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엄마의 다이어리 May 10. 2024

회계 공부의 이유

플러스 알파가 필요했다


우선 회계에 왜 그렇게 목을 매게 되었는지를 써봐야 할 거 같다.


결혼해서 안정적인 직장을 원했고, 임신과 출산의 시기동안 도서관에 다니며 공무원 시험을 준비해보기로 했고, 운좋게 공무원의 세계에 입문하게 되었고, 국세공무원은 다른 행정직과는 다르게 세법을 다루는 전문적인 영역이라 호기심을 갖고 또 나중에는 세무사까지 꿈도 혹시 몰라하며 당찬 꿈도 꿔 볼 수 있고 해서 여러 장점이 많아 보인 국세공무원.


나는 평소 내 나이가 그리 많다고 생각하지 않았지만 직장에서 일할 때는 내 직급, 경력에 비해 늘 또래에 비해 나이가 많다는 생각을 어쩔 수 없이 하게 되었고, 들어가기 전에는 아이를 안정적으로 키우면서 정년까지 일할 수 있는 안정적인 직장이면 명목상 충분하다 생각했으나 막상 들어가서 보니, 나에겐 이 환경에 들어온 이상 플러스 알파가 필요했다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 없었다. 이 플러스 알파가 없이 산다는 건 마치 숨을 참으며 껍데기로만 사는 느낌이었다.


그 플러스 알파가 무엇이었는지 지금 곰곰 생각해보니, 어쨌든 이 세계에 들어온 이상, 고유성을 인정받고 싶었던 전문성이었던 거 같다. 아이가 어린 관계로 육아휴직을 하게 되었고, 아이를 유치원 학교에 보낸 뒤에 시간이 남아 이것저것 해보다 임신 출산기에 공무원 시험을 준비했던 것처럼, 육아휴직기에 애들 유치원 학교에 보낸 뒤 시간이 남을 때 회계학과 세법을, 세무사 1차 시험을 목표로 끄적여보기 시작했다. 그러나 국세공무원에 입문하면 회계실무, 조사요원이라는 두가지 자격시험을 치르게 되는데, 사실 그것도 나에겐 너무 어려웠던 기억이 난다.




국세공무원이 되어 교육원에서 교육을 받을 때 '회계실무'라는 일차적인 자격시험에 합격해야 하는 코스를 지나면서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아가며 계산기를 두드렸던 때가 떠오른다. 교육원에서 나는 힘겹게 회계 개념을 익히고 있는데 옆에서 디비 엎어져 자고 있었던 여자분이 기억난다. 난 칠판에 하나하나의 회계처리를 공책에 적기에 정신이 없는데, 옆에서 엎어져 자고 있는 분을 보고 속으로 이분은 아예 자격시험을 포기했나보다 싶었지만,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은 이분이 세무사였단다. 세무사가 왜 세무공무원이 되려고 들어오셨는지 모르겠지만 뭐 그분의 특별한 사정이 있었겠지


회계처리를 공책에 아무리 적어봤자.. 나중에 알게 된 것은 회계라는 것은 단계가 중급, 고급, 이런 식으로 자세히 나눠져있는 만큼 이게 회계처리를 공책에 적는다고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라 마치 외국어를 습득하듯이 시간이 필요한 부분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시간이 필요한 만큼 더 중요한 게 있는데 바로 회계를 대하는 공부 방법이다. 나름 회계실무, 조사요원이라는 두번의 자격시험, 그리고 재경관리사, IFRS 관리사 등 외부 국가공인 회계 자격시험을 치르며 들은 회계학에 대한 생각이 있는데 이건 차차 적어보도록 하겠다.


난 국세공무원으로 평생 일할 건데, 여기서 일하려면 그 플러스 알파가 필요한데, 그 플러스 알파를 갖고싶어 회계랑 친해지려고 하는데, 이 회계란 놈이 콧대가 너무 높아서 다가가기가 힘들다. 난 글쓰기와 책 읽기를 좋아하는 인문학?적인 사람인데 친해지고 싶은 회계라는 문제집은 회계학의 생각과 논리를 이야기해주듯이 쓰여있지 않고 이론이라고 하는 부분을 읽어보면 표와 친절하지 못한 개념이 불쑥불쑥 표로만 대충 쓰여있고, 도대체 무슨 말인지를 모르겠고...사실 그러다 보니 강의를 들어도 개운함이 없고. 강의 차수는 뭐가 그리 많은지 중급회계 강의 차수는 50~80강이 기본이고...애들 뒤치닥거리 하다 다시 강의로 돌아와보면 어디까지 들었는지도 기억이 나질 않고..


결국 내가 선택한 방법은 계산문제의 해설 필사였다. 이 방법은 세무사1차 시험 '전'까지의 모든 자격시험에 통했다. 시간이 어느 정도 쌓이다보니 문제집의 문제를 읽고 해설을 보면 어느정도 이해가 되었고, 정답지의 해설만 익히다 보니 간단한 문제는 어느 정도 풀리게 되었다. 생소한 개념과 계산을 거쳐야 하는 회계학 문제는 계산 문제의 패턴이 보이는데 그치면 안 되고, 이 계산을 왜 해야 하는지 목적의식이 필요한데, 사실 문제를 보고 이 목적을 뚜렷하게 인식할 수 있게 되면 회계학이 가끔 시간보내기에? 재미있게 되는 순간을 만날 수 있다.












 





이전 08화 반고흐의 눈으로 본 세상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