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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유하는 직장인 Mar 27. 2022

지친 직장인이여, 움직여라!

일단 해라! 작동흥분이론(Work excitement theory)

   

이루고 싶은 게 있다면 체력을 먼저 길러라


    우리가 잘 아는 드라마 <미생>의 명대사이다. 실제로 많은 성공한 이들은 직장인에게 실행력이나 정신력보다도 중요한 것이 바로 '체력'이라고 말한다. 건강을 잃으면 모든 것을 잃는다는 말처럼, 높은 업무 강도와 잦은 회식 속에서 체력이 바닥나버리면 하고 있던 일이 올스톱되어 버리기 때문이다.


* 드라마 <미생>의 한 장면


    삼플전자의 신입사원 A 씨의 고민을 들어보자. 악몽 같았던 취업 준비 생활을 떠올리면 회사에 들어가면 무엇이든지 다 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그렇게 하기 싫었던 어학, 인적성 같은 공부를 돈 내면서도 했는데, 돈 받으면서 하는 일은 얼마든지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샘솟는다. 비로소 학생 딱지를 떼고 사회인으로서 원대한 포부를 품은 '위풍당당 신입사원'이 된 것이다.


    하지만 이러던 생각도 잠시, 새벽같이 일어나 1시간 넘는 거리를 출근길과 매일 같이 이어지는 회의, 보고서 작성에 시달리기 시작한다. 게다가 전국 곳곳의 클라이언트들을 만나야 하는 빡빡한 출장 일정과 잦은 부서 회식까지, A 씨는 체력이 급격하게 떨어지는 것을 체감하게 된 것이다. 학창 시절 3~4일 밤샘 벼락치기는 가볍게 하던 그였는데, '벌써 늙어버린 건가?' 하는 생각에 우울해진다. 직장인 매운맛 버전에 너무 빨리 지쳐버린 A 씨, 무엇이 문제일까?





    

▶ 직장 생활은 체력전이다.


    <미생>의 대사처럼 결국 A 씨가 직장 생활을 더 잘 해내기 위해서는 '체력'을 키우는 것이 관건이다. 체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규칙적인 식사나 수면 습관도 물론 중요하다. 하지만 이것들은 필요조건이지 충분조건은 아니다. 결국 체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꾸준한 운동 관리가 핵심이다. 하지만 혹자는 '지친 퇴근길에 어떻게 또 운동을 하러 가나요?', 또는 '주말에 이불 밖으로 나가는 건 너무 위험한 것 아닌가요?'라고 할지도 모르겠다. 사실 그렇다. 누구에게나 지친 몸을 다시 일으켜 헬스장, 운동장으로 발걸음을 떼는 일은 도무지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누구나 이런 경험 있을 것이다. 정말 운동을 하기 싫었지만 막상 시작을 하니 기분이 점점 좋아지고 땀을 흘리고 난 뒤의 상쾌한 기분 말이다. 이것은 바로 '작동흥분이론(Work excitement theory)' 때문이다. 작동흥분이론이란 우리 뇌가 일단 '작동'하기 시작하면 흥분 상태로 진입해서 하고 있는 일을 좋아하게 된다는 것이다. 우리 뇌는 한 번 움직이기 시작한 것을 멈추는 일에 대해도 에너지를 소비하기 때문에 오히려 지속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판단을 한다그래서 운동을 시작하면 땀이나, 근육이 팽창하는 것을 느끼며 기분이 좋아지기 시작하고, '나오길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그래서 한 번 운동에 착수하면 일정 기간 동안은 흥분 상태를 지속할 수 있고 몸이 가벼워진다. 짐을 가득 실은 수레를 처음에 미는 것은 어렵지만 움직이기 시작하면 수월해지는 것과 같이 관성이 생기는 것이다. 결국 시작이 반이라는 말이 딱 맞지 않나? 직장인들에게 운동은 '일단 시작' 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새벽 수영으로 하루를 시작하게 된 비결


    직장인으로서 작동흥분이론 체험담을 공유하고 싶다. 개인적으로는 사회생활을 하면서 수영을 배운 지 5년 정도 돼간다. 처음에는 퇴근 후 지친 상태로 수영장에 가야 한다는 부담감이 커 등록을 망설였다. 그래도 개인 건강관리와 체력 강화의 필요성을 느끼게 되던 차라 수영을 시작하기로 결심한 것이었다. 나 또한 마찬가지로 퇴근하고 술 한 잔 하고 싶은 충동, 그리고 집에 가서 그저 누워 있고 싶은 유혹을 자주 느꼈다. 하지만 막상 마음을 먹고 샤워를 하고 수영장으로 발걸음을 옮겼을 때는 이곳에서 느껴지는 특유의 냄새, 넓은 천장과 트인 공간 자체가 주는 기쁨이 컸다. 입장과 동시에 가벼운 흥분 상태가 작동하기 시작하면서 수영을 배울 때는 언제 시간이 흘렀나 싶을 정도로 1시간이 금방 지나가곤 했다.


    그러다 회사에서 가까운 선배가 수년간 출근 전에 새벽 수영을 해온 것을 알게 되었다. 5시경에 일어나 6~7시까지 진행되는 수영 강습을 마치고 사무실에 오는 것이었다. 사실 선배는 평소에도 남다른 정신력과 체력을 가져 존경심을 자아내는 사람이었기에 새벽 수영 따위는 평범한 나에게 요원하게만 느껴졌다.


    어느 날 점심 식사 자리에서 선배는 나에게 새벽 수영에 대한 장점을 차근차근 들려주었다. 우선 수영으로 시작하는 하루는 오히려 기운차고 즐거운 일이며, 이른 시간에 하루를 시작하게 되어 저녁에 활용할 수 있는 개인 시간이 늘어난다는 것이었다. 물론 설득력이 있었지만 과연 내가 '새벽 운동을 할 수 있는 인간'일까라는 고민이 들었다. 며칠 뒤면 수영장 회원권을 갱신해야 할 시점이었다. 눈 딱 감고 저녁 수영반을 연장하지 않고 아침 수영을 신규로 등록했다. 새벽 5시, 해가 뜨기 한참 전부터 알람이 울리기 시작한다. 20대 초 팔팔한 시절, 군대에서도 6시에 기상을 했는데 직장인이 되어서도 그보다 더 이른 시간에 일어나는 일은 여간 고역이 아니었다. 


    하지만 웬걸, 하루를 운동과 함께 시작하는 것이 이렇게 좋을 줄이야. 이른 새벽에 일어나 반쯤 뜬 눈이라도 일단 차를 몰고 수영장으로 향한다. 샤워를 하면서 정신을 차리고 수영장에 입수를 하면 차가운 냉기가 몸을 휘감는다. 추위가 지속되지 않게 하려면 빨리 몸을 움직여야 한다. 그렇게 물을 밀고 나갈 때 굳어 있던 몸이 풀리면서 심장이 뛰기 시작한다. 작동이 흥분으로 바뀌기 시작하는 것을 또다시 체험한 것이다. 운동을 마치고 샤워기 아래 서 있을 때는 몸속 안에 피가 빠르게 돌고 있는 기분이 느껴진다. 발등을 내려다보면 색깔이 유난히 하얗다. 간밤에 부어 있던 발이 수영 발차기의 혈액 펌프질 덕분에 건강한 색깔을 회복한 것이다. 


    초급반으로 시작했던 나는 실력이 점차 쌓여 어느덧 가장 난이도가 높은 상급반에서 연수를 받고 있다. 늘 하루를 함께 시작하는 멤버들과 함께 매번 1~1.5km 정도의 운동량을 해내고 있다. 이제는 오히려 출장이나 개인 사정으로 수영을 가지 못하는 날에 스트레스를 받곤 한다. 수영에 대한 작동-흥분이 루틴화 된 것이다. 이렇게 꾸준하게 운동한 덕분인지 비교적 마른 체형을 유지하고 있고, 매일 장거리 출퇴근을 하고 주말에는 투자 모임을 하는 등 정신없이 생활하고 있지만 체력적으로 큰 부담을 느끼지 않는다.





▶ 지친 직장인이여, 움직여라!


    사무직 종사자들 중에서도 '자리에만 앉아 있는대도 왜 이렇게 힘들지?'라고 생각하는 이들이 많을 거라고 생각한다. 근무 환경에 따라 다르겠지만 남들과 함께 생활하는 불편한 공간에서 기한이 정해져 있는 업무들을 고도의 집중력을 발휘하여 해내는 것은 소모적인 일이다. 실제로 한 연구에 따르면 프로 체스 선수가 경기를 하며 소비하는 열량은 약 6천 칼로리에 달한다고 한다. 이는 일반인이 소모하는 양의 약 3배에 달하는 수치다. 비단 몸을 쓰지 않아도 정신적인 고갈은 체력 부담으로 이어진다는 증거다. 매일 몸과 머리를 써야 하는 우리 직장인들에게 체력 관리는 그만큼 중요하다. 


    오늘만 쉬고 싶은 생각이 들 땐 일단 움직여 보자! 어느 자기계발 전문가는 '3초 Rule'을 강조한다. 고민이 들 땐 3초 안에 결정하고 바로 행동하는 게 가장 좋다는 것이다. 운동을 가기 위해 맞추어 둔 새벽 알람이 울릴 때, 갈까 말까를 고심하면서 침대에서 뒹구는 것이 아니라 3초 안에 몸을 일으켜 세우라는 것이다. 오래 고민할수록 '힘드니까 오늘 하루만 미룰까?'라는 자기 합리화의 유혹에 노출되고 결국 후회하는 선택을 하게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자, 고민이 들 땐 우선 몸을 움직이자. 일단 행동하고 움직이면 가벼운 흥분과 함께 반드시 '오늘 하길 참 잘했다'라는 생각으로 뿌듯한 감정을 느낄 수 있을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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