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이 주는 순수한 행복
첫 타임으로 일을 하고 막 밥을 먹으러 가려는데, 동료 언니가 나를 다급히 불러 세우고 말했다.
"듬지야 오늘 10층(고객용 정원)에서 햇볕 좀 쐐! 오늘 너무 따뜻해. 나 너-무 행복했어"
아무렇게나 행복이란 단어를 남발할 수 없을 만큼 각박한 이곳에서 언니가 행복을 논했다. 진짜로 볕이 좋았던 모양이다. 나도 밥을 먹고 곧장 10층 정원으로 나갔다.
원래는 고객을 위해 마련된 공간이지만, 직원인 우리가 이용해도 눈치만 조금 보일 뿐 크게 상관은 없는 곳, 10층의 야외정원. 이 곳에는 정갈하게 심어진 소규모 잔디밭이 있고, 뻥 뚫린 천장으로 커다란 하늘과 햇볕이 쏟아져 들어온다. 사방이 콘크리트로 막혀 창문 하나 없는 백화점에서, 유일하게 바깥 날씨를 느낄 수 있는 곳이다.
벤치에 앉아 잠시 쏟아지는 햇볕을 쐰다. 눈부신 채광, 파란 하늘 초록 잔디가 내뿜는 진하다 못해 극적인 채도. 아까 전 언니가 말했던 행복이란 바로 이런 것일 게다.
사람은 햇볕을 쐬어야 비타민 D를 얻을 수 있고, 초록빛의 자연을 보아야 눈이 좋아진다는데. 아침 일찍 출근해 저녁 늦게 퇴근하는 내가, 하루 중 이런 황홀경을 느낄 수 있는 건 불과 10분 남짓이라는 게 갑자기 서럽게 느껴졌다. 나뿐만 아니라 거의 모든 직장인들이 이렇겠지만 말이다. 자연은 이렇게 관대하게 우리에게 선물을 쏟아내고 있는데, 막상 사람들은 그걸 받을 시간조차 없어, 비타민D 주사를 맞고 루테인(눈이 좋아지는 영양제)을 먹고 있으니. 우리는 과연 무슨 죄를 지은 걸까.
모처럼 만에 온 몸 가득 햇볕을 쐬고 나니 거짓말처럼 기분이 좋아졌다. 하루에 10분쯤은 이렇게 온몸 가득 햇볕 샤워를 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며, 아쉽지만 나는 다시 일을 하러 내려갔다. 누군가는 아직 그 자리에 남아 더 오래, 더 듬뿍, 햇빛을 쬐었겠지. 그 사람 참 좋았겠네, 싶다.
이런저런 파생적인 행복을 제외하고 나면, 결국 사람의 궁극적인 행복이란 게, 어쩌면 그저 사시사철 변하는 자연을 만끽하고, 푸른 하늘을 오랫동안 감상하고, 물소리 새소리를 듣고, 피부에 쏟아지는 햇볕을 느끼는 게 아닐까 생각해본다. 자연과 격리된 공간에서 열심히 일을 하며 살아가는 우리는, 병들지 않으려면 조금씩 자연을 곁에 두려는 연습을 해야 할 것이다. 만개한 벚꽃놀이에 휴일을 딱 맞추는 건 어려워도, 점심시간에 잠깐 햇볕을 쐬는 것은 약간의 노력이면 될 일이니까.
그나저나 나도 오늘 집에 가서 남편에게 말해야지. "자기야 일할 때 쉬는시간에 잠깐 바깥에 나가서 볕 좀 쐐! 정-말 행복해!" 이건 행복이란 단어의 남발이 아니다. 아주 원시적이고 순수한 행복의 정수다.
해당 글은 에세이 <어쩌다 백화점>에 수록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