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지의 생물체 새끼고양이 May
새끼고양이의 이름은 메이 May로 정했다.
꼬물이, 소중이, 콩이, 꽁냥이, 뭉치, 먼지 등... 수많은 이름을 떠올려 보았지만, 아내, 나, 큰딸, 작은딸 모두가 좋아하는 이름을 찾기는 쉽지 않았다. 그런던 중 누군가가 "오월에 왔으니 오월, 아니면 May로 할까?" 이야기했다. 나는 '오월이'가 더 좋다며 오월이로 하자고 했지만, 집안 여성들의 무시를 받기에 충분한 의견인 줄 이미 알고 있었다. 예상대로 내 의견은 묵살당했다. 하지만 난 진심이었다. 소수자로 살아간다는 건 슬프다.
다수의 집안 여성들은 메이가 좋다고 즐거워 했다. 오월에 온 선물, 메이 May.
권력을 가진 다수의 집안 여성들은 너를 '메이'라 부르겠지만, 너는 나의 '오월이' 오월아~~
분유를 먹이기 위해 메이를 계량컵에 넣고 음식용 저울에 올려 몸무게를 재어 보았다. 자기도 궁금했는지 저울을 보았다. 203그램. 그럼 1일 수유량 60cc 정도. 생물체의 무게 200그램은 너무나 비현실적이다.
주말에는 미용실도 가야 하고 산책도 가야 하는데 메이가 신경 쓰였다. 아내는 이미 치아 교정 중인 작은 딸과 함께 치과에 갔고 나는 집안 청소를 하고 점심 준비를 했다. 미용실에 갈 시간이 되었다. 아내에게 전화를 했다.
"메이 어떻게 하지?"
"일단 미용실에 데리고 가. 진찰 거의 끝나가니까 내가 데리러 갈께"
졸린 메이를 넉넉한 수면양말에 넣어 미용실로 갔다. 놔 둘 곳이 없었는데 컵홀더가 딱이다. 미용실에 도착하니 잠에서 깨었다. 미용실 사장님은 잠깐 어디가셨나보다. 머리를 말고 있는 손님이 메이를 보았다. 경계심 가득한 눈으로 나를 보았다. 그리고 내가 손에 있던 메이를 보았다.
"꺅, 고양이? 너무 귀여워. 얼마나 된 거예요?"
"3주 정도 되었다네요"
"인형인 줄 알았어요. 호호호"
눈빛이 부드러워졌다. 중년 아재가 아기 고양이 인형을 들고 미용실로 들어오는 장면은 그 아재의 정신세계를 의심하기에 충분한 풍경이다. 아니 의심하고 경계해야 하는 풍경이다. 그분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이야기를 하는 동안 미용실 사장님이 오셨다. 머리를 깎으려 자리에 앉으려 하니 먼저 온 분이 메이를 맡아 주었다. 머리를 깎는 동안 아내와 딸은 미용실에 들러 메이를 데리고 갔다. 메이를 들고 있던 분은 아쉬워했다.
머리를 깎고 집으로 와서 메이 분유를 먹이고 점심을 먹고 아내와 함께 주말 산책을 나가려니 혼자 있게 될 메이가 신경이 쓰였다. 꼬물거리는 메이를 넣을 만한 가방을 챙겼다. 메이는 크지 않은 가방에 쏙 들어갔고 궁금한지 앞발과 고개를 내밀었다. 1시간이 조금 더 걸리는 거리를 걸으며 메이는 내 손에서 잠을 잤다. 가끔 눈을 떠서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나를 보았다. 아파트 단지 정원에 핀 장미가 보였다. 메이만 했다.
메이는 잘 먹었고 잘 잤다. 몸무게는 늘었고 행동도 민첩해졌다. 참 기분 좋은 일이다. 그렇게 토요일은 지나고 주일 아침이 되었다. 제법 고양이 소리 같은 하지만 여전히 짹짹에 가까운 메이소리에 눈이 떠졌다. 오줌을 누이고 분유를 먹였다. 그리고 커피를 내리고 샐러드를 준비해서 아침을 먹었다. 아침을 먹고 먹은 것을 치우는 동안 메이는 잠을 잤다. 그리고 일어나 거실을 걸어 다녔다. 나를 쫓아오기도 했고 아내를 쫓아가기도 했다. 눈은 잘 보이지 않는 듯했지만, 목소리를 따라 박수소리를 따라다녔다. 그렇게 운동을 하고 메이는 다시 잠이 들었다.
점심을 먹고 아내는 밀린 녹음을 하자고 했다. 녹음 준비를 했다. 마침 분유를 먹고 잠든 메이를 책상에 올려놓았다. 아내는 노래를 시작했고 그 노래를 들은 메이는 나를 한번 보고는 안쪽으로 쏙 들어가 잠이 들었다. 자장가로 들렸겠지?
저녁을 먹고 디카페인 커피와 꼬마 케이크를 디저트로 먹었다. 내일 강의준비를 하고 난 후 주말연속극을 보았다. 그리고 메이와 함께 잠자리에 들었다.
주말은 그렇게 지나갔다.