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철도 고양이 Jul 05. 2024

에메랄드 빛이 난다는 바다

하루는 그냥 아무것도 하지 말아 보자

오늘 하루 일정은 비우기로 했습니다.


그도 그럴게 사실 남부로 오면 호핑투어를 가려고 했어요. 그런데 보니 대부분의 호핑투어 사무실이 중부에 있고, 그래서 호핑투어는 픽업 후 중부에서 항구로 출발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더라고요. 이렇게 되면 우리는 중부로 갔다가 다시 남부로 돌아오는 경우가 생길 것 같아 당장 내일이면 중부로 가니 그때 차라리 호핑투어는 그때 떠나자고 생각했습니다.


상품을 더 찾아보면 남부에서 간단하게 갈 수 있었을 것도 같은데 열심히 찾아보다가 그냥 오늘 하루는 비워버리기로 했어요. 마침 이곳 숙소에는 에메랄드 베이라는 이름이 붙어있었고, 수영장도 좋고 바다가 무척이나 아름다웠거든요. 오늘은 그냥 멀리 가지 말고 한적하게 여기 있자. 하고 늘어지기로 했습니다.


이 밝은 느낌은 살인적인 햇빛이 거든 결과입니다


이곳 조식은 북부에서 너무 훌륭하게 먹어서인지 그렇게 좋은 맛은 아니었어요. 그래도 이것저것 먹으면서 적당히 배를 채우고 물놀이를 가보기로 했습니다. 물이 너무 맑아서 스노클링이 될 것 같았거든요. 굉장한 기대를 하면서 바다로 나가보았습니다. 


이름 그대로 에메랄드 베이였어요. 물 색이 투명하고 넓은 하늘 아래 잔잔한 바다가 계속되는, 아주 멋진 곳이었습니다. 햇살이 살인적이었다는 걸 빼면 아주 완벽했어요. 무료로 대여해 주는 카약을 타고 경계선까지도 나가보고, 수경을 쓰고 물고기도 찾아보고 했지만 물고기는 아쉽게도 없었습니다. 틈틈이 그늘에 가서 누워 쉬고 하면서 햇빛을 피했고요.


낙원이 따로 없었어요
야자 그늘 아래서 한껏 늘어져 쉬었습니다


수온은 생각보다도 굉장히 따뜻했어요. 기분 좋게 데워진 목욕물 같은 기분이었습니다. 그리고 정말 멀리 나왔대 생각해도 물이 배 정도까지 밖에 안 와서 정말 재밌게 물놀이할 수 있었어요. 물고기는 없었지만 그냥 스노클링 마스크를 쓰고 물 안을 보면서 둥둥 떠다니는 것만으로도 재밌더라고요. 가끔 약간 큰 파도라도 오면 둥실 거리는 느낌이 왠지 모르게 편안하고 기분 좋았습니다.


그렇게 놀다 보니 어느덧 해가 지고 있더라고요. 


선셋타운의 반대편이어서 이쪽은 동쪽 바다입니다


뭔가 거창한 걸 하진 않았지만, 그래도 이런 여유가 하루정도는 여행 사이에 끼어있는 게 좋았어요. 하루가 잘 갔습니다. 푸꾸옥 숙소 해변에서는 비치타월이나 구명조끼, 선베드가 무료 대여여서 사용하기 너무 좋았어요.


해파리가 된 것 같다며 둥둥 떠다녔습니다.

자리로 돌아가니 누가 비치타월을 가져갔어요.

그래도 좋다고 젖은 채로 거닐다 들어갔습니다.


해가지면 한층 더 쾌적합니다


해가 지고 잠시 수영장을 사용할 수 있었어요. 햇살이 없으니 좀 더 쾌적하고, 수영장이 워낙 넓으니 한적하게 놀 수 있었습니다. 다만 스노클링은 좀 무섭더라고요. 그냥 발 담그고 참방참방하다가 방으로 돌아가기로 했습니다.


망고 손질이 아주 익숙해졌어요


방에 돌아온 우리는 편의점에서 사 온 컵라면과 빵, 동부에서 사 온 망고와 과일들로 저녁을 먹었어요. 망고는 하루 지났다고 더 익어서 정신이 혼미해질 만큼 어마어마한 향이 입에서 번져 머릿속을 가득 메우는 기분이었습니다. 이거 비행기 탈 때 못 들고 타나? 싶었는데 역시 안 되더라고요. 과일의 씨앗이 문제여서 과육을 말린 것 정도는 된다는데 이거 정말 너무너무 그리워질 것 같은 맛이었습니다.


- 임신하면 먹고 싶은 게 떠오를 때가 있다고 하잖아? 그때 동남아에서 먹은 망고가 생각나는 사람이 있대.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할지 아직도 방법을 생각해 보는 중입니다.


이전 08화 지구가 평평하다는 말을 믿을 뻔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