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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철도 고양이 Jul 19. 2024

경기도 푸꾸옥시

드디어 중부

남부에서의 일정을 모두 마치고 이제 중부로 향했습니다. 푸꾸옥 중부는 공항에서 가깝고 시장이나 가게가 밀집해 있어 다른 곳보다는 좀 더 볼거리나 돌아다닐 거리가 많다고 들었어요. 마지막 조식을 먹고 택시를 잡았습니다. 역시 호텔이 몰려있는 남부여서 그런지 동부에서 이동했을 때보다는 굉장히 수월했습니다. 그랩이 바로 잡히더라고요. 중부에서의 숙소는 M빌리지라는 곳이었습니다.


수영장이 보기에는 정말 예뻐요
트리하우스 같은 느낌입니다


큰길 옆인데도 울창한 야자들로 둘러싸여 있어서인지 굉장히 자연 속에 있는 숙소라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무엇보다도 수영장이 참 예뻤어요. 일반적인 타일 마감이 아닌, 전체가 유선형의 화산암 같은 질감의 돌 처럼 되어있었는데 참 신기한 디자인이었습니다. 그래서 사실 물에서 나오는 건 좀 힘들기도 하고 긁히면 피부가 아프기도 했어요.


아무튼 로비로 가서 체크인을 하려는데 역시, 너무 빨리 간 탓에 시간이 떠버립니다. 우리는 캐리어를 맡기고 스쿠터를 빌렸어요. 사람이 많은 곳이다 보니 발리의 우붓 느낌도 나고 해서 스쿠터로 다니면 재밌는 곳이 많겠다 생각했습니다. 우선은 푸꾸옥에서 빼놓을 수 없다는 쇼핑센터라는 킹콩마트와, 야시장을 가보기로 했습니다. 그전에 근처에 평이 정말 훌륭한 맛집들 중에서 점심을 먼저 먹고요.


반쎄오 정말 너무 맛있었어요


먼저 먹으러 간 곳은 반쎄오 맛집이라고 소개된 곳이었습니다. 반쎄오는 반죽을 부치고 사이에 숙주, 야채, 고기, 새우 등을 넣어만든 일종의 부침개 같은 느낌일까요. 이 반쎄오는 정확히 그런 느낌이라 지역별로도 만드는 스타일이나 맛이 조금씩은 다르기도 하다고 하더라고요. 한국에 있는 저희 집 근처 베트남 가정식 맛집이 한 군데 있는데 거기서 먹어본 반쎄오와 또 다른 맛일 것 같아 먹어보았어요.


역시 현지 반쌔오 맛이 상당했습니다. 왜 맛집인지 알겠다며 연신 감탄하고, 드디어 맛있는 베트남 음식을 먹는구나 하고 기뻐했습니다. 이제 파스타 피자 안 먹어도 괜찮아, 하면서요. 굉장히 반죽이 바삭하고 안쪽의 채즙과 기름이 한껏 배어 나와 상당한 감칠맛이 느껴졌습니다. 같이 나온 단단한 라이스페이퍼에 싸서 먹으니 바삭한 식감이 극대화되고, 흘러나오는 기름과 채즙이 어우러져 라이스페이퍼를 녹이면서 씹는 도중에 또 다른 식감을 만들어내었어요. 정말 맛있는 요리였습니다.


롤도 주문했는데 사이즈가 상당히 큼지막한, 웬만한 김밥보다도 두툼한 게 나와서 조금 놀랐습니다. 그래도 아주 푸짐하게 잘 먹었어요. 재밌었던 건 메뉴에 한국어가 쓰여 있고 손님들이 전부 한국인이었다는 점이었습니다. 일하는 분들도 그냥 한국어를 쓰더라고요. 어딘가의 리뷰 중에 경기도 푸꾸옥시라는 표현이 있었는데 뭔가 알 것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밖으로 나와보니 다들 한국인입니다. 여기저기서 반가운 언어가 들리니 시분이 묘하더라고요. 사실 남부나 북부에서도 사람이 밀집한 관광지를 가면 한국인이 참 많았었는데 중부는 또 다른 느낌입니다. 거리마다 한국인이 하도 많으니 이국적으로 생긴 국내 관광지를 놀러 온 기분이었어요.


킹콩마트는 역시 킹콩마트였습니다. 사실 기념품이나 뭔가 산다 하면 푸꾸옥 어딜 가도 다 비슷한 걸 팔더라고요. 사파리라든가 테디베어뮤지엄이라든가 선셋타운이라든가, 뭔가 거기에서만 살 수 있는 한정 기념품이 아닌 푸꾸옥 전역에 유통하고 있는 공산품의 느낌이 강했어요. 다른 건 가격이었는데, 갈 수만 있다면 이런 관광객의 발이 닿지 않는 재래시장의 마트가 가장 저렴했습니다. 그다음은 킹콩마트였어요. 어딜 갈 필요 없이 가장 크고 가장 종류 많고 다른 곳과 비교하면 저렴한 축이었습니다. 이래서 다들 여기 있구나, 하면서 한국인 관광객 사이에서 마트를 구경하다가 야시장도 구경해 보기로 했습니다.


야시장을 낮에 가서 그런가, 뭔가 확 와닿는 곳이 없더라고요. 과일 괜찮으면 과일 사자 하고 갔는데 동부에서 깄던 시장보다 너무 심하게 비싸더라고요. 심지어 썰어놓고 전체가격이 아니고 하나 가격이었다며 두 배로 더 받으려고 하더라고요. 물론 한국에서 사는 것보다는 저렴했지만 대충 셈 해봐도 시장 가의 4배에서 5배는 더 비싼 가격이었습니다. 


다른 곳들도 어딘가에서 본 것들이 주로 있었고, 뭔가 북부, 남부보다는 좀 더 현지화된, 그렇지만 동부보다는 좀 더 관광 최적화 된 느낌이었어요. 다시 안 와도 괜찮겠다 싶어 돌아가기로 했습니다.


숙소 수영장에서 스노클링도 했어요


오는 길에 평점 높고 리뷰 좋았던 카페 몇 군데를 봐두었는데 다들 약속이라도 한 듯 문을 닫았더라고요. 스쿠터를 타고 즈엉동 일대를 달려보다가 결국 숙소로 가기로 했습니다. 숙소 수영장도 워낙 이뻐서 물놀이하기 아주 좋겠다 싶었거든요. 체크인을 마치고 적당히 물놀이하다가 맛집 추천이 워낙 많은 동네이니 그중 유명한 곳으로 가서 저녁을 먹고 오는 계획을 세워보았습니다.


그리고 이 계획은 아주 성공적이었어요.


사진 보니 또 생각나서 침이 나오는 중입니다


메오키친이라는 식당으로 갔습니다. 이곳을 가야지 한 게 이 식당의 리뷰를 본 게 아니라 주변의 다른 리뷰를 보고 여길 갔어요. 무슨 뜻이냐면 주변 숙소나 카페 등의 리뷰에 장점으로 메오키친 근처라는 걸 꼽더라고요. 얼마나 맛있길래 이러지 싶어 가보니 고개가 끄덕여졌습니다.


가게 앞에서는 연신 숯불로 꼬치를 구우며 냄새를 풍기고 있었습니다. 숯불향 가득 맡으며 반드시 꼬치를 시켜야겠다 다짐하며 들어선 가게는 입구가 좁아 보였던 것에 비해 안쪽으로 굉장히 넓고 쾌적하면서 나무 위주의 인테리어가 감각적인, 예쁜 가게였습니다. 적당히 바깥 풍경이 보이는 곳에 자리를 잡고 앉으니 메뉴판과 주문지, 그리고 설문지를 주더라고요.


메뉴판도 한국어로 잘 되어있었고 주문지도 직관적으로 주문할 수 있게, 향신료의 유무나 맵기 같은 걸 제대로 표기해서 개인에게 맞추어 주문할 수 있도록 되어있었습니다. 설문지에는 가장 맛있었던 메뉴 같은 걸 쓸 수 있도록 되어있었는데 참 괜찮은 식당이라고 생각했어요. 맛있어 보이는 꼬치 몇 개와 쌀국수, 그리고 모닝글로리 볶음을 먹어야 한다는 말을 어디서 보고는 시켜보았습니다.


결과는 상당한 만족이었어요. 모닝글로리 볶음은 처음 먹어보았는데 아삭한 식감에 버터와 마늘의 풍미가 짭짤한 맛 위로 넘어와 입안을 가득 매웠습니다. 공심채라고도 하는데요, 안이 비어있다 보니 아삭하면서 질기지 않아 씹을수록 식감이 좋고 마늘의 감칠맛이 계속해서 배어 나오면서 정말이지 너무 행복한 맛을 보여주었습니다. 이 이후로 우리가 식당에서 음식을 주문할 때면 모닝글로리 볶음을 꼭 시켰어요.


꼬치는 적당히 불향이 입혀져서 좋았습니다. 가게 분위기가 좋으니 간단한 술이랑 먹으면 오래 즐길 수 있겠더라고요. 그것보다도 쌀국수가, 이게 정말 신기하게도 여태 먹은 맛집들과는 또 다른 맛으로 너무 좋았어요. 쌀국수도 집집마다 레시피가 다른지 비슷한 방향으로 쌀국수가 맛있는 게 아니라 다양한 방향으로 맛집이 존재하는 것 같았습니다. 여긴 또 여기 나름대로 맛있어서 더리가 제일 맛있다고 우열을 가리기 어려운 느낌이었어요.


그렇게 행복한 저녁을 먹고 이전의 거리들 보다는 조금 번화한, 가게가 많아 밝은 거리를 스쿠터로 드라이브하며 돌아보았습니다. 돌면서 예쁜 가방도 커플로 맞추어 샀고요. 끈으로 된 팔찌도 하나 사서 행복한 마음 가득 안고 숙소로 돌아왔어요. 오는 길에 뭔가 감기 기운이 있는 것 같아 검색해 보니 약국이 근처에 여기저기 있더라고요. 베트남 감기약을 하나 사보았는데 효과가 엄청났습니다. 바로 약기운이 돌더니 몸이 괜찮아지고 졸음이 쏟아지더라고요. 이대로 잠들면 몸이 낫겠다는 믿음이 오는 약기운이었습니다.


숙소 야경도 참 예뻤어요


이렇게 중부에서의 첫날이 지나갔습니다. 

이제 호핑투어가 남았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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