪽으로는 안 가고 계속 뭍으로 이동하며 산호를 잡고 이동했어요. 깊은 곳으로 시선을 돌리면 무서워질 것 같아 얕은 물에 있는 산호와 그 사이의 물고기를 보며 왔다 갔다 하고 놀았습니다.
이 정도면 스노클링 괜찮은데? 하고 생각했어요.
그렇지만 이 생각은 두 번째 장소에서 좀 달라지게 됩니다.
일단 깊이가 거의 3미터는 되는 것 같았어요. 바닥이 아예 안 보이는데 저 멀리 거의 자동차만 한 산호 하나가 슬쩍 보이더라고요. 시야에 들어올 때마다 공포가 밀려와서 허우적거리며 물 밖으로 나왔습니다. 몇 번 반복하니 좀 적응이 되더라고요. 그런데 그 장소에는 물고기가 엄청났어요. 처음보는 줄무늬의 물고기가 엄청난 떼를 이루어 헤엄치고 있었습니다.
물고기가 뭐랄까요. 그렇게 많은 물고기를 보는 일은 그렇게 대형 어종에 대항하여 서로 몸을 지킨다던 다큐 같은 프로그램 말고는 그게 처음이었어요. 정말 엄청나다고 생각하는데 가이드가 배 쪽으로 와보라며 손짓하더라고요. 가까이 가니 과자 부스러기 같은 걸 뿌려줍니다. 그리고 우리는 곧 엄청난 물고기 떼에 둘러싸이게 되었지요. 어느 정도였냐면 물고기들이 물가에서 뛰는 게 꼭 물이 끓는 것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무섭긴 한데 당황해서 무서운지도 모르고 그저 허허 웃으며 물고기를 보고 있었습니다. 뭔가 한적하게 물속을 헤엄치며 니모를 같은 물고기를 보겠거니 하는 기대가 있었지만 여기서는 수많은 물고기에 둘러싸여 뭔가 그 알 수 없는 무서움과 당황스러움과 생전 처음 보는 광경에서 오는 어떤 대단함을 느끼는 감정이 뒤엉켰습니다.
그런 무서움을 뒤로하고 우리는 다른 섬으로 갔어요. 거기서는 식당이 있었는데 정말 현지 느낌 그대로를 풍기는 곳이었습니다. 코코넛 워터에 절인 새우 찜, 오징어 탕수육, 알 수 없는 생선구이와 조개구이, 밥과 열대과일들이 나왔습니다. 뭔가 부침개 같은 것도 나왔던 것 같고 한데 잘은 기억 안나는 걸 보니 임팩트는 없었나 봐요.
6명을 한 테이블에 앉게 하더라고요. 우리는 어떤 타이완에서 온 4인 가족과 함께 밥을 먹게 되었습니다. 밥은 그럭저럭 괜찮았어요. 다른 곳에서는 해물 라면을 준다던데 솔직히 해물라면이 맛있었을 것 같다는 생각도 해보았지만, 그래도 이렇게 먹으니 굉장히 베트남 느낌도 나고요?
적당히 먹고 쉬면서 주변에 있는 그네도 타보고 여기저기 구경하며 해변에서 놀았습니다. 드론으로 무슨 영상도 찍어줬는데 그거 보내준다더니 소식이 없네요? 해변을 걷게 하면서 뭔가 드론으로 열심히 찍어주었는데 그냥 찍는 과정이 재밌었던 거니까 영상에 크게 미련은 없어요. 한적하게 쉬고 다음 섬으로 출발했습니다.
마지막으로 도착한 섬에서는 물놀이로 지친 사람들은 그냥 앉아서 쉬거나 씻고 더 놀고 싶은 사람들은 앞바다에서 놀도록 해주었어요. 여기가 제일 좋았습니다. 세상에! 바다는 너무 맑아 예쁘고 물그림자가 적당히 비치는 게 아주 예뻤어요. 특히 얕은 해변이 길게 펼쳐져 있어서 꽤 멀리 가도 팔이 바닥에 닿을 정도였습니다. 그래서 아주 안심하며 둥둥 떠서 바닥을 구경하는 것만으로 참 좋았습니다. 예쁘고 아기자기한 산호 사이로 형형색색의 작은 물고기들이 돌아다니는 걸 볼 수 있었어요.
물에 공포증이 있던 저도, 아기자기한 물고기를 보고 싶었던 아내도 둘 다 굉장히 만족할 수 있었던 바다였습니다. 그렇게 한참 물에 떠있다 보니 선크림을 그렇게 많이 발라서 대비했는데도 피부가 많이 탔어요.
그렇게 호핑투어가 끝나고 우리는 먼저 선셋타운에 내렸습니다. 같이 밥 먹은 타이완 가족은 여기가 행선지였더라고요. 우리는 우리 숙소로 바로 데려다주는 차를 타고 돌아올 수 있었습니다. 뭔가 물놀이를 했더니 따뜻한 국물도 먹고 싶고 해서 똠얌꿍을 파는 식당을 찾아보았어요. 그리고 숙소 근처에 있던 평이 좋은 숙소를 또 찾았답니다.
이름이 네모 레스토랑이었어요. 분위기가 좋다는 말에 한 번 가보았습니다. 한국어 버전의 메뉴판을 따로 주셨는데 뭔가 템플릿이 있는지, 아니면 한국어로 번역해 주는 누군가의 서비스가 있는지 나름 신경 쓴 것 같은 디자인의 메뉴판이었습니다. 흡족해하며 똠얌꿍과 함께 지난 식사 때 너무 맛있게 먹었던 모닝글로리볶음, 그리고 이 식당의 시그니처라고 하는 새우요리를 시켜보았습니다.
똠얌꿍은 역시 몸이 추울 때 먹으면 거의 감기약 수준입니다. 몸이 따뜻해지는 게 참으로 좋았어요. 다만 뭔가 향이나 매콤한 맛이 많이 빠져있는 느낌이 들어 살짝 아쉬웠습니다. 좀 더 많은 사람들이 먹을 수 있도록 가볍게 개량된 버전의 똠얌꿍이라고 할까요. 칼칼하고 자극적인 맛을 기대했던 저에게는 조금 슴슴한 느낌이었습니다.
모닝글로리는 참 신기했어요. 이게 또 어제 먹은 곳과는 느낌이 다른데 맛있게 다른 기분이었습니다. 한국 가면 꼭 만들어보겠다고 다짐했던 요리였어요. 그리고 새우. 새우는 기대했던 것보다는 조금 평범했습니다. 약간 새우를 통으로 넣은 부침개? 통새우와 야채를 한데 섞어 부침가루 반죽을 하고 그걸 그대로 튀겨 올린 것과 구운 새우, 그리고 샐러드를 새콤한 드레싱에 버무린 걸 한 플레이트에 내오더라고요. 새우 자체가 특별히 맛이 다르겠냐만은, 새우에서 나온 물이 반죽의 바삭함을 덮으면서 약간의 눅눅함과 함께 비린 향을 만들더라고요. 그걸 제외하면 무난한 새우요리였습니다.
그래도 분위기가 깡패라고 같이 시킨 주스를 마시면서 한껏 즐겼어요.
해가 지고 선선해져서 스쿠터를 타고 근처를 돌며 드라이브를 했습니다. 지나다니다가 뭔가 과일을 쌓아놓고 파는 곳을 본 것 같거든요. 동부에서 먹은 망고의 감동을 느껴보려고 다시 다녀보다가 숙소로 돌아가는 길에 98커피라는 곳에서 망고를 쌓아두고 저렴하게 팔고 있는 걸 보았습니다. 오, 여기 한 번 가보자 싶어 갔어요. 가서 망고들과 함께 생과일주스도 팔길래 먹어보자 싶었습니다. 고르고 있는데 가게 앞에 앉아있던 인심 좋게 생긴 아저씨가 느릿느릿 가게 안으로 들어가 주문을 받아 과일을 썰어서 바로 갈아주더라고요.
생각 없이 산 주스를 마시면서 가는데 이게 무슨 일인가요. 너무 맛있어서 깜짝 놀랐습니다. 드디어 찾아낸 것이지요. 길가에 그냥 작게 차려져 있는 주스가게인데 과일을 쌓아놓고 파는데 저렴한 데다가 엄청나게 맛있는 과일집을 말이에요.
구글맵을 보니 리뷰도 칭찬일색입니다. 세상에 여길 이제야 찾다니.
주스를 마시면서 숙소에 갔다가 망고를 까먹어보니 정말 환상적인 맛이 났습니다.
세상에!
이건 망고주스도 먹어봐야 한다 하고 생각해서 다시 나와 가게로 향했습니다.
물론 동부에서 갔던 재래시장이 가격과 품질, 모두 1순위 과일가게였지만 접근성을 생각하면 여기가 무조건이라고 생각해요. 만약 누군가 푸꾸옥을 갈 예정이고 동부에 머무를 거라고 한다면 과일과 주스는 여기서 사 먹으면 끝이라고 말해줘도 괜찮겠다 싶은 그런 만족도였습니다.
이제 이 긴 여행도 어느덧 마지막 밤을 맞이했습니다.
다음 밤은 한국으로 가는 비행기 안에서 맞을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